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미의 재계포커스]손경식 "경제단체 통합"발언에...전경련은 '당혹' 왜?
손 회장 '경총-전경련 통합' 발언 두고 해석 분분 "통합설 공식 언급" vs "경제단체 위상강화 필요성에 방점" 전경련 "당혹스럽다. 시너지효과도 없는데 굳이..."
[매일산업뉴스] 정치권에서는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쏘아올린 야권 통합론이 핫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재계에서도 느닷없는 '경총-전경련'간 경제단체 통합론으로 파장이 일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 회장이 24일 경제단체의 위상강화를 위해 전경련과의 통합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다. 이와관련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손 경총 회장은 이날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52회 정기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저는 (경제단체 간) 통합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 "(통합과 관련해) 두 가지 제안을 했는데 전경련과 경총이 통합해 힘을 강화하고, 여러 가지 경제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 하나"라고 밝혔다.
손 회장은 "장기적으로 국가가 잘 나가기 위해선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어떻게 가져갈지를 논의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민간경제단체) 싱크탱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다른 하나"라고 덧붙였다.
경제단체 간 통합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최근 '공정경제3법'과 노동조합법 등 기업에 부담을 주는 법안들이 경제단체들의 반대에도 통과한 것을 들었다. 또 최근 만연한 반기업 정서 해소도 이유로 제시했다.
손 회장은 "최근 공정 3법과 노조법 등 기업에 힘든 법안들이 통과했고, 어떻게 보면 (경제단체들이) 너무 무력하지 않았나 싶다"면서 "경제단체들이 힘을 모으고, 기업 친화적인 정서를 만들기 위해서 그런 (통합) 제안을 예전부터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통합 제안과 관련, "전경련 쪽에서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반응을 들었다"면서 "전경련과 경총은 등을 진 단체도 아니고, 협력하고 같이 도전하는데 이의가 없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손 회장의 이날 발언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최근들어 재계 일각에서는 경총발(發) '경총-전경련' 통합설이 불거져왔었다. 이날 경제단체 수장인 손 회장이 공개석상에서 직접 '전경련' '통합'이라는 단어를 동시에 언급하면서 한낱 '썰'에 불과했던 것을 공론화의 장으로 끌어냈다는 것이다.
전경련이 비록 국정농단 사태로 4대그룹이 회원사에서 탈퇴하면서 조직도 많이 축소됐다고는 하나, 국·내외를 막론한 인적 네트워크는 물론 전경련 산하의 한국경제연구원 등이 그간 쌓아온 연구노하우 등 인적자산이 우수한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손경식 회장이 통합론 카드를 꺼내든 것은 4대 그룹이 있는 경총을 앞세워 각종 법안과 정책 대응을 위한 연구노하우가 있는 전경련과의 통합을 공개 제안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해 공정경제 3법과 노조법 등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무력감을 느낀 손 회장이 전경련과의 통합 욕심을 더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손 회장의 발언을 현장에서 직접 들었던 기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손 회장의 전체적인 발언 취지가 전경련과의 물리적 조직 통합을 의미하기보다는 각종 경제관련 법안에 대응하기 위한 '경제단체의 통합'에 무게중심이 실린 것으로 받아들여졌다는 견해도 만만찮았다.
이와관련, 전경련 측은 “갑자기 경총과의 통합설이 불거져 당혹스럽다”면서 “통합과 관련된 어떤 내용도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난색을 표했다. 그러면서 “협력과 공동대응은 필요하지만 물리적 조직 통합은 적절하지 않다”는 반응이다.
전경련 한 관계자는 “전경련 회원사들은 대기업들로 구성돼 있고, 경총 회원사들은 80%가 중소기업”이라면서 “대중소 기업간 이해관계가 상충돼 시너지효과가 오히려 떨어질텐데 굳이 통합할 이유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경총은 이날 총회에서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을 제7대 경총 상근부회장으로 선임했다.
1957년생인 이동근 신임 부회장은 산업자원부 산업정책국장, 지식경제부 무역투자실장,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을 거쳐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을 역임했다.
경총은 이날 총회에서 올해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중점사업으로 '기업 신뢰도 제고를 위한 대국민 소통 강화',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한 노사협력사업'을 추진키로 의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