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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톺아보는 세상만사] 5582 ... 창성창본(創姓創本)으로 성씨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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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톺아보는 세상만사] 5582 ... 창성창본(創姓創本)으로 성씨 급증
  • 김혜림 기자
  • 승인 2021.05.19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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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급증한 귀화자들 새로운 성씨와 본 만들어
'다름'을 '틀림'으로 보는 편협함 없는지 되돌아봐야

[매일산업뉴스] 5582.

우리나라 전체 성씨는 통계청의 ‘2015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5582개입니다. 성씨 조사는 15년 만에 한 번씩 이뤄지므로 최신 자료입니다. 생각보다 성씨가 꽤 많지만 가장 많은 성씨는 역시 김씨로 전체의 21.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어 이씨(14.7%), 박씨(8.4%) 순이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 5명 중 1명은 김씨 성을 갖고 있는 셈입니다. 

ⓒ 통계청
ⓒ 통계청

요즘 성씨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습니다. “자녀들의 성이 꼭 같지 않을 수도 있다”는 뉴스 때문입니다.

20세기까지만 해도 자녀의 성은 무조건 아버지의 성을 따르도록 돼 있었습니다. 2008년 호주제가 폐지되면서 달라졌습니다. 부부가 혼인신고를 할 때 합의하면 자녀의 성과 본을 엄마의 것을 따를 수 있습니다. 특별한 합의가 없을 때에는 종전대로 아버지의 성을 따릅니다. 이런 ‘부성 우선 원칙’이 지난달 확정된 여성가족부의 ‘제4차 건강가정 기본계획안(이하 계획안)’으로 폐기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계획안에는 자녀의 출생신고를 할 때 부모가 협의해서 아버지나 어머니의 성으로 정할 수 있도록 민법을 개정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김혜림 대기자
김혜림 대기자

성씨는 삼국시대까지는 왕과 일부 귀족 계층만이 갖고 있었고, 고려 후기에 와서야 일반 백성들도 사용했습니다. 조선시대 임진왜란 이후 경제력을 가진 외거노비들도 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누구나 성과 본을 갖게 된 것은 1894년 갑오경장을 계기로 신분·계급이 타파된 뒤 1909년 새 민적법이 시행되면서부터입니다.

조선 초기 세종실록지리지에는 250성에 4400여 개의 본관이 있는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1930년 국세조사에서도 성은 250개로 거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1960년 258개, 1975년 247개, 1985년 274개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2000년 조사에선 한자(漢子)를 쓰고 있는 성씨는 286개로 큰 변화가 없었으나 한자가 없는 성이 442개나 생겨 전체는 728개로 크게 늘었습니다. 2015년에는 한자가 있는 성도 1507개, 한자가 없는 성은 4075개로 양쪽 모두 급증했습니다. 성씨가 이처럼 급격하게 늘어난 것은 귀화자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도 귀화자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2000년대까지 280여개였던 성씨 중 절반 정도는 외국에서 전래된 귀화 성씨였습니다. 가(賈)·강(强)·오(吳)·염(廉)·구(具)·유(劉)·여(呂)·장(張)·노(盧)·육(陸)·송(宋) 씨 등 120여개 성씨는 중국에서 온 것이라는 게 정설입니다. 이밖에 연안 인(印)씨는 몽골, 청해 이(李)씨는 여진, 경주 설(卨)씨는 위구르, 화산 이(李)씨는 베트남, 김해 허(許)씨는 인도, 병영 남씨는 네덜란드에서 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외래에서 온 시기를 보면 고려시대 60여개, 신라 시대 40여개, 조선시대 20여개 정도입니다.

2000년대 이후 귀화자가 많아졌고, 2008년 호주제 폐지 후 법원이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창성창본(創姓創本)을 허가해주면서 성씨의 숫자가 급증했습니다.

성씨가 많아지는 것이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일본의 성씨는 무려 10만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다만 다름을 틀림으로 받아들이는 우리의 편협함 때문에 한국 국적 취득자들이 우리식 성씨를 갖는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20 다문화청소년 종단연구 : 총괄보고서'에 따르면 다문화 청소년 부모 응답자 2167명 중 612명(28.24%)이 ‘한국에 살면서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은 약 222만명(2019 행정안전부 발표)으로, 총 인구의 4.3%를 차지합니다, 외국인 주민이란 한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을 비롯해 자국의 국적을 가진 채 거주하는 외국인과 그 자녀를 포함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외국인, 이민 2세, 귀화자 등이 5%를 넘으면 다문화 다인종 국가로 분류합니다. 단일 민족이던 우리나라도 다문화 다인종 국가에 근접해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글로벌 시대입니다. 다른 것을 같게 만들기보다는 다른 것을 받아들이는 관용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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