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합병' 재판 증인 "이사회 일정 검토, 합병비율 위한 시기조정 아냐"
'미전실 파견' 삼성증권 최모 부장, 2일 14차 공판서 증언 합병 전, 국민연금 물산 주식 팔고 모직 주식은 사들여 "물산 저평가, 모직 고평가됐다는 검찰측 주장과 상반" "주식매수청구권 최소화한 것은 상장사로서 주가관리 잘한 것...주가조작과는 달라"
[매일산업뉴스] “주가가 어떻게 변동될지 알 수 없다, 특히 특정시점을 타깃해서 그 목표로 합병비율을 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을 위해 이사회 시기를 검토한 적 없다.”
최모 삼성증권 부장은 26일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 11명에 대한 14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는 '삼성물산-제일모직' 등 양사 이사회가 2015년 5월 26일 합병승인시 합병비율을 제일모직에게 불리하게 결정, 결과적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를 위해 ‘주가 조작’ 및 ‘합병비율 위한 이사회 일정 조정’을 했다는 검찰측 주장과는 상반된 증언이다.
이날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박사랑·권성수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2014년 삼성 미래전략실로 파견돼 근무한 최모 삼성증권 부장에 대한 이 부회장 측의 증인신문이 지난주에 이어 이날도 계속됐다. 특히 지난주 검찰측이 제기했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시 주가 조작을 위한 합병기일 조정여부에 대한 변호인측의 반대심문이 진행됐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최모 부장은 ‘합병비율을 만들기 위해 5가지 이사회 일정 방안 중에서 시기를 조정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럴 수도 없고, 불가능하다”면서 “이사회 일정은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한 통상적인 검토”라고 답했다.
특히 변호인단은 이사회 하루 전날인 2015년 5월 25일 제일모직 물류창고 화재사건이 발생한 사실을 언급했다. 당시 앞서 보안유지를 위한 22일과 23일 양사 IR에 합병을 위한 이사회 일정을 알렸는데, 이런 상황에서 다른 날짜로 연기될 경우 주가 요동 우려가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최모 부장은 “맞다”면서 “회사 소수 인원에서 IR까지 확대해서 알게됐을 때는 시장까지 나간다는 전제하에 준비한다”면서 “일정 연기되면 주가가 흔들릴 수 있고, 합병 비율이 틀어질 수 있어서 조심스럽다”고 부연했다.
주가 조정과 관련, ‘문건작성 당시 국민연금 담당자로부터 주가가 상대적으로 고평가됐다거나 합병비율에 문제가 있다는 말을 들은 적 있느냐“는 변호인 질문에는 ”들은 적 없다“고 했다. 이어 ”실무자 차원에서 검토한 거라 외부에 알려지기 전이었다“면서 ”국민연금도 투자자이기 때문에 이런 때 연금이랑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특히 변호인 측은 합병 전,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주식 3461억원 상당을 순매도한 반면 제일모직 주식은 4644억원을 순매수한 사실을 지목했다.
변호인은 “이는 삼성물산은 저평가돼 있고, 제일모직은 고평가됐다는 검찰 측 시각과는 정반대로 판단해도 되는냐”고 묻자 “그렇다. 반대되는 해석”이라고 답했다.
지난 공판에서 검찰측이 주장한 삼성바이오에피스 나스닥 상장 추진 허위발표 의혹과 관련해선 “아니다. (나스닥)상장 추진했다”고 재차 증언했다.
이사회 합병 승인 의결 이후 등장한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의 공격과 관련해서는 “(엘리엇이) 경영권 위협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 이런 공격에 대해 대응하는 것은 조직의 역할”이라면서 SK그룹의 소버린 사태를 언급하며 “외부공격에 대해 주주들에게 합병 필요성을 설명하는게 상장사로서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외국 헤지펀드 주장에 동조해서 합병이 무산됐을 경우, 수익률 측면에서 이익이 침해되고, 결국 국민연금을 비롯한 물산 주주들에게 마이너스”라고 덧붙였다.
주주총회에서 합병 승인 후 한달간 주식매수청구권권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주가관리를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주식매수 청구권을 최소화해서 최종적으로 합병 성사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상장사로서 주가 관리를 잘 한다는 차원으로, 조작의미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재판 말미에 검찰측의 방대한 분량의 추가자료 제출과 관련, 변호인단이 거세게 항의했다.
변호인단은 "검찰측이 기소된지 1년이나 지났다"면서 "어제 저녁 일과시간이 지나서 7000페이지 가량의 추가자료를 제출했다"면서 "대량의 추가증거제출은 변호인 방어권·변론권 보장에 심각한 침해"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기소 당시, 증거가 차고 넘친다며 1만7000부가 넘는 증거자료를 제출한 것도 부족해서 7000페이지 넘는 추가 증거자료를 낸 것이 납득이 안된다"면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증거자료를) 감춰뒀을 수도 있다"고 의심했다.
이에 검찰측은 "증거가 워낙 많다 보니 실수로 누락됐다"면서 "새로운 증거가 있는데 확인안하고 넘어가는 것도 좀 그렇지 않느냐"고 맞받았다.
재판부는 "변호인 방어권 보장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맞다"고 밝혔다. 이어 "변호인들이 다음 기일에 최모 부장에 대한 재조반대신문을 하겠다고 하면 그렇게 하겠다"고 하자 변호인단은 "검토한 후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한편 다음주 7일에는 이재용 부회장의 프로포폴 불법투약 의혹 관련 새로운 재판도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