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매체들, '韓배터리 쟁쟁력 약화' 잇단 보도
웨이커왕 "韓업체들 각종 난제로 주춤하는 사이 中기업은 기회"
[매일산업뉴스] “LG와 SK, 대한민국의 대표 기업들이 3년째 소송 중이고 소송비용이 수천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경제적인 것뿐만 아니라 양사가 싸우면 남 좋은 일만 시킨다. 남이 누군지는 다 아실 것이다.”
이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1월 말 열린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한 말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간 ‘배터리 분쟁’으로 중국 등 전기차 배터리 경쟁사들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양사의 조속한 합의를 촉구했다.
이 같은 우려는 불과 2개월 만에 현실로 나타났다. 세계 완성차업체 1위인 폭스바겐이 ‘K-배터리로부터의 독립선언’을 했다. 폭스바겐은 지난 15일(현지시간) ‘파워 데이’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공급하는 파우치형 배터리가 아닌, CATL 등 중국 배터리 업계가 주력하는 각형 배터리를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이와관련, 중국 매체들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자국 업체들에게 뒤처지고 있다는 것을 연일 보도하고 있다.
중국 하이테크놀로지 전문매체 웨이커왕은 지난 23일 ‘한국 배터리 제조사, 폭스바겐에 버림받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업체들이 각종 난제로 주춤하는 사이 중국 업체들이 기회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웨이커왕은 “대규모 리콜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또 다른 난항을 겪게 됐다”면서 “폭스바겐의 전기차 배터리 기술전략에 따라 한국 배터리 제조사들이 신규 공급사 선정에서 멀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업체들이 주춤하는 사이) 중국의 CATL과 스웨덴의 노스볼트가 기회를 잡을 것”이라면서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은 변화를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같은날 중국 포털사이트 왕이에 올라온 중국 에너지정보플랫폼 보도 역시 마찬가지다.
에너지정보플랫폼은 ”폭스바겐의 배터리기술 전략변화에 따라 중국의 CATL과 유럽의 노스볼트가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대신할 것”이라면서 “LG와 SK는 타격이 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두 회사는 전 세계시장을 확장하기 위해 미국, 유럽, 아시아의 생산기지에 수십억 달러를 연속적으로 투자했는데, 폭스바겐의 갑작스러운 발표에 큰 충격에 휩싸였다”면서 “향후 두 회사의 배터리 공급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고 했다.
이들 매체들은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LG와 SK간 배터리 분쟁을 꼽았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패소판결로 인해 수조원대의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됐고, 결과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도 배터리 공급에 타격을 입게 됐으니 말이다.
실제 폭스바겐은 SK이노베이션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배터리를 공급받기로 했다. 그런데 조지아 공장은 SK가 ITC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10년 생산 및 수입금지’조치를 받아 2년 시한부 가동 위기에 놓여 있다. 폭스바겐이 2023년부터 배터리 공급처를 바꾸겠다고 한 시기와도 맞아 떨어진다.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을 받아야 하는 폭스바겐으로서는 전략적으로 방향선회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코나EV 화재로 불거진 배터리 안전성 문제도 경쟁력 악화로 꼽히고 있다.
웨이커왕은 “지난해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1위를차지한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 코나의 대규모 리콜사태로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게 됐다”고 밝혔다.
코나 이후에도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들이 배터리결함에 따른 리콜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제너널모터스(GM) 볼트도 내달 화재원인에 대한 결과발표를 앞두고 있고, 포드·르노·폭스바겐 등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의 일부 전기차 모델에서도 배터리 화재 위험성으로 크고 작은 리콜을 완료했거나 진행 중에 있다.
‘K-배터리’는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한국판 뉴딜정책의 한 축으로 치켜세울 정도로 주목받았다. 그런데 불과 6개월 만에 이같은 위기에 처한 것은 국내 업체들이 자초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더 큰 문제는 K-배터리와의 결별이 폭스바겐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미 전기차업체 1위 테슬라는 물론 일본의 토요타, 국내의 현대자동차그룹도 장기적으로 자체 배터리 생산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여기서 더 이상 밀리게 되면 ‘K-배터리’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게 된다. LG와 SK는 3년째 배터리 분쟁을 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이제 막 열리기 시작하는데, 양사 모두 소송에 매달리다 보니 신규시장 개척이나 시장의 흐름을 놓칠 수 있다. 경쟁력이 약화될 수 밖에 없다.
국내 업체들끼리 물고 뜯는 사이, 중국 업체들만 배불리고 웃게 만든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더 늦기 전에, 양사 모두 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