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삼성바이오 재판에 담겨 있는 불편한 진실
글ㆍ 곽은경 자유기업원 기업문화실장 가족경영은 죄악 주인없는 기업은 최고라는 이념적 재단 전문경영인이 장기간 적자내는 미래 먹거리 투자할까
기업 경영 방식은 기업 문화의 결정체다. 기업은 이윤창출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 적합한 방식으로 진화해왔다. 시장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은 조직문화 측면에서도 다른 경쟁자들보다 우월하다고 평가 받는다. 삼성의 경우도 뛰어난 성과로 그들의 조직문화의 우수성을 증명했다. 그럼에도 삼성의 기업문화에 대한 논란이 계속해서 일고 있다.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이슈의 본질 역시 삼성의 경영방식에 대한 비판이 핵심이라 할 수 있다.
흔히 가족경영을 적대시하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제시한다. 가족경영 체제와 전문경영인 체제는 각각 장단점이 분명하다. 기업의 사정에 따라 적합한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 각 기업이 상황에 맞게, 생존에 유리하게 결정할 수 있어야 하며, 그 결과는 기업의 성과로 확인가능하다.
가족경영의 경우 오너가 강력한 지배력을 행사하므로 장기적인 투자가 가능해진다. 다만 경영활동이 독단적으로 이뤄지는 부작용도 존재한다. 영미계 기업들은 가족이 물려받는 경우가 드물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많은 기업들이 가족경영 형태로 장기간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월마트, 포드, BMW, 헨켈, 까르푸, 미쉐린, 발렌베리, 하이네켄 등이 대표적이다.
전문 경영인 체제 역시 완벽하지 않다. 오너 한사람에 의존하는 경영방식은 아니지만, CEO가 임기 내에 수익을 내기 위해 단기 성과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GE의 잭 웰치, GM의 알프레드 슬론과 같이 뛰어난 전문경영인으로 높은 성과를 보인 기업이 있는가 하면, 엔론과 월드컴은 파산했다. 도요타나 폭스바겐 역시 전문 경영인으로 인해 대규모 리콜, 사기논란 등의 위기를 맞은 바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가족경영 시스템의 장점이 잘 발휘되는 사회구조를 가지고 있다. 관치 구조가 분명한 상황에서 전문경영인 체제의 기업은 대개 가족경영 체제의 기업보다 성과가 나쁘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즉 주인이 없는 조직은 이윤창출이라는 기업 본연의 목표보다는 정치적 영향력에 좌우되기 쉽기 때문이다. 과거 포스코나 국민은행, 대우조선해양 등의 사례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들 기업의 CEO는 기업의 성과보다는 정치권력의 눈치보기에 급급해진다. 특히 국책은행이 직접 개입했던 대우조선해양은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관여하면서, 수익이 하락하는 결과를 낳았다.
어떤 경영방식이 적합한지는 각 기업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효율적이고 성과도 높다. 실제 삼성의 바이오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가총액은 2일 종가기준 41조6000억원으로 국내 3위의 초대형 회사로 급부상했다. 이처럼 삼성 바이오가 세계적으로 거둔 성과는 가족경영 체제의 장점, 탁월한 의사결정 구조에서 나온 쾌거다. 제조업, 건설업이 성장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오너가 바이오 분야를 미래성장동력으로 판단하고 장기적으로 투자한 결과였다. 전문경영인 체제였다면 수년간의 적자 부담 때문에 지금과 같은 성과를 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문제는 가족경영 방식을 불가능하게 하는 현행 상속제도이다. 대기업을 상속 받으려면 무려 65%의 상속세를 내야 하다. 그만큼 기업의 연속성이 위협받고 있다. 세계최고 수준의 상속세율이 매겨진 밑바탕에는 대기업의 경영권 상속을 죄악시하는 믿음이 깔려있다. 재산권 보호라는 헌법적 가치에 위배되는 고율의 세금제도를 동원해서라도 가족경영 시스템을 막겠다는 것이다. 본인이 피땀 흘려 일군 기업을 후손에게 물려주려는 것은 기업경영의 본질에 부합한다. 이것이 많은 기업가들의 성공의 비결이자, 발전의 원동력이었다. 정치적 의도로 시작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된 논란도 이러한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기업 경쟁력을 위협하는 논란보다 불합리한 상속제도를 개선하는 것에서 올바른 해법을 찾아야 한다.
기업이 생존하고 이루어 낸 성과는 우리 경제 전체에 이로운 결과를 가져온다. 예를 들어 삼성이 높은 성과를 낸다면, 이는 삼성의 경영권을 가진 오너가족들만 경제적으로 이득인 구조가 아니다. 삼성그룹의 60개 계열사, 50만 명의 근로자 모두에게 긍정적 결과를 가져다준다. 뿐만 아니라 삼성의 상품,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도 이득임에 틀림없다. 또한 삼성의 높은 수익은 법인세로 이어져 국가운영, 복지정책의 기반이 된다.
국내 상장기업의 평균수명은 33년에 불과하다. 1965년 100대 기업 중 44년 후 살아남은 기업은 12개뿐이다. 그만큼 경영현장은 치열하다. 가업 승계 여부와 상관없이 경영자는 매순간 시장에서 경쟁자들과 총성 없는 전쟁을 하고,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그 속에서 많은 기업들이 살아남으려면 기업의 경영방식과 지배구조를 각 기업이 알아서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줄 필요가 있다. [글 · 곽은경 자유기업원 기업문화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