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감사 '후보'만 올라도 각종 개인정보 공시 요구 →개인정보 침해 우려
주총 개최 이전 사업보고서 작성시 기업현장 혼란 불가피
정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상법시행령 개정안이 일반기업에 금융기업에 준하는 과도한 규제로 오히려 기업혼란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사외이사에 대한 결격요건을 강화하면서 이사·감사 '후보'만 올라도 각종 개인정보 공시를 요구하고 있어 기업은 민감한 개인정보 조회 부담과 공시의무 위반의 '삼중고'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와관련,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 원장 권태신)은 22일 정부가 입법예고한 상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법무부와 금융위원회에 전달했다고 23일 밝혔다.
법무부가 이번에 입법예고한 상법 시행령 개정안은 ▲사외이사 결격요건 강화, ▲이사·감사 후보자의 개인정보 공개범위 확대, ▲주주총회 전 사업보고서 제공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법무부는 상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민간기업의 사외이사에 대해 금융회사에 준하는 자격요건을 강제할 계획이며, 개정안 시행시 상장사들의 지배구조나 이사회 구성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자기자본을 운영해 이익을 실현하고 이를 주주들에게 배당하는 일반기업에 대해, 고객의 자금을 운용하는 금융사만큼 엄격한 자격요건을 요구하고,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기업 경영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라는게 한경연측의 주장이다.
이사·감사 후보자들의 개인 신상정보를 주총 전에 주주들에게 제공해야 하는 것도 기업에게 큰 부담이다. 법무부가 시행령 개정(개정안 제31조 제③항 제5호)을 통해 후보자의 결격사유로 기업들이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정보에는 후보자의 횡령, 공갈, 배임 등의 범죄경력이 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시행령 주요내용은 5억원 이상 사기·공갈·횡령·배임 등으로 유죄 확정시 해당범죄로 재산상 손해를 입은 기업에 취업을 제한했다.
이같은 상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업은 이사·감사 후보자들의 법령상 결격 사유, 특히 전과기록 같은 민감한 사안을 조회하고 그 정보를 기업 명의로 주주들에게 공시해야 한다.
한경연 측은 "결국 상장사들은 후보자의 개인 신상정보 공개에 대한 책임과, 미이행시 공시위반 처벌 부담까지 삼중고에 시달려야 한다"면서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피해도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이사회 구성원들에 대한 정부의 규제 강화와 공시의무 부과는 곧 인력풀을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사외이사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개정 의도와 달리, 규제 강화로 능력보다는 다른 요소에 중점을 둬 전문성이 떨어지는 집단의 비중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CEO스코어가 최근 올해 3월 국내 57개 대기업집단 계열사 267곳의 사외이사 이력을 조사한 결과, 857명 중 관료출신 321명(37%), 학계출신 282명(32.8%), 경영인출신 154명(17.9%)으로 사외이사의 약 70%가 관료·학계 출신이었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주식회사를 구성하는 주요기관인 이사회에서 활동할 사외이사의 자격조건을 정부가 강화하는 것은 기업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만큼, 국회에서 상위법을 통해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환익 실장은 특히 “개인 신상정보 보호가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먼저 나서서 기업 이사·감사 후보자들의 개인 신상정보를 주주들에게 공시하도록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