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발목잡는 '감사위원분리선출ㆍ3%룰' ... 차기정부에서 개선해야"

대한상의, 상장사 336개 대상 '최근 주총 애로요인과 주주활동 변화’ 조사 기업 61% "국민연금 주주권 강화 움직임 신중해야"

2022-03-13     김석중 기자
서울

[매일산업뉴스]이사회 내에 설치되는 감사위원회의 독립성 강화와 소수주주의 권익 제고를 이유로 지난 2020년에 도입된 각종 법・제도로 인해 상장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가 336개 상장회사를 대상으로 ‘최근 주총 애로요인과 주주활동 변화’를 조사한 결과 상장사의 68.2%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도입으로 이미 어려움을 경험했거나 현재 겪고 있는 중’이라고 응답했다. 

상장사들이 어려움을 가장 많이 지적한 것은 '감사위원 분리선출 및 3%룰'의 경우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이사선출이 부결될 가능성(68.2%)이었다. 이어 ▲투기펀드 등이 회사에 비우호적인 인물을 이사회에 진출시킬 가능성(55.7%), ▲중장기 투자보다 단기차익・배당확대에 관심 높은 소액주주들의 경영관여 가능성(42.9%) 등이 뒤를 이었다.

조사에 응답한 상장기업 A사는 “최대주주 의결권이 3%로 묶인 상태에서 감사위원인 이사 선임 안건을 처리하기 위해 소액주주들의 주총 참여를 최대한 유도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의결권 행사에 별 관심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안건이 부결될 우려가 있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회사처럼 지난해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감사위원 선출이 부결됐다고 호소하는 응답들이 있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의결권 제한은 다른 선진국에는 없는 규제로 주식회사의 기본원리를 침해하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들에게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사업보고서 사전제공, ESG공시 단계적 의무화, 소액주주의 정보요구 증가 등 정보 개방성 확대로 인해 기업 실무자가 주총 준비과정에서 감당해야 하는 행정 부담도 과거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시행 2년차에 접어든 사업보고서 사전제공의무에 대해 상장사들은 일선 현장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사업보고서 사전제공의무는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확정해 정기 주주총회 개최 1주 전까지 주주에게 제공해야 하는 것으로 지난해부터 시행됐다.

상장기업 B사는 “보고서를 조기에 확정해야 해 준비시간과 과정이 촉박해지는 등 부담이 커졌을 뿐더러, 추후 정정공시 가능성도 높아져 업무가 과중해진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상장사들은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강화되고 있는 것을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장사들은 과거에 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주주로 ▲소액주주(55.7%) ▲기관투자자(39.9%) ▲연기금(37.8%) ▲행동주의 헤지펀드(26.8%) 순으로 꼽았다. 

구체적인 주주활동으로 소액주주의 경우 경영진 면담 요구(29.2%), 반대의결권 행사(28.6%), 주주명부 등 회사정보 요구(22.3%) 순으로 많았고, 기관투자자의 경우 반대의결권 행사(22.6%), 주주명부 등 회사정보 요구(14.6%), 주주서한(12.5%) 순이었다.

주주권 행사 강화와 관련하여 상장기업 C사는 “소액주주들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기업의 각종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고, 주주행동주의 강화로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주주서한을 보내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답했다.

최근 국민연금이 대표소송 결정권한 이관(기금운용본부 →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등 주주권 강화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하여 상장사의 61.3%는 ‘정치・사회적 이해관계에 영향받을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답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실장은 “최근에는 과거처럼 거수기 주총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소통의 장으로 주총을 활용하는 기업이 증가하는 추세”라면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상법 규정 등 상장사들의 부담이 늘고 있는 만큼, 차기 정부는 경영활동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