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예산의 강력한 절감정책도 함께 내놓았어야...
법인세 과표구간 없애고 부담도 줄여서 기업 경쟁력 높여야
지난 9월 영국에서는 리즈 트러스 총리가 첫 40대 여성 총리로 임명되어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감세를 통한 성장정책을 추진하다가 반대여론에 부딪쳐서 취임 45일 만에 사임해 영국 역사상 최단기 총리가 됐다. 트러스 전임총리가 450억 파운드(74조원)의 감세안을 내놓으면서 영국 파운드화와 국채 가치는 폭락했다. 코로나 사태 중에 풀린 유동성을 회수하느라 전 세계 국가들이 고삐를 죄는 상황과 역행하는 조치였기에 시장의 신뢰를 잃고 결국 물러나게 됐다. 그렇지만 감세를 통한 성장정책의 타당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트러스 총리가 감세정책을 내놓으면서 정부예산의 강력한 절감정책도 함께 내놓았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면 감세로 인해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세수부족을 국채발행으로 메꿀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트러스 전 총리의 감세정책은 정부의 기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아담 스미스의 논리와 궤를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세금이 많으면 정부의 일이 많아지고 조직도 비대해져서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의 일자리 사업을 보자. 급격한 증세로 돈을 거둔 문재인 정부는 5년간 일자리 예산을 무려 127조원을 썼다. 트러스 총리를 물러나게 한 감세규모 74조원과 비교하면 127조원이 얼마나 큰 금액인지 가늠이 될 것이다. 그렇게 천문학적 금액을 썼는데 일자리 사정은 더 나빠졌다.
e-나라지표를 보면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실업률은 오히려 3.7%에서 4.0%로 높아져서 5년 평균 실업률은 3.8%(청년실업률은 9.0%)에 이르렀다. 그런데 새 정부가 들어선 올해 4월부터 9월까지 평균 실업률은 2.7%(청년실업률은 6.6%)로 낮아졌다.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일자리 사정이 개선되는 양상이다. 물론 새 정부의 정책 결과라고 보기에는 성급하다. 그렇지만 감세정책에 대한 기대가 민간부문의 투자에 반영된 면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삼성이 평택에 4~6공장을 착공하면서 일당 40만원의 일감이 10년간 넘치고 월수입이 1000만원을 넘는 일용직 부부들도 수두룩하여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온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문재인 정부는 법인세 과표구간을 3단계에서 4단계로 늘리고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렸다. 전 세계적으로 거의 모든 국가들이 기업활동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법인세를 낮추고 있는 추세와는 역행하는 것이었다. 새 정부가 이를 종전 수준으로 원상복귀시키려고 하는데 그렇게 된다고 해도 여전히 OECD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국처럼 제조업 비중이 높은 헝가리(9.0%), 아일랜드(12.5%), 독일(15.8%), 체코(19.0%) 등은 모두 최고법인세율이 20% 미만이다. 특히 아일랜드의 경우 다국적기업이 몰려 고용의 20%를 늘었는데 법인세율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세계적 기업들과 경쟁하는 우리 기업들에게 더 높은 세금 부담을 주면서 우리 경제가 성장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법인세 과표구간을 없애고 세제를 단순화시키면서 부담도 줄여서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 투자도 늘고 세수도 증가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인세 인하는 원상회복만으로는 미흡하다.
그러나 새 정부가 계획하는 원상회복 정도의 세재개편마저도 부자감세라고 호도하는 주장들이 눈에 띈다. 법인세 인하는 부자감세와는 상관도 없는 것이고 오히려 서민들의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자에 대한 거부감을 조성해서 새 정부의 정책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특히 트러스 총리의 실각을 호재로 삼는 모습이다. 세금을 많이 거둬서 정부가 직접 챙기는 것이 정의롭고 살기 좋은 세상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충분히 경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