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근의 좌충우돌]이해찬과 윤미향, 운동권들의 조직보위 카르텔

글ㆍ이종근 시사평론가 회계자료의 투명성보다 중요한 건 "왜 없애지 않았나“ 위안부 할머니보다 여성의 인권보다 '조직을 보위하라’

2023-11-27     매일산업뉴스
사진은

한 여교사가 있었다. 전교조에 가입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그는 동료 교사 손모 씨의 간곡한 부탁을 받고 당시 수배 중이던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을 자신의 집에 숨겨주었다. 그곳에서 5일을 머문 이석행은 다른 곳으로 은신처를 옮기던 중 체포됐다. 그러자 민주노총은 이석행의 도피 행적과 관련한 사람들을 불러 대책회의를 열었다. 그 회의에서 민주노총은 이석행을 숨겨준 교사에게 범인은닉도피 혐의를 혼자 뒤집어쓰라고 요구했다. 희생을 강요받은 교사는 그 자리에서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회의가 끝나자 민주노총 조직강화위원장 김모 씨는 교사를 집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택시로 함께 도착한 후 갑자기 집안까지 따라 들어가 교사에게 집요하게 성폭행을 시도했다.

교사가 필사적으로 저항하자 성폭행을 포기한 김 씨는 거실에 누워 집을 나가려 하지 않았다. 혼비백산한 교사는 이석행을 숨겨달라고 부탁한 동료 교사 손모 씨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당한 상황을 얘기하고 도움을 청했다. 느지막하게 나타난 손 씨는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고, 오히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라면을 끓여 먹고 가겠다는 김 씨를 거들기까지 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 교사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치와 공포, 고통을 느꼈다. 성폭행 가해자 김 씨는 손 씨가 오자 능글맞게 웃으며 미안하게 됐다고 말했고 손 씨는 피해 교사에게 '화해'하라고 종용하기만 할뿐이었다. 성폭행 피해자에게 성폭행범과 '화해'하라는 손 씨의 요구에 교사는 자신이 피해자인 성폭행 사건의 상상할 수 없는 전개에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있음을 느꼈다.

이종근

사건이 알려지자 민주노총은 피해 교사에게 "이명박 정부와 싸워야 하는데 언론에 대서특필되면 조직이 상처를 입는다"며 조직을 보위하는데 협조하라고 종용했다. 피해 교사는 그 후 자신이 속한 전교조 정진화 위원장으로부터 "정부와 싸우기도 어려운데 이 사실만큼은 알려져서는 안 된다"는 말과 함께 가급적 사건을 덮으라는 뉘앙스의 요구를 받는다. 피해 교사는 그 순간 자신을 성폭행하려한 게 가해자 김 씨의 '성욕' 때문이 아니라 '조직을 보위하기 위해' 범인은닉도피 혐의를 뒤집어쓰라는데 주저한 자신을 향한 '조직 차원의 행위'라는 것을 깨닫는다. 사건의 은폐가 무위로 돌아가자 전교조 등은 피해 교사가 "사실을 과도하게 왜곡하고 과장했다"고 몰아갔다. 전교조와 민주노총은 '조직보위를 위해' 피해 교사에게 2차 3차 가해를 자행하기 시작했다.

이후부터 전교조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사건 관련 글들은 모두 삭제됐다. 또 전교조는 민주노총 성평등미래위원회에서 작성한 사건 평가보고서 채택을 무산시키는가 하면, 사건 전말을 담은 공식적인 백서 발간 제안도 외면했다. 피해 교사는 후일 펴낸 책을 통해 “그들에게 나는 피해생존자가 아니었다. 그저 조직의 명을 따르지 않는 타도 대상이었다”고 한탄했다. 그는 전교조를 탈퇴했다. 자신을 도우려한 일부 시민단체 회원들이 소위 진보라고 불리는 진영으로부터 조리돌림 당하는 현실과 성폭행 가해자와 사건 은폐 왜곡 관련자들에 대한 합당한 처벌 및 사과라는 자신의 바람이 이루어지지 않고 도리어 계속되는 손가락질에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

