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웹사이트 개설 ...'기업가치 높이는 주주제안' 공표
이달 말 주총 표 대결시 국민연금 캐스팅보트 역할
[매일산업뉴스] ‘형제의 난’을 혹독하게 치렀던 금호가(家)에 또다시 경영권 분쟁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73)의 조카인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43)가 지난달 말 삼촌과의 지분 특수관계를 청산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이번엔 웹사이트를 개설해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발표하는 등 삼촌인 박찬구 회장에 대한 공세수위를 높여나가고 있다. 이에 박찬구 회장도 우호세력 확보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철완 상무는 3일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제안’을 발표했다.
박철완 상무는 “금호석유화학이 영업성과가 좋음에도 불구하고 기업가치가 10년 전과 같은 수준에 정체돼 있다”고 지적하면서 “자사주 소각과 계열사 상장 및 부실자산 매각으로 재무 건전성을 회복하고, 전문성과 다양성을 고려한 이사진을 구성해 저평가된 회사를 가치를 높여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철완 상무가 지난 1월 박찬구 회장과 지분 특수관계를 청산하겠다고 밝힌 후 비공개로 제출했던 주주제안을 웹사이트를 통해 대외에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이는 이달 말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다음주 열릴 예정인 이사회를 겨냥한 것으로, 이사진 교체와 배당확대 등 자신의 주장을 정기총회 안건으로 상정하기 위한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박철완 상무는 금호석유화학측에 ▲자신을 사내이사로 추천하고, ▲자신의 우호인사 4명을 사외이사로 추천하고, ▲배당도 주당 1만원 이상으로 늘려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위해 박철완 상무는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법에 주주제안 의안 상정 가처분 소송도 제기했다. 앞서 박철완 상무는 지난달 법원에서 주주명부 열람 가처분도 받았다. 주주 명단을 직접 보고 주주총회에서 자기편을 들어줄 우호세력을 만들겠다는 의도에서다.
주주제안이 주총 안건으로 상정되면 이달 말 정기주총에서 표 대결로 승부가 판가름 난다.
현재 박철완 상무의 금호석유화학 지분은 10.0%이다. 박찬구 회장은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6.69%를 보유하고 있지만, 장남인 박준경 전무(7.17%)와 딸 박주형 상무(0.98%)의 지분율을 합치면 총 14.84%로, 박철완 상무의 지분율을 앞선다.
따라서 금호석유화학 지분 8.16%를 보유한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표 향방이 경영권 분쟁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박철완 상무의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주총 표 대결에서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이 박철완 상무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면서 "더군다나 박찬구 회장이 최근 법무부를 상대로 낸 취업제한 무효소송에서 패소한 것도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구 회장은 지난 2018년 배임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판결을 받아 지난해 5월 법무부로부터 취업제한을 통보받았다. 박찬구 회장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주 법원으로부터 패소당했다.
◆박찬구 회장, 조카와 '공동경영' 명분으로 분리경영...지금은?
한편 금호석유화학의 경영권 분쟁은 박찬구 회장이 지난해 장남 박준경전무(43)만 승진시키며 경영권 승계 움직임을 보이면서 촉발됐다.
박찬구 회장이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금호석유화학을 떼어내 지금의 독자경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최대주주인 박철완 상무의 역할이 컸다.
금호가(家)에 ‘형제의 난’이 한창이던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을 당시, 박찬구 회장은 조카이자 1대 주주인 박철완 상무와의 공동경영을 명분으로 채권단과 분리경영에 합의하게 됐다. 이후 2012년 워크아웃을 졸업한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을 거쳐 계열분리에 성공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박찬구 회장이 지난해 승진에서 박철완 상무를 배제시키면서 3세 경영권 후계구도에서 밀려나는 모양새가 되자 ‘조카의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10년 전 형제의 난 때는 박찬구 회장이 형인 박삼구 회장을 상대로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면, 이번에는 입장이 뒤바뀌어 박찬구 회장이 조카로부터 공격을 받는 꼴이 됐다”며 씁쓸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