양사 "ESS화재와 무관" ... 그럼에도 전량 리콜 결정한 LG화학에 쏠리는 석연찮은 시선
업계 "결함의혹 받았던 배터리 리콜은 당연 ...결국 시간만 낭비"
정부가 6일 지난해 발생한 에너지저장장치(ESS)의 화재 사고원인을 ‘배터리 이상’으로 지목한 것에 대해 LG화학과 삼성SDI가 “ESS화재와 배터리는 무관하다”는 공통된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미묘한 입장차이를 보여 눈길을 끈다.
삼성SDI는 지난해 1차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ESS화재는 배터리와 인과관계가 없다”는 일관된 주장을 펼치면서 ESS화재조사단(이하 조사단)의 조사결과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반면 LG화학은 “ESS화재와 무관하다”면서도 “2017년 중국 남경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 전량을 자발적 리콜하겠다”는 상반된 입장을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업의 리콜결정은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을 치러야 하는 만큼 어느 정도 결함이 인정되지 않는 한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
이에 업계에서는 LG화학이 ESS화재가 배터리와 무관하다면서도 리콜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와 LG화학 측에 요청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시작된 전국 ESS화재 사건 26건 중 14건이 LG화학에서 생산한 배터리를 사용한 시설이었다. 이는 전체 ESS화재 사건의 절반(53%)에 해당하는 수치로, 특히 불이 난 ESS에 사용된 LG화학의 배터리는 모두 2017년 중국 남경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와관련,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6월 ESS사고 원인에 대해 “일부 배터리 셀에서 제조상 결함이 발견됐으나, 해당 결함을 모사한 실증시험에서 화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하지만 이후에 발생한 3건의 ESS화재 중 2건이 2017년 중국 남경공장에서 생산된 LG화학의 배터리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LG화학의 배터리결함 의혹은 커져갔다.
LG화학이 2차 조사결과 발표 시점에 맞춰 2017년에 중국 남경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전량 리콜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실익(?) 챙긴 곳은 LG화학?
심지어 이번 ESS화재 사건으로 정작 실익(?)을 챙긴 곳은 LG화학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LG화학이 전량 리콜을 결정한 2017년 중국 남경공장생산 배터리는 그동안 줄기차게 배터리 결함 의혹을 받아왔던 터라 조사단의 ‘배터리 이상’ 조사결과는 전혀 이상할 게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LG화학이 이번 리콜결정을 ‘선제적이고 자발적’인 것처럼 포장하지만, 당연한 조치라는 것이다.
반면 삼성SDI는 입장이 다르다. 화재는 발생했지만, 배터리결함으로까지 의심받는 상황은 아니었다.
특히 조사단이 화재원인을 “배터리 이상으로 추정된다”며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추정'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는 어느 정도 양사의 입장을 고려해 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한쪽으로 살짝 기울어졌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배터리결함 의혹을 받아왔던 LG화학은 상대적으로 약한 수위로, 반대로 배터리 결함 의혹을 받지 않았던 삼성SDI에겐 상대적으로 강한 수위의 조사결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삼성SDI는 그동안 ESS화재는 배터리문제가 아니다는 입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지나친 LG화학 감싸기가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드는 이유이다.
◆삼성SDI 강력반발 ..."조사단, 다른 현장 배터리 분석"
한편 삼성SDI측은 “이번 조사결과는 다른 현장에서 설치·운영중인 배터리를 분석해 나온 결과”라며 “조사단 조사결과가 맞다면, 동일한 배터리가 적용된 유사 사이트에서 화재가 발생했어야 한다”면서 강력 반발하고 있다.
업계는 뻔한 결과를 두고 시간낭비만 했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1차 조사 때 분명히 일부 배터리회사의 셀 불량 지적이 나왔는데, 결국 재확인한 꼴이 됐다”면서 “2년 넘게 아까운 시간만 낭비한 채 관련업계의 손해만 키웠다"고 허탈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