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내식당 경영' '식판경영' 화제 ... 직원들과 구내식당서 함께 식사하며 유대감 쌓아
워킹맘 직원 10며명과 간담회 ... 2020년 8월 삼성전자에 이어 두번째
[매일산업뉴스] “환영합니다” “멋있어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서울 신천동 삼성SDS 지하 구내식당으로 들어서자 환호성이 쏟아졌다. 이 부회장은 미소를 지으며 직원들과 눈을 맞추고 인사했다. 한 직원이 이 부회장에게 다가가 친필사인을 요청하자, 그는 “삼성SDS 파이팅”이라는 문구와 함께 사인을 건넸다. 직원은 “가보로 남기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이 부회장이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이후 국내 사업장을 잇따라 돌며 현장 경영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2일 광복절 특별복권 이후 첫 대외행보로 19일 기흥 반도체 연구개발(R&D)단지 착공식에 참석했고, 화성캠퍼스에서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24일에는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 위치한 삼성엔지니어링 글로벌 엔지니어링센터(GEC)를 방문했다. 26일에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경영진과 회의를 갖고 TV·서비스 사업 현황 및 미래 중장기 전략을 논의했다. 또 VD사업부 MZ세대 직원들로부터 차기 전략제품에 대한 보고를 받고, DX부문 MZ직원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3주 연속 현장 소통 행보를 넓히고 있다.
이 부회장은 계열사를 찾을 때마다 구내식당에서 직원들 함께 식사를 한다. 이 때문에 ‘구내식당 경영’, 혹은 ‘식판경영’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화제다. 직원들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식단으로 식사를 하면서 친밀감과 유대감을 빠르게 쌓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도 삼성SDS 구내식당에서도 ‘가마솥 황태곰당’을 먹었다. 식판을 들고 다니며 배식받아 식당 한쪽에 앉아 약 15분간 식사했다. 이 부회장이 식사를 마치고 일어날 때는 식당 퇴식구 주변에 많은 직원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였다.
식당을 가득 메우다시피 한 직원들은 스마트폰 카메라 셀피와 영상 촬영을 하면서 “대박", "멋있어요", "환영합니다"라며 인사했다. 여러 직원이 “사진 한 번 찍어주세요”라며 셀카 촬영을 요청했고, 이 부회장은 그때마다 눈웃음을 지으며 촬영에 응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SDS 본사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황성우 삼성SDS 사장, 고정석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 등과 각각 만나 중장기 사업 전략을 논의했다.
황 사장과는 삼성SDS의 신사업으로 꼽히는 ‘디지털 트윈’에 대해 대화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 트윈은 실제 사물의 물리적인 특징을 가상 세계에 구현해 시뮬레이션하는 기술로,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증강현실, 센서, 데이터처리 등 다양한 혁신 기술이 복합적으로 활용된다. 이밖에 메타버스 시장 동향, 글로벌 IT서비스 현황, 글로벌 S/W 인재 채용 현황, 물류 사업 현황 등을 보고 받았다.
황 사장은 “클라우드 퍼스트 전략 아래 회사의 모든 역량과 조직을 클라우드 사업 역량과 기술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며 “클라우드 최고 기술 수준의 회사가 되기 위해 꾸준히 투자하면서 전사적으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직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영역에선 LG 춘, 메가존이 앞서 있다.
이 부회장과 고 사장은 삼성물산 상사부문의 올해 경영전망 및 미래사업 준비 현황 등을 점검하고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은 올해들어 사업 다각화 전략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어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업무와 육아를 병행하는 삼성SDS 직원 10여명과 ‘워킹맘의 일과 가정생활 양립’을 주제로 간담회를 갖고, 워킹맘 직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직원들은 ▲워킹맘의 최근 관심사와 고민 ▲가정과 회사의 양립 비결 ▲코로나 이후 직장 및 가정생활 변화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자유롭게 나눴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2020년 8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워킹맘 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제도혁신을 주문한 바 있다. 당시 이 부회장은 “기존의 잘못된 제도와 관행은 물론 시대에 뒤떨어진 인식을 바꾸자”며 “유능한 여성인재가 능력을 충분히 발휘해 차세대 리더로 성장하고,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조직문화를 함께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
이 부회장은 본인이나 가족이 코로나에 확진돼 재택근무 중인 직원들을 영상 통화로 연결해 격려하기도 했다.
삼성은 ▲모성보호 인력 전면 재택근무 실시 ▲육아휴직 확대 ▲임신 휴직 및 난임 휴가제 실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의 인사제도를 통해 직원들의 육아 병행을 지원하고 있다.
삼성은 과거의 차별적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 고 이건희 회장의 뜻에 따라 1993년 국내 대기업 중 최초로 여성 인력 공채를 도입했다. 1995년에는 인사개혁을 통해 남녀 공채를 통합해 인력을 선발하고 해외 지역전문가와 주재원 파견 기회를 여성 임직원들에게 똑같이 보장하는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양성평등 제도를 선제적으로 실시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과감하고 적극적인 제도 혁신을 통해 고 이건희 회장의 '여성 중시' 철학을 계승, 발전시켜가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