피해 교사를 그 지경으로 몰고 간 것은 보수정권과 보수언론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성폭력 따위'로 조직을 흔들리게 해서 위태롭게 만드는 행위자들은 반동분자라는 조직보위의 논리를 배경으로 한다. 조직보위론은 '진보의 대의'를 위해 활동하는 운동조직을 '적'의 공격으로부터 '보위'해야 하며, 따라서 내부에서 성폭력과 같은 몹쓸 짓이 일어났다 하더라도 이를 조직 밖으로 알려선 안 된다는 논리다. 1980년대 학생운동권이 신입생들을 교육하기 위해 만든 자료 '오르그(organization의 약자, 자신이 속한 조직을 뜻하는 운동권 용어)의 규율 확립과 보위를 위하여'를 보면 생활수칙 학습의 원칙과 함께 '혁명적 청년학생운동의 조직보위 행동론'을 다음과 같이 설파했다.

"오르그를 보위하고 강화하라. 오르그와 개인의 질적 통일성을 인식하고 개인은 오르그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라. 일체 오르그원이라는 냄새를 풍기지 말고 언행에 조심하라. 불필요한 오르그 내용을 알려고 하지 말고 알고 있는 오르그의 기밀은 사수하라. 오르그 보위를 위한 자기희생 정신을 발휘하라...(중략)...동지에 대한 비난을 일체 금하고 신뢰와 애정을 바탕으로 한 책임있는 비판을 하라. 동지애는 최고의 인간애임을 인식하고 모든 개별 관계를 동지적 관계로 승화시켜라. 낡은 이성관(異性觀)을 타파하고 알적(알은 혁명 즉 revolution의 R를 뜻하는 운동권 용어, 알적은 혁명적이라는 의미) 이성관을 정립하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오르그 보위를 위하여'라는 이 지침에는 조직이 드러날 것을 대비해서 항상 문건을 소각하고 검거시 문건을 씹어 삼키라는 행동지침도 포함돼 있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열린 자신의 책 ‘윤미향과 나비의 꿈’ 출판기념회에서 “2020년 8월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정대협 회계자료를 들고 상황을 설명하고자 이해찬 대표를 찾아갔더니 이 대표가 ‘당신네들은 왜 그런 자료를 다 남겨놨어 우린 운동하면서 다 태웠는데’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운동권의 '대부' 이해찬이 까마득한 운동권 후배에게 "넌 조직보위론도 모르냐. 조직보위론의 기본도 안지키냐"고 질타한 것이다. 위안부 할머니에게 쓰일 돈을 개인적으로 착복했거나 어디론가 빼돌릴 수 있는 정황이 담긴 회계자료를 왜 불태우지 않고 들켰느냐는 의미다. 위안부 할머니는 수단에 불과한데 더 중요한 조직보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꾸중이다. 야단을 맞은 윤미향은 출판기념회에 온 사람들에게 이해찬이 한 말을 들려주며 도리어 “(이 대표의 말을 듣고) 들었던 생각이 ‘야 든든하다’”였다며 “민주당 의원이 되니 나를 막아주는 벽이 있구나 그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윤미향은 왜 여성과 인권과 민족과 평화라는 간판을 내걸고 좌파시민단체를 하는지 왜 민주당이 그런 시민단체를 했다는 이유로 시민단체 구성원들에게 대대손손 공천을 주는지 이해찬과의 대화를 소개하며 실토한 셈이다. 민주당과 시민단체의 카르텔은 이념의 조직보위와 이권의 조직보위를 위해서 좌파시민단체는 민주당을 위해 현장에서 '보급투쟁'을 하고 민주당은 좌파시민단체의 '벽'이 되어서 그 이권을 천년만년 지키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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