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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좌충우돌]화살로 쏘고 우산으로 찌르고 ... 남은건 유혈 테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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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좌충우돌]화살로 쏘고 우산으로 찌르고 ... 남은건 유혈 테러인가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2.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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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종근 시사평론가

분노와 증오와 혐오로 결속하고 열광하는 ‘무리’들의 결말은
“원수 갚기 미명 아래 ‘증오의 대오’를 ‘정의의 대오’로 착각”
지난 11일 주말 서울 도심에서 열린 진보 성향 시민단체 집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사진을 향해 장난감 활을 쏘는 부스가 설치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 페이스북 캡처.
지난 11일 주말 서울 도심에서 열린 진보 성향 시민단체 집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사진을 향해 장난감 활을 쏘는 부스가 설치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 페이스북 캡처.

짐승, 사물 따위가 모여 있는 형태를 '무리'라고 한다. 무리에는 도리나 이치에 맞지 않거나 정도에서 지나치게 벗어난다는 뜻도 있다. '떼'는 무리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떼에는 무리한 요구나 청을 들어 달라고 고집하는 짓이라는 의미도 있다. 비슷한 말에는 패, 패거리, 무더기 등이 있다.

떼든 패든 떼거리든 패거리든, 제정신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는 형태를 나타내는 말은 아니다. 이런 말들을 사람과 연관시키면 속되게 느껴진다. 사람 뒤에 붙는 것보다 짐승이나 사물 뒤에 붙는 것이 어울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람 떼보다 메뚜기 떼, 사람 한무더기보다 머릿카락 한무더기가 입에 찰지게 붙는다.

그리하여 어떤 주장을 하러 모였거든 사람으로 대우 받아야지 금수나 사물로 불려서는 그 주장하는 바를 다른 이들에게 전달할 수 없다. 사람다운 언행을 해야 사람으로 인정해서 귀도 기울이고 떼나 패 같은 단위로 불리지 않는다.

이종근 시사평론가
이종근 시사평론가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는 '무리'들이 지난 11일 서울 중구 태평로 일대에서 '제26차 정부 규탄대회'를 개최하면서 참가자들에게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한동훈 법무장관의 얼굴이 그려진 과녁에 화살을 쏘게했다. 세 사람의 얼굴 과녁 뒤에 걸린 현수막에는 '난방비 폭탄, 전쟁 위기, 깡패정치, 친일매국 윤석열에 활쏘기'라고 적혀 있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난 18일 또다시 열린 대통령 퇴진 집회에서 이번에는 윤 대통령의 모습을 본뜬 인형과 샌드백이 등장했고 한 참가자가 ‘김건희를 구속하라’라고 적힌 인형을 손수레에 매달아 끌고 행진하자, 다른 참가자들이 다가와 우산으로 인형의 얼굴 부분을 찌르며 “윤석열 개XX” 등 욕설을 외쳤다. 또 주최측이 설치한 천막 안에선 한 어린이 참가자가 대통령 내외의 얼굴이 프린트된 샌드백을 뿅망치로 내리쳤다.

지난 1월 9일에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나체로 칼을 휘두르는 모습을 그린 그림 등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시하려다 철거된 사건도 있었다. 좌파매체들은 표현의 자유를 언급하며 ‘국회의원회관 회의실 및 로비 사용 내규’에 의거, 철거를 단행한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을 비난했다. 이 전시회에는 '대통령실 공사 수의계약 해먹을 결심'이라는 제목의 작품을 비롯해 쓰러진 윤 대통령 옆에 소주병이 나뒹굴고 그 위로 김건희 여사가 앉아 있는 그림과 술에 취한 윤 대통령 옆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개로 묘사한 그림 등이 포함됐다.

독일 나치 정권의 국민계몽선전부 장관 괴벨스는 일찍이 "분노와 증오는 대중을 열광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고 선동가답게 증오를 미화했다. 괴벨스의 말은 임기가 1년도 되지 않은 대통령에 불복해 퇴진 요구를 일상화하는 '무리'들에 의해 이 땅에 현실로 구현되고 있다. 그들은 검찰을 악마화하고 김건희 여사를 죄인시하며 한동훈 장관을 희화화하고 마침내 윤 대통령을 조롱하며 열광하고 있다.

거리에 나선 사람 ‘떼’와 몇몇 민주당 ‘패’들은 자신들의 행태를 표현의 자유라고 당당히 변명한다. 이들은 선거에서 지면 언제나 반성과 성찰을 입에 올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들의 말을 잊어버리는 기억상실증에 걸린다. 김두관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에 대선 패배 원인을 진단하면서 “문재인 시대에 들어 노무현의 원수를 갚는다는 미명 아래 ‘증오의 대오’를 ‘정의의 대오’로 착각하는 중대한 실책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또 “개혁은 우리만이 할 수 있다는 오만이 민주당을 지배했다”며 “진영 논리와 내 편 감싸기가 국민과 민주당을 더욱 멀어지게 했다”고 했다. 이런 반성을 하는 자들이 거리를 메우는 '증오의 행렬'을 향해 아무런 지적도 비판도 하지 않는다.

폭력은 증오와 혐오를 먹고 자란다. 증오와 혐오는 그 ‘떼거리’를 흥분시키고 자신들의 목적을 정당화시키고 선민의식에 사로잡혀 자신들의 행위를 선함으로 포장하고 점점 더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폭력을 행사하며 끝내 테러도 서슴지 않게 된다. 아리안족을 떠받든 독일인들은 유대인들을 무조건 증오했기 때문에 학살한 것이다. 이처럼 증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유가 없고 무조건적’이기 때문에 쉽게 사라지지 않고 불멸에 가까운 현상으로 남아 있게 된다.

우리가 선거라는 제도를 받아들이고 투표의 결과에 승복하는 것은 생각과 이념과 핏줄과 나이와 학교와 출생지와 성별과 빈부의 차이가 있는 상대방과 공동체를 이루어 공존하기 위함이다. 하다못해 수긍할 수 없는 것을 수용한다는 관용의 마음조차 없이 상대방을 저주하고 짓밟고 침을 뱉으며 거부하는 것을 묵인한다면 끊임없는 복수의 테러를 자행하는 세상을 맞이해야 한다. 그런 시대를 피하려는 일말의 양식이라도 남아있다면 지금 당장 ‘증오’를 멈추고 선거결과에 승복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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