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기득권자가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은 것에 경종
무책임했다고 욕먹고 싶지 않다면 미래를 위한 개혁 나서야
지난주 목요일 꽤 의미있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대상은 탄소중립법 헌법불합치. 즉 2031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지 않은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헌법불합치 결정은 사실상 위헌과 같은 의미다. 다만 지금 바로 위헌을 선언하는 것이 오히려 입법의 공백을 초래하는 경우 등이 있다. 이러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 시점 이후에 위헌의 효력이 발생토록 하는 조치가 바로 헌법불합치다.
헌법재판소의 심사대상이 된 법안의 내용은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보다 40%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법에서 그 이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 목표에 관해 그 정량적 수준을 어떤 형태로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과소보호금지 원칙을 위반했다"며 "기후 위기라는 위험 상황에 상응하는 보호조치로서 필요한 최소한의 성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했다.
헌법재판소 결정의 당부에 대해서는 별론으로 하자. 주목해야할 부분은 현재 책임있는 기득권자가 미래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는 점이다. 위헌 판단은 다른 재판보다 엄격하다. 헌법재판관 9인 중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국가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만큼 신중하게 결정하라는 의미다. 그런데 이번 탄소중립법에 대해선 전원일치 의견이 나왔다. 그만큼 의심의 여지없이 미래세대에 책임감을 가지라는 의미로 읽힌다.
돌이켜보니 지금 우리는 미래세대에 대해 너무 무책임하지 않았나 반성하게 됐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 산술적으로 2050년 중반 이후에는 국민연금 고갈이 예정되어 있음에도 누구도 책임감 있게 나서지 않는다. 지금 그대로두면 도저히 손쓸수 없는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를 일인데도 말이다. 아마 지금 정쟁에 쏟아붓는 에너지의 절반만 써도 해결책이 나왔을 것이다.
국가 재정문제도 마찬가지다. 국가 성장률은 점점 둔화되고, 저출산 고령화로 써야할 돈은 늘어만 가는데, 표를 먹고사는 정치인들은 국가재정에 나몰라다. 오히려 아낄 생각은 안하고 선심성 예산 한 푼이라도 더 뜯기 위해 혈안이니 안 그래도 빠듯한 예산이 남아날리 없다. 빚은 눈덩이와 같아서 한번 불어나면 기하급수적인데 말이다.
교육도 개혁이 필요하다. 이미 현재의 대학교 구조는 지속가능성이 없다. 지금부터라도 점진적으로 구조조정을 해야하나 내 귀에 욕먹기 싫으니 다들 손 놓고 있는 분위기다. 대학교 학과나 교과내용도 미래지향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해관계자들이 많은 탓에 누구도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다.
빨라도 너무 빠른 저출산·고령화 앞에 얼마나 많은 숙제들이 우리 주변에 쌓여 있을까. 아마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욕 먹어도 할 일은 하겠다고 했는데, 이제는 진짜 해야할 것 같다.
사실 한 나라가 선진국이 된 것은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한 국가 리더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멀게는 영국의 처칠, 마가렛 대처, 독일의 하르츠 개혁을 이끈 슈뢰더 총리, 가깝게는 황무지에 가깝던 이 땅에 경부고속도로 건설, 산림녹화 등을 추진했던 박정희 대통령까지.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오늘의 번영은 어제 누군가가 그 기반을 닦았기 때문임을. 당장의 번영에 취해 내일을 준비하지 않는 자에게 미래는 없다는 것을. 역사책에 오늘이 대한민국의 전성기였다고 남기고 싶지 않다면, 그리고 후세에 참 무책임한 선배들이었다고 욕먹고 싶지 않다면 미래를 위한 개혁에 모두가 머리를 맞대길 바란다. 시작은 지금 당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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