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세균 학위논문 표절 및 추미애 논문 표절 의혹과의 형평성
중립적 학자들 모습이라기보다 권한 넘는 편파적인 정치인들의 모습
최근 대통령 영부인 김건희 여사의 학위논문에 대한 야권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정치인들이야 항상 그래왔지만 이번에는 일부 교수들이 마치 학계와 국민을 대표하는 것처럼 ‘범학계 국민검증단’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검증을 한다고 하더니 그 결과를 발표했다. 결론은 논문이 표절의 집합체이고 그 질적 수준도 매우 낮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학위를 수여한 국민대학교와 교육부에 이를 취소하라는 요구까지 했다.
그렇다면 대통령 배우자에 대해 특검까지 주장하는 야권의 실상은 어떠한가. 지난 대선의 이재명 후보, 예비후보였던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학위논문이 표절로 드러났다. 또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논문표절 의혹이 제기되었으나 검증한 적은 없었다. 더구나 이들은 배우자도 아닌 본인의 문제이다. 이들에 대해서는 한 마디 하지 않던 교수들이 갑자기 영부인 논문을 검증한다니 형평성이 안 맞는다. 그동안 논문표절 시비는 학계에서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로 언론이나 정치판에서 제기되어왔지만 이번에는‘범학계’에서 검증한다고 했다. 그런데 관련 분야의 오래된 권위있는 학회라면 모르겠지만 급히 만들어진 단체에게 누가 국민의 이름까지 걸어주고 검증할 자격을 주었는지 의아하다.
2001년 마이클 스펜스(A.M.Spence) 하버드대 교수는 노동시장에서의 신호이론(signaling theory)을 연구한 공로를 인정받아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의 연구내용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여러 구직자들의 품질을 잘 구별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어렵게 취득한 학위가 능력있는 구직자를 선별할 수 있는 유효한 판단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즉, 학위가 구직자에 대한 정보비대칭을 제거해서 노동시장의 실패를 막는 역할을 한다는 결론이다. 그런데 표절이 성행한다면 학위가 신호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게 되므로 표절은 옹호될 수 없으며 마땅히 제재되어야 할 것이다.
대학원에는 일반대학원, 전문대학원, 특수대학원이 있는데 이 중 일반대학원은 학문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대학원이다. 그렇지만 영부인이 다닌 전문대학원과 정치인들이 다닌 특수대학원은 대개 실무종사자들이 직장과 병행해서 다니는 대학원이다. 실무에서 쌓은 경험을 나름대로 이론적 체계에서 정리해보는 기회를 갖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대학원생들끼리 인적 교류가 활발하여 정치인들은 표를 얻는 장소로 활용한다. 사실 많은 대학들이 수입을 늘리는 차원에서 학위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래서 교수들이 대학원생을 모집하러 다니는 일은 일상이 됐다. 꼭 재정적인 문제때문만이라고 볼 수도 없다. 외부활동에 관심 많은 교수들이 학위를 매개로 정치인, 기업인들과 인연을 만드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전문대학원과 특수대학원의 학위논문은 일반대학원과 같은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지 않는다. 검증단 교수들도 대학원생을 지도해 본 경험이 있다면 이러한 사정과 관행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대학들마다 사정과 수준이 다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이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학위를 줄 수 있다. 그리고 학위를 국가시험으로 수여하는 것이 아니므로 모든 대학의 학위가 균질성을 가질 수 없음은 당연하다. 자연스럽게 회색 등급의 논문이 대부분인 것이 현실이다. 그래도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논문을 관리하고 판단하여 학위를 수여해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다른 대학의 학위논문 하나를 지목해서 흑백의 잣대로 검증하고 학위를 취소하라는 요구는 공감받기 어렵다. 중립적인 학자들의 모습이라기보다는 권한을 넘는 편파적인 정치인들의 모습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