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합병' 이재용 재판 증인 "경영안정 목적...합법적으로 합병비율도 고려 "

'프로젝트G' 작성 관여 삼성증권 전 팀장 두번째 증언 검찰 "합병전 악재 반영...합병 후 주가 띄우기?" vs 증인 "인위적 주가 띄우기 시도 없었다" 검찰 vs 변호인간 '유도신문' 설전 팽팽

2021-05-20     김석중 기자
이재용

[매일산업뉴스] 이른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경영권 승계계획안 ‘프로젝트G’보고서를 작성한 삼성증권 전 직원이 20일 이재용 부회장 재판의 증인으로 나서 “삼성물산과 에버랜드 합병은 경영안정화를 목적으로 여러 시뮬레이션을 검토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아울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비율과 관련, 당시 주주들이 합병 비율에 문제제기할 요소들에 대해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고려했을 뿐 인위적으로 주가를 움직이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박정제·박사랑·권성수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부회장의 3차 공판기일을 열어 삼성증권 전 직원 한모씨에 대한 두 번째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1인 승계를 하든, 법정상속이나 금산분리 강화를 하든 삼성물산과 에버랜드 합병을 추진하려 한 건가”라고 묻지, 한씨는 “전체적으로 논의가 있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한씨는 “상속이나 계열분리는 많이 검토했던 기억이 있지 않다”면서 “삼성전자를 지주로 전환할 것인가, 사업분할할 것인가 내부에서 논의가 많았다. 내부에서의 목적은 모르지만 이런 이슈들을 개별 검토하지 않았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프로젝트G 보고서에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 완료 일정까지 정했다. 법정 상속과 금산분리 규제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지주사 전환을 계획했던 것 아닌가”라고 질문하자, 한씨는 “그런 기억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씨는 “결론은 저희가 생각하는 걸 제안하기는 그렇고, 나중에 어떻게 되겠는지하는 아이디어였다”면서 “개별상황에 맞춰 이런 방향을 검토하면 좋지 않겠느냐는 차원으로 계속 보고서를 정리해드린게 취지였다”고 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비율과 관련, 검찰이 “외부 회계법인에 합병비율 평가를 의뢰하면서 어떤 목적의 보고서가 필요하다고 의뢰하는 것은 결론을 미리 정해놓은 것으로, 회계법인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양사 간 합병비율에 대해 외부에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리 합병비율이 적정하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준비해 놓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취지다.

이에대해 한씨는 “보고서 상 압축된 표현을 사용해 발생한 오해이며 결론을 낸 상태로 회계법인에 보고서를 의뢰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씨는 “실제 합병이 끝나고 나서 엘리엇 등 합병비율에 문제를 제기하는 주주들이 나오기 전까진 주가가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았고, 반대를 크게 할 투자자들이 있을거라고 생각 안했다”며 “약식평가보고서는 합병 추진 과정에서 준비해볼 수 있는 보고서 중 하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합병비율에 대해 각 회사가 검토해보고 회계법인의 평가 범위 내에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해 보기 위한 목적이다”며 “저와 같은 일을 하는 다른 분들한테 물어봐도 결론을 낸 상태에서 회계법인에 보고서를 의뢰할 수 있는 자문사는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이 "합병 전에 악재를 먼저 반영하고, 합병 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나스닥 상장 등 호재를 풀어 주가를 띄우는 전략을 짠게 아니냐"고 묻자, 한씨는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합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을 고려했을 뿐 인위적으로 주가를 움직이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이날 증인신문은 오전까지 앞선 공판 기일에 마무리하지 못한 검찰의 주신문이 진행됐다.

증인신문과정에 검찰과 변호인단간 팽팽한 신경전도 펼쳤다. 변호인은 “한 문장에 질문이 세 개가 들었다”면서 “유도신문 할 수 밖에 없는 것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증인이 헷갈릴 수 있으니 세 가지 이슈를 각각 나눠서 질문해달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검찰은 “누가 유도신문했냐”면서 “증인이 다 이해하고 답변하고 있다”고 맞섰다.

이에 재판부는 “변호인 측이 이의제기했듯이 되도록 짧게 묻고 답을 길게 듣는 방식으로 진행하라”고 주문했다.

한편 재판부는 오는 6월 3일 4차 공판기일을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