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사장 부임 1월 주가 7만3800원 6개월 후 38% 하락
생명보험업계 1위 삼성생명이 흔들리고 있다. 삼성생명이 올해 초 전영묵(56) 사장을 구원투수로 등판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금융계열사의 ‘맏형격’인 삼성생명은 만성 실적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올해 초 ‘50대의 금융통’ 전영묵(56) 사장으로 전격 교체했지만, 6개월 성적은 초라하다.
삼성생명 주가는 전 사장 부임 이후 쭉 빠졌다. 전 사장이 부임한 지난 1월 20일 종가 기준 주가는 7만 3800원이었으나, 13일 종가 기준 주가는 4만 5700원으로 무려 38%나 하락했다. 시가총액도 당시 14조 7600억원에서 13일 종가 기준 9조 1400억원으로 무려 5조 6200억원이나 빠져나갔다.
특히 2010년 5월 상장 당시 공모가가 11만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성적은 더욱 초라하다. 주가는 반토막 이하로 뚝 떨어졌고, 시가총액도 상장 첫날 무려 22조 8000억원으로 시총 4위에 올랐으나, 지금은 30위 수준으로 밀려났다.
같은기간 미래에셋생명 주가는 13일 기준 종가가 2715원으로 28%, 한화생명은 1420원으로 35% 각각 하락했지만, 삼성생명보다는 덜 빠졌다.
삼성생명의 주가가 빠져나간 데는 경기부진으로 인한 보험업황 부진, 코로나로 인한 초저금리 시대, 지배구조 이슈 등 몇 가지 구조적인 악재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우선 수년째 계속된 경기부진으로 인한 저금리 기조로 보험업계의 업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사상최초로 기준금리 0%라는 ‘초저금리시대’를 맞게 된 것은 보험업계로서는 대형악재다.
그렇다보니, 지난해 말 기준 확정형상품비중이 36.5%(186조 5000억원)나 되는 삼성생명의 경우, 보험가입 고객에게 보장한 보험금 이자율보다 보험사 운용 수익률이 낮아 손해를 보는 구조이기 때문에 해를 거듭할수록 손실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 최대주주(보유지분 8.51%)인 삼성생명은 삼성금융계열사들의 지주회사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으나 2018년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포기선언을 하면서 그 기대감이 사라진 것도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최근들어서는 21대 국회가 들어서면서 지배구조 이슈가 재점화되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계열사가 비금융계열사의 주식을 시가총액의 3% 이상을 보유하지 못하게 하는 소위 ‘삼성법’이라 불리는 보험업법개정안이 21대 국회에 상정되면서 지배구조 이슈로 인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도 삼성생명으로서는 악재를 만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구조적인 난제를 해결할 이렇다할 출구전략이 없다는 데 있다.
전 사장 내정 당시만해도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란 기대감에 차 있었다. 삼성생명 출신의 ‘금융통’으로 누구보다 보험업계와 삼성생명의 사정에 정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1분기 영업이익(3747억원)과 당기순이익(2299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3.6%, 48.6% 빠지면서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이에 전 사장은 해외영업팀을 정비해 사장 직속으로 두는가 하면, 보험설계사들의 수수료를 50% 인상하고 신인 설계사 도입 연령도 대폭 낮추는 등 조직재정비에 나서는 등 극약처방을 썼지만, 이미 기울어진 시장을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는게 업계의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영묵 사장 부임 당시만 해도 구조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생보업계 1위의 지배력을 발판으로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해 무언가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미흡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