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춘의 Re:Think]대한민국이 멈춰선 이유
글ㆍ김용춘 한국경제인협회 팀장/법학박사 일상의 업무만 돌아가고 있을 뿐, 새로운 변화나 발전이 없다 화두를 제시해야 할 정부와 정치권이 다람쥐 쳇바퀴만 돌려
필자는 틈틈이 신문을 본다. 즐겨보는 건 아니지만 시간날 때마다 챙겨보고 있다. 업무하면서 습관이 되기도 했거니와, 세상 돌아가는 일을 아는 것이 다른 사람들 만나 대화를 할 때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모든 분야는 아니고, 경제, 산업, 금융 위주로 본다.
그런데 요새 볼 기사가 별로 없다. 신문 종합면이 정쟁, 사회, 국제 이슈로 도배되어 있기 때문이다. 온 평생 통일운동에 몸 바쳤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통일을 하지 말자는 황당무계한 말이나 하고 있고, 여당 쪽에선 화합은 커녕 당정간 충돌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문다혜씨가 음주운전 사고를 쳐 많은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국제 이슈도 미국 대선, 러-우 전쟁,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 등 굵직한 이슈가 많아 종합면으로 오기 일쑤다. 연초에 시작된 의료대란은 아직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은 다람쥐 쳇바퀴 돌듯 헛힘만 쓰고 있다. 여야간 대화는 실종된지 오래고 집권 야당은 힘으로 법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사실상 날치기 수준이다. 이에 대통령실은 거부권으로 맞서고 있다. 국정 낭비도 이런 낭비가 없다.
온 나라가 마비된 느낌이다. 그냥 일상의 업무만 돌아가고 있을 뿐, 새로운 변화나 발전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 있다는 희망이 없으니 서민들 삶의 무게는 점점 무거워져만 가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화하던 대한민국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마치 옆나라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병이 전염이라도 된 듯 무기력한 모습을 자꾸 보이고만 있으니 말이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화두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대한민국 고도성장기를 돌이켜 보면 나름의 화두가 있었다. 1960년~1970년대에는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자’며 새벽부터 새마을 운동 노래를 불렀다. 1980년대에는 마이카 시대를 열겠다며 국민들에게 희망을 줬다.
1990년대에는 세계화와 선진국 진입이라는 목표가 있었다. 물론 1990년대 후반 IMF 외환위기라는 참담한 결과로 이어지긴 했지만, 2000년대 금모으기 운동 등을 통해 다시 한번 합심의 결과를 이끌어 냈다.
그런데 지금은 화두가 없다. 그나마 요새 화두인 저출산 고령화 극복은 닥쳐올 위기에 대한 소극적인 대처일 뿐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화두가 되긴 어렵다. 화두를 제시해야 할 정부와 정치권은 싱크홀에 빠진 것 마냥 정쟁에만 몰두하고 정책기능은 마비된 지 오래다.
누구 하나의 책임으로 몰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정부가 일단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외부의 정쟁 이슈에 휩쓸리기 보다, 대한민국의 10년 20년을 내다보는 청사진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역사의 좋은 평가를 받지 않겠는가.
어차피 욕 먹어도 할 일은 하겠다며 출범한 정부다. 지금 욕먹는 것을 개념치 말고 역사의 욕을 먹지 않는 길을 택하길 바란다. 그것이 이제 곧 임기의 절반을 향해가는 정부가 해야할 일이 아닌가 싶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국민들도 기억하고 지지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야당도 더이상 반대를 위한 반대는 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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