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발언대] 한국형 뉴딜 정책 성공하려면 기업규제 완화해야

글ㆍ김승수 자유기업원 인턴연구원

2020-12-24     매일산업뉴스

‘위대한 사회(the great society)’의 2막이 시작되고 있다. 위대한 사회란, 1960년대 미 존슨 행정부가 ‘미국 사회의 가난과 무조건적인 전쟁을 선포’하고 보편적인 복지 지원을 강화하는 등 정부의 규제와 사회 참여, 정부 지출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고자 한 정책이다. 이는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작은 정부와 달리 정부가 사회 전반에 개입하는 큰 정부 형태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기금부족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로 레이건 행정부의 작은 정부에 그 자리를 내어준 큰 정부 추세가 반 세기가 지난 지금, 다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이 초래한 대규모의 사회, 그리고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서 그 필요성이 제기됐다. 작은 정부를 옹호하던 세계 여러 석학조차 큰 정부의 필요성에 동의했으며, 세계 각국 정부는 이러한 추세에 발 맞추고 있다. 2020년 3월 기준, 미국은 코로나 19 추가 예산안으로 1조 달러 이상을 책정했으며, 일본은 무제한 양적완화를 더욱 강화하며 내수 경기부양에 나섰다. 이와 같이 코로나로 인해 책정된 각국 정부의 글로벌 부양책 규모만 3조 달러에 달한다.

한국 정부도 ‘AC(After Corona)’ 시대의 추세를 따라 ‘한국형 뉴딜’ 정책을 추진하며 큰 정부로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한국형 뉴딜의 주요 정책으로는 1) 공공부문과 비대면, 디지털 일자리 등의 부문에서 50만 명에 가까운 신규 일자리 창출 2) 항공 해운 조선 등 주요 산업을 지원하는 40조 원 규모의 기간산업 안정 자금 마련 3) 회사채 매입과 소상공인 지원에 35조 원, 고용 사각지대에 있는 근로자 보호를 위해 10조 원 등 총 85조 원에 이르는 지원 추진 등을 꼽을 수 있다.

김승수

과거 뉴딜의 사례와 현재 세계 각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큰 정부를 통한 경기부양책은 단순한 정부 지출의 증대가 아닌 정부와 기업이 함께 성장하여 사회 발전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추구하고 있다. 미 트럼프 행정부는 신설 규제 1개당 기존 규제 2개를 폐지하는 ‘two for one rule’을 목표로 했고 결과적으로 신규 규제 1개당 기존 규제 7.6개를 폐지했다. 프랑스 마크롱 정부는 약 140조원을 투입하는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면서 2년간 법인세를 약 28조원 감면해 주겠다고 공언했다. 한국 정부도 한국형 뉴딜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기업들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계속해서 정책의 참여와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기업 참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3년간 계속해서 기업에 대한 규제는 강화됐기 때문이다. 최근 3년 동안 정부와 국회에서 새롭게 만들어지거나 강화된 규제는 총 8,600개 이상, 일 평균 8개의 규제가 신설되거나 강화됐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정부가 코로나로 인해 경영에 직격탄을 맞은 현재 상황에서 ‘상법 개정안’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 감독에 관한 법률 제정안’으로 대표되는 ‘기업규제 3법’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 3법에는 3%룰로 대표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제와 다중대표소송제,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등 기업의 경영권을 약화시킬 수 있는 제도가 여럿 들어가 있다. 재계는 ‘코로나로 이미 힘든 기업을 또 다시 죽이는 것’ 이라며 기업규제 3법을 결사반대하고 있지만, 정부는 올해 안에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쯤 되면 문재인 정부가 ‘큰 정부의 필요성’을 등에 업고 하고 싶은 것만 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다. 주요 역점 사업인 ‘한국형 뉴딜’에서는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하지만, 정작 규제는 늘려 내수 시장 증진의 핵심인 기업을 도리어 억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정책으로는 코로나 팬데믹이 초래한 경기 침체를 극복할 수 없다. 단순한 증세와 정부 지출의 증가는 단기적인 경기 부양만을 가져올 뿐 장기적이고 건강한 정책으로 발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해 거대해진 정부에게 중요한 것은 그 정부가 행해야 할 역할과 방향이다. 보편적인 노동자 지원과 규제 강화 등 반기업 정책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큰 정부의 기조는 유지하되, 사회 전체를 지탱하는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정책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코로나 19는 정부 정책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 다시 도래한 ‘위대한 사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현명한 정책 기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