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여야 합의로 하위 88%에게 5차 긴급재난지원금 25만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10% 내외의 국민을 제외하고 사실상 대다수 국민에게 지급한다는 의미다. 지원금 지급을 최대한 늘리자고 주장한 이들은 정책에 대한 기대가 크다. 재난지원금 지급이 소비를 진작시켜 경제를 활성화시킬 것이라는 기대 말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재난지원금은 형평성도 실효성도 잡지 못할 우려가 크다.
온 국민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지금 재난 지원금을 국민 대다수에게 지급하겠다는 주장은 매력적일 수 있다. 소비를 진작시킬 것이란 기대는 소상공인들에게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러나 힘든 시기를 함께 이겨내고 코로나 이후의 대한민국을 걱정한다면 정치권은 현실을 직시하고 한정된 예산을 꼭 필요한 곳에 집중해야 한다. 재난지원금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전 국민에게 지급된 1차 재난지원금의 경우 경기진작 효과는 미비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1차 긴급재난지원금 총 17조 3,418억 원 지급에 따른 부가가치 생산액은 8조 5,223억 원이다. 투입액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출구조조정 및 소비지출 대체효과까지 반영해도 부가가치 유발계수는 투입액의 6~8 할로 투입액만큼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는 지극히 당연한 결과이다. 코로나 대응과 경제정책 실패가 이어지면서 경기상황이 좋지 않다. 지원금을 받는 대다수 주민들은 기한이 정해져있는 지원금을 대체소비로 썼다. 재난지원금으로 필수적인 소비를 하고 원래 갖고 있던 돈을 아껴 빚을 갚거나 저축을 한 것이다. 국민 대다수에게 지급된 1차 재난지원금이 내수 진작으로 기능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실효성의 측면을 잡지 못한 실패한 정책인 셈이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하위 88% 지급은 실효성 뿐 아니라 형평성도 잡지 못한다는 점에서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기준의 근거도 불분명한 하위 88%라는 기준을 설정해 국민을 갈라치기 했기 때문이다. 실효성을 고려해 어려운 계층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면 모두에게 지급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 그나마 형평성은 맞았던 1차 재난지원금과 달리 5차 재난 지원금의 경우 실효성도 없는데다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 기준으로 사회통합만 저해할 수 있다.
근거도 불분명한 지급기준으로 국민을 갈라치기하는 정책 기조는 중단되어야 한다. 국민을 분열시키는 근거 없는 기준이 아닌 국민이 납득할 만한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 즉 하위 88%에게 지급하겠다는 5차 재난지원금은 실효성도 없고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 재난지원금의 목적과 방향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재난지원금의 목적은 경기 진작이 아닌 재난상황에서 어려움에 처한 국민들이 이 힘든 시기를 버텨내게 하는 데에 있다. 재난지원금의 내수 진작효과가 미비하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고 정책의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 재원은 한정되어 있다. 이 한정된 재원을 코로나로 인해 피해가 가장 큰 소득 하위계층과 사업의 연속성 위기에 처한 사업자에 집중해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