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화의 소통화통]"녹취 당하고 있다~~" 문자소통 시대로 회귀
글ㆍ김연화 컨피던트스피치 원장 비대면 소통 일상화로 전화 공포증 확산 글투로 스트레스 가중되지 않도록 배려해야
전화공포증에 관한 흥미로운 설문조사가 있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성인남녀 1037명을 대상으로 콜 포비아(전화로 음성통화를 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증세) 현황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화 공포증을 느끼고 있다고 답한 비율이 46%로 나타났다고 한다. ‘콜 포비아’를 겪고 있다고 답한 대학생 그룹은 47.3%, 직장인 그룹은 44.8%로 대학생 그룹이 조금 더 높게 집계됐다. 전화를 꺼리는 이유에 대해서 1위는 메신저 앱, 문자 의사소통이 익숙해서(49.2%), 2위는 말 실수를 할까봐(35.5%), 3위는 말을 잘 못해서(28.4%)였다고 한다.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답변이 문자로 왔던 경험이 있는가. 필자는 과거 한 후배에게 업무상 전화를 걸었는데 통화는 안 되고 잠시 후 문자로 답변을 받은 경험이 있다. 처음엔 ‘이 반응은 뭐지? 나와 대화하기 싫다는 것일까?’라고 잠시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만나면 상냥하게 대화도 잘 해서 내가 오해를 했구나 생각했다. 그러나 그 다음에도 문서 요청 건으로 통화시도를 했는데 (전화를)받지않아 혹시나 하고 카톡(SNS: Social Networking Service)을 보냈더니 바로 읽음표시가 떴다. 그리고 곧 내게 필요한 파일을 보냈다. 나중에 이 후배가 전화 공포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최근들어 콜 포비아 증세가 더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비대면 소통이 일상화된 것이 가장 주된 원인이라고 말한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겪으면서 비대면 채널 소통은 빠르게 증가했다. 음식주문, 근무, 만남, 학교수업 등 모든 일상이 비대면으로 전환되다 보니 SNS를 활용하는 것이 더 편해졌다. 전화벨이 울리면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경험을 하거나 심지어 받는 것을 망설인다면 콜 포비아를 의심해 볼 수 있다. 콜 포비아 현상에 대해 ‘예의가 아니니 고쳐야 돼’가 아닌 이해하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이제 텍스트(문자) 소통이 더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뜻이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자신의 상황에 따라 그냥 넘어가도 될 일을 예민하게 받아들이기도 하고 오해를 하기도 한다. 요즘처럼 텍스트 소통시대에 ‘글투’(글에 나타나는 특징적인 버릇)로 인해 신뢰문제까지 야기할 수 있어 자신의 글투는 어떠한 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겠다.
텍스트 소통은 빠르고 멀티 태스킹(다중 작업)이 가능하다는 편리함이 있다. 관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더없이 편리한 도구다. 그런데 텍스트는 감정전달에 있어 한계가 있다. 정제되지 않은 문자로 인해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기도 하니 더 주의해야 한다.
텍스트 소통 시 ‘…’을 유독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기호를 많이 쓰게 되면 매우 난처하고 소심하다는 인상을 준다. 정확한 감정해석이 안 되다 보니 메시지에 혼란과 답답함을 주기도 한다. ‘…’은 필요한 상황 외에는 되도록 줄이는 것이 좋다. 또한 긴 문장에 아주 짧게만 반응하는 경우도 있다. 수신자의 입장에서는 성의가 없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말에도 질과 양이 존재함을 알아야 한다. 똑같이 길 필요는 없겠지만 매번 짧게만 반응하면 상대방을 무시하는 인상을 줄 수 있으니 주의하자. 상황에 따라 적절한 양으로 소통하는 것이 좋다. 텍스트 소통의 문제는 감정전달에 불완전성인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모티콘을 마구 남발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받는 입장에서 압도당하는 느낌도 들고 반대로 조롱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뭐든지 과유불급임을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은 텍스트 소통시대다. 서로의 글투로 인해 오히려 스트레스가 가중되지 않도록 메시지를 보낼 때 바로 보내지 말고 자신이 쓴 문자가 상대방에게 어떻게 읽힐 지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보내는 습관이 매우 중요하겠다. 우리는 이 글이 나를 존중하고 있는지 무시하고 있는지 느낌으로 다 안다. 메시지를 쓰고 있는 자신의 감정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문자 소통해야 하는 이유다. 비대면 시대에 살다보니 대면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중요한 일일수록 직접 만나서 서로의 눈을 보고 호흡을 느끼면서 소통하는 태도가 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