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경의 시콜세상]안세영 논란, 윌슨도 요넥스도 선수가 우선이다

글ㆍ이의경 대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공인회계사 선수는 이코노미, 협회 임원은 비즈니스 석이 현실이라니 운동선수들이 최고 역량 발휘할 수 있는 환경 마련해줘야

2024-08-27     매일산업뉴스
지난

8년 전 브라질 리우올림픽에서 배드민턴 경기를 볼 때 필자의 눈에 낯선 장면이 들어왔다. 한국과 일본이 맞붙은 여자복식 준결승전에서 일본팀 두 선수가 손에 쥐고 있는 라켓 때문이다. 한 선수는 미국 윌슨사의 라켓이고 다른 한 선수는 일본 요넥스사의 라켓이었다. 요넥스는 일본 대표적인 스포츠용품 제조회사이니 당연히 두 선수 모두 요넥스 라켓을 쓸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윌슨과 요넥스를 들고 나란히 서 있는 두 선수 모습이 생경한 느낌을 주었다. 그래서 나중에 확인해 보니 일본에서는 선수 개개인이 자신에게 잘 맞는 스포츠용품을 직접 선택한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스포츠용품 회사의 후원금도 선수 개인에게 지급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대한배드민턴협회가 모든 선수들로 하여금 특정업체의 제품만 쓰도록 계약하고 그 후원금도 협회가 가져간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윌슨과 요넥스가 공존하는 모습이 당연해야 할 것 같다. 개인마다 특성이 다르고 자신에게 잘 맞는 용품도 다를 것이니 말이다. 사실은 이러한 개인적 차이를 무시하고 획일적으로 똑같은 용품을 사용하라는 것이 더 이상한 것이다.

이의경

체육회나 협회는 정부나 기업들로부터 예산과 후원금을 지원받고 있으니 정부와 기업들은 위임자이고 체육회와 협회는 대리인이 되는 관계이다. 따라서 위임자의 기대에 맞게 대리인은 운동선수들이 최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줘야 할 것이다. 당연히 운동선수의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잘 맞는 용품을 사용해야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다. 더구나 그 회사로부터 직접 후원까지 받을 수 있다면 경제적 성취동기까지 더해져서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리우 올림픽에서 일본은 한국을 꺾고 결승전에 진출하여 금메달까지 거머쥐었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은 여자복식에서 두 개조가 출전했는데 모두 준결승전에도 못가고 8강에서 탈락했다. 은메달을 예상했다면서 충격이라고 했지만 알고 보면 충격일 게 없다. 선수가 자신에게 최적이 아닌 용품을 사용해야 했다면 높은 경기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안세영이 금메달 획득 후 작심발언을 한 후, 대한배드민턴협회 측은 안세영이 협회가 정해준 신발 대신 다른 신발을 신겠다는 요구를 들어주지 않은 것은 특혜로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비즈니스석에 타고 싶다는 것도 손흥민, 김연아급이 아니라는 식으로 해명하면서 파장만 더 키웠다.

우리가 세금으로 예산을 지원하고 기업이 후원금을 지원하는 목적은 단순하다. 선수들이 최적의 상황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선수들을 이코노미석에 앉히고 선수보다 더 많은 협회 관계자들이 비즈니스석을 타는 것은 위임자(국민과 기업)가 보기에 주객이 전도된 모습이다.

협회의 해명대로라면 그들은 어떤 면에서 손흥민, 김연아급인지 궁금해진다. 상황이 이러하니 개인차원의 후원을 막고 협회차원의 후원만 허용하는 것은 결국 대리인이 자신의 가용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더구나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배점기준에 협회의 추천이 30%라는 보도, 과거에는 50%까지 적용한 사례가 있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또 정당한 지시를 따르지 않은 경우, 단체생활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 등 애매한 국가대표 제외규정을 최근에 만든 것이 안세영 선수를 겨냥한 것이라는 의혹까지 보도되었다. 믿기 어렵지만 보도가 사실이라면 대리인이 가용자원을 확보하고 영향력까지 공고히 하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

안세영 선수는 흔한 광고 출연도 하지 않고 훈련에 전념했다고 한다. 그리고 유일한 적은 부상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경기를 보면서 점수가 뒤지고 있어도 불안함, 초조함보다는 듬직한 믿음이 느껴졌다. 자신의 목소리에 힘을 싣고자 꼭 금메달을 따려고 했다는 말에 화답할 시간이다. 윌슨 라켓을 쓰는 선수도 있고 요넥스 라켓을 쓰는 선수도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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