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충효과 숨기기, 허위 인증, 애매한 용어 사용 등 7가지 유형 유의해야
기업들이 발행하는 ‘지속가능 보고서’ ‘환경보고서’ 등도 꼼꼼히 살펴야
코로나19가 사실상 종식단계에 들어서면서 아흔 중반이신 아버님 생신에 감사하고 반가운 마음으로 가족모임을 가졌다. 그리 크지는 않으나 깔끔하고 조용한 한식당에서 정갈한 음식을 먹으며 오랜만에 즐거움과 행복함을 느꼈다. 마침 식사가 거의 마무리될 무렵에 이제 직장인으로 경제활동을 시작한 손주들이 저마다 나름대로의 정성을 표시하며 할아버지의 건강을 기원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달콤한 생크림 케이크도 한 조각씩 나눠 먹으며 이 순간 기분좋으니 ‘0칼로리’라며 다이어트 걱정을 내려 놓자고 했다. 며느리가 준비해온 과일 선물상자도 정겨운 분위기에 한 몫 했다. 과일상자에 들어 있는 잘 익은 망고와 알이 굵은 연녹색 포도는 얇은 랩으로 개별 포장되어 상품의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기쁜 날 선물용으로 또는 병문안 갈 때, 친지들 댁에 방문할 때도 이렇게 포장된 과일을 들고 갔던 기억이 있다.
코로나 이전,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갔었는데 런던 시내의 작은 식료품을 파는 가게에 들른 적이 있다.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각종 공산품과 식료품, 과일, 채소 등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는 데 과일 판매대 위쪽 눈에 잘 보이는 곳에 가격표시 팻말보다 조금 큰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Sell only loose fruit and vegetables’라고 써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아마도 ‘우리는 오직 (플라스틱으로)포장하지 않은 과일과 채소를 팝니다’ 라는 의미 같았고, 판매대에 진열돼 있는 과일 등은 모두 과수원에서 따온 그대로의 모습, 얇은 랩으로 싸여 있지 않은 과일 그 자체였다. 환경을 생각하여 플라스틱 폐기물, 일회용품을 줄이고자 하는 노력으로 보였다.
‘Loose fruit and vegetable’이란 일회용 플라스틱으로 포장하지 않은 과일과 채소를 말한다. 이런 ‘비포장 과일과 채소’는 랩이나 비닐봉투 같은 합성수지 사용과 쓰레기를 줄이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과일의 신선도와 품질을 직접 확인할 수 있으며, 소비자의 선택권을 높이기도 한다.
유럽에서는 비포장 과일과 채소(loose fruit and vegetable)를 판매하는 식료품점이 많다고 한다. 우유나 시리얼 등 식료품을 집에서 쓰던 용기를 가지고 가서 필요한 양만큼 덜어서 사가지고 오는 일명 밀크스테이션(Milk station)’도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하고 시민들도 이에 호응하고 있는 추세이다. 여기에 더해 일회용으로 쓰이는 포장재도 환경을 고려한 선택이 자연스레 이루어지고 있다. 과일 등은 신선도 유지나 유통 시 부딪힘 방지를 위해 완충재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합성수지(랩)나 일회용 포장재를 사용해 상품성을 돋보이게 하여 소비자를 현혹하는 듯한 겉치레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처럼 세계 각국은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 확산을 막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플라스틱 포장재, 일회용품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 (약칭: 제품포장규칙)’이란 법률로 폐기물 발생을 억제하고 재활용을 용이하게 하려고 하고 있다. 또한 ‘생산자책임 재활용제도(EPR)’를 활용해 포장재가 생산단계부터 재활용이 쉬운 재질과 구조로 개선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과일이나 채소, 또는 신선 식품의 포장에 대해서는 받침접시 이외에는 아직 제한규정이 미흡한 실정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판매자와 소비자인 시민들의 의식과 습관부터 개선해야 할 점은 없는지 짚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편리성·경제성· 환경문제’는 전체 과정을 면밀히 살펴보고 따져봐야 득(利得)인지, 실(失)인지 판단할 수 있는 것으로, 그리 간단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겉으로는 친환경을 외치면서 실제는 그렇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얼마 전, 한 유명 커피 전문점에서 환경을 고려해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사용했지만 결국은 합성수지로 코팅된 것이어서 재활용이 어렵다는 것이 확인됐다. 또 한 유명 화장품 회사는 플라스틱 용기에 종이를 덧붙인 것인데도‘종이 보틀(병)’이라고 홍보해 친환경제품으로 둔갑시킨 적이 있다. 이는 모두 ‘그린워싱(Greenwashing)’에 해당된다. 그린워싱이란 기업이나 단체에서 실제는 친환경적이지 않은 제품을 생산·서비스하면서도 허위·과장광고나 선전, 홍보하는 수단을 이용해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포장하는 행위를 말한다. 한마디로 친환경의 탈을 쓴‘위장환경주의’를 가리킨다. 이는 명백히 소비자를 기만하고 환경 문제를 무시하는 것이다.
