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잇단 회동 등 미래시장 선점 위한 적극 대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6일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찾아 전장용 MLCC(적층세라믹콘덴서)전용 생산공장을 점검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해 6월 삼성전기 수원사업장에서 경영진과 MLCC사업전략을 논의한 적은 있지만, 전장용 MLCC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현장점검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이 부산을 찾은 것은 최근 ▲5G·AI 등 정보통신기술 발달 ▲전기차·자율주행차 확산 ▲차량용 전장부품 수요 증가에 따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전장용 MLCC 사업을 직접 살펴보고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잇단 전기차 배터리 회동을 갖는 등 차세대 전장부품 시장 선점을 위해 잰걸음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부산사업장에서는 전장 및 IT용 MLCC, 차세대 패키지 기판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특히 삼성은 2018년 부산에 전장용 MLCC 전용 생산공장을 구축해 수요 증가에 대응해 왔다.
MLCC는 전자제품 회로에 전류가 일정하게 흐를 수 있도록 제어하고, 부품 간 전자파 간섭을 막아주는 초소형 핵심 부품이다.
회로에 들어오는 전류가 일정하지 않으면 전자제품이 오작동을 일으키거나 고장이 날 수 있으므로, MLCC가 반도체에 전기를 일정하게 공급하는 일종의 '댐' 역할을 하는 것이다.
MLCC는 대부분 전자제품에 들어가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기도 한다.
자동차에는 전장용 MLCC가 약 3000~15000개 가량 탑재되는데, 자동차의 전장화 및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관련 시장 확대에 따라 전장용 MLCC는 업계의 '블루오션'으로 여겨지고 있다.
전장용 MLCC는 자동차에 사용되는 만큼, 높은 수준의 신뢰성과 내구성이 요구되며, 고온(150도 이상) 및 저온(영하 55도), 외부 충격, 높은 습도 등 극단적인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KB투자증권에 따르면 세계 MLCC 시장 규모는 2020년 16조원에서 2024년 20조원으로 늘어나고, 전장용 MLCC 비중도 29%에서 35%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부산 방문에는 경계현 삼성전기 사장, 김두영 컴포넌트사업부장, 강봉용 경영지원실장 등이 동행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경영진으로부터 ▲전장용 고온·고압 MLCC ▲스마트 기기용 고성능·고용량 MLCC ▲통신·카메라 모듈 등 차세대 전자부품에 대한 기술 개발 현황을 보고 받고, AI·5G·전기차 등 신기술 확산에 따른 중장기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선두에 서서 혁신을 이끌어가자"면서 "현실에 안주하거나 변화를 두려워하면 안된다. 불확실성에 위축되지 말고 끊임없이 도전하자"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6월에도 삼성전기 경영진과 간담회를 갖고 전장용 MLCC 및 5G 이동통신 모듈 등 주요 신사업에 대한 투자 및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한편 올해 들어 이재용 부회장이 사업장을 찾아 간담회를 갖고 현장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며 격려한 것은 7번째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월 설 연휴 브라질 마나우스·캄피나스 법인 방문을 시작으로 구미 스마트폰 공장(3월), 반도체연구소(6월), 생활가전사업부(6월), 삼성디스플레이(6월), 사내벤처 C랩(7월)을 잇따라 찾아 직원들과의 직접 소통을 확대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