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 출범 이후 '마이홈 꿈' 7년이나 멀어져
[매일산업뉴스] 214개월.
.제법 산다는 가정이 서울에서 웬만한 집을 장만하기 위해선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은 채 214개월이나 모아야 된답니다. 전세보증금을 모으는 데도 120개월이나 걸린다고 합니다. 월급을 고스란히 모으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우선 먹어야 하고 아이들 공부도 시켜야 하니까요. 그런데다 자고새면 집값이 오르니 214개월도 꿈의 숫자일 뿐이겠지요.
KB국민은행이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반영해 산출한 올해 3월 기준 서울의 '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은 17.8이었습니다. PIR은 주택가격을 가구의 연소득으로 나눈 값입니다. PIR이 17.8이란 것은 소득이 중간 정도 되는 계층(소득 상위 41~60%)이 중간 가격대의 집을 사는 데 17.8년이 걸린다는 의미입니다.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8년 이후 최고치입니다.
PIR 증가세의 기울기는 매우 가파릅니다. 그만큼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얘기지요. 서울의 PIR은 2019년 1월에는 12.9였고, 10월에는 13.1이었습니다. 지난해 3월에는 14.2, 10월에는 16.1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1월에는 17.0으로 증가했고 2개월 만에 17.8이 됐습니다. 내 집 마련에 걸리는 기간이 1년 전보다 3.6년이나 늘어났습니다.
올해 3월 PIR의 기준이 되는 서울의 중간 가격대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0억 305만원이랍니다. 지난해 3월에는 8억 405만원이었다니 1년 만에 25% 가까이 껑충 뛰어 올랐습니다. 그렇다면 그동안 월급은 얼마나 올랐을까요?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고용노동부와 통계청 데이터를 분석, 발표한 바에 따르면 근로자 월급총액은 2015년 299만1000원에서 2020년 352만7000원으로 연평균 3.4% 인상됐습니다. 월급인상률은 거북이걸음인데 집값은 토끼뜀을 하고 있으니 내 집 마련의 꿈은 접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서울에선 전세 값 마련도 만만치 않습니다. 올해 3월 전세 PIR(J-PIR)은 9.9로, 전세보증금 마련에도 꼬박 10년치 월급을 모아야 합니다. 이 역시 역대 최고치입니다. 지난해 3월 전세 PIR은 7.4였으니 1년 사이 2.5년이나 늘어났습니다. 3월 기준 서울 중간 가격대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격은 5억 5942만원으로 지난해(4억 2170만원)보다 33% 가까이 올랐습니다. 매매가보다 전세 값 상승 기울기가 더 가파르니 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질 수밖에 없겠지요.
IMF 때를 제외하고는 집값이 떨어진 기억은 별로 없지만 요즘 몇 년은 ‘너무 한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PIR은 10.9였습니다. 문 정부 집권 4년 만에 내 집 마련의 꿈은 7년이나 멀어졌습니다. KB 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4년 동안 집값은 평균 46%나 올랐습니다. 전세 값도 100주째 줄기차게 오르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지난 4년 동안 가장 아쉬웠던 점으로 ‘부동산 문제’를 꼽았습니다. “부동산 정책의 성과는 부동산 가격의 안정이라는 결과로 집약되게 되는 것인데, 그것을 이루지 못했”고 LH공사의 비리까지 겹쳐지면서 “정말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한 그런 심판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대통령이 맞은 ‘죽비’가 얼마나 뼈아팠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벼락거지’ 신세가 된 국민들의 곤궁함만 할까요.
한국갤럽이 최근 발표한 ‘문재인 정부 4년차 정책평가'에서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지금까지 가장 잘못한 일'로 43%가 '부동산 정책'을 꼽았습니다. 또 남은 임기 1년 동안 가장 중점을 둬야 할 사항으로 '부동산 시장 안정화'(21.7%)를 원했습니다. '경제 활성화'(10.2%)나 '코로나19 백신 확보'(7.0%) '코로나19 방역'(6.8%) 등은 뒷전이었습니다.
이제껏 한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역병' 코로나보다도 집값 오르는 것이 무서운 국민들. 문 정부는 남은 일년 동안 촛불을 들었던 이들이 진정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헤아려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