그린워싱은 캐나다의 환경컨설팅사인 테라 초이스(Terra Choice)가 2007년 ‘The Six Sins of Greenwashing (그린워싱의 6가지 유형 들: 북미 소비자 시장의 환경적 주장에 관한 연구)보고서에서 "기업의 환경 관행이나 제품 또는 서비스의 환경적 편익에 대해 소비자를 오도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그린워싱의 6가지 유형을 제시했다. 이후 2010년에는 7가지 유형을 제시했다. 테라 초이스의 그린워싱 7가지 유형은 ▲상충효과 숨기기 ▲근거없는 주장 ▲제품정보에 대한 증거불충분 ▲허위인증(라벨)사용 ▲애매모호하고 광범위한 용어사용 ▲관련성없는 주장 ▲거짓말 등이다. 이는 그린워싱에 속지 않고 친환경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기준으로 활용된다. 예를들면 ’상충된 효과’는 종이사용으로 친환경을 강조하는 경우에도 종이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이나 염소 사용 등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친환경'이라는 단어만 사용하고 구체적인 근거나 자료, 데이터를 제시하지 못하는 것은 그린워싱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린워싱은 소비자들이 친환경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려는 의도를 이용해 기업의 이익을 증대시키는 행위다.
소비자들은 그린워싱에 어떻게 대처하고, 회피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기업은 매년 재무적 성과를 공개해 왔다. 최근에는 경영상 비재무적 요소인 기후변화 등에 대처하는 환경문제, 산업안전과 사회적 기여를 포함하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 경영상 의사결정 등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포괄하는 ESG경영을 표방하며 저마다 ESG실천을 과시하는 추세다. 따라서 기업들이 발행하는 ‘지속가능 보고서’, ‘환경보고서’ 등을 검토하거나 제품의 인증마크, 성분표시 등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업들은 최근 일명 녹색채권을 발행하거나 녹색펀드 등으로 외부자본을 확보해 신규사업 투자에 활용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기후변화 원인물질인 온실가스 배출저감에 기여하지 못하거나 환경성이 낮은 사업에 투자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현행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지원법’에 따르면 자산규모 2조원 이상되는 기업은 환경정보를 ‘작성·공개’해야한다. 또한 제품의 환경성과 관련해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해서도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린워싱에 대한 언급일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부당한 표시·광고에 대해 시정조치나 과징금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그린워싱에 현혹되지 않고 기업이 ESG경영을 위해 진정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투자에 임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환경에 대한 목표와 △이를 실행하기 위한 환경활동, 그리고 △달성한 환경 성과에 대해 제3자, 혹은 외부 감사기관의 검증을 받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ESG에 대한 다양한 가이드라인이 나와 있다. 한국거래소, 한국공인회계사회, 정부 각 부처 등에서 분야별로 알기쉽게 설명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기업은 건강하게 성장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 지속가능성은 장기적으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경제적 지속가능성, 어려움을 극복하는 회복력이 있고 안전한 상태를 유지하는 사회적 지속가능성, 천연자원을 보호하고 기후 온난화 등 변화에 잘 대처하는 환경적 지속가능성이 잘 조화될 때 그 성과가 나타날 것이다. 여기에 ESG의 의미가 더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