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춘의 Re:Think]월급인상 쥐꼬리인데 근소세는 왜? 비밀은...
글ㆍ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팀장/법학박사 최근 4년 만에 근로소득세 증가율 무려 40%육박 14년간 소득과표구간 그대로 ... 물가연동세제로 바꿔야
흔히들 직장인 월급을 유리지갑이라고 한다. 어찌나 투명한지 통장에 월급이 찍히기도 전에 과세당국이 제일 먼저 알고 세금을 1원 단위까지 아주 살뜰히 떼어간다. 소득이 있으니 세금내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4년 만에 근로소득세가 13조원 더 걷혔으며, 증가율은 무려 40%에 육박했다는 소식에는 씁쓸함을 감추기 어렵다.
물론 4년간 직장인 월급이 30% 넘게 올랐다거나 일자리 수가 폭증했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뉴스는 눈씻고 찾아봐도 없다. 오히려 최근 코로나 팬데믹으로 먹고 살기 어려워졌다는 사람들 소식만 차고 넘친다.
월급이 오른 것도 아니고, 일자리가 늘어난 것도 아닌데 왜 근로소득세수만 급증한 것일까? 비밀은 14년간 그대로인 소득세 과표구간에 있다. 대부분 근로소득자들이 적용받는 과표구간인 연 1200만원, 4600만원, 8800만원은 2008년에 설정된 것으로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그동안 밥상물가는 60%는 올랐고, 물가 상승에 따라 월급도 약 44% 올랐다. 그런데 같은 기간 과세표준이 그대로 유지되다 보니 자동적으로 세율이 올라가는 효과가 생긴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이해의 편의를 위해 각종 공제는 제외한다. 14년 전에는 과세표준 1200만원 이하를 최저 소득으로 보고 소득세율 6%를 부과했다. 당시 최저임금이 연봉 기준으로 950만원 내외였으니 충분히 납득할만한하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작년 기준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의 연봉은 2200만원 내외다. 그러다보니 1200만원을 넘는 나머지 1000만원에 대해서는 최저 소득세율 6%보다 높은 15%의 소득세율이 적용된다. 14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 사람은 최저 수준의 소득을 올리고 있는 서민인데, 단지 물가가 오름에 따라 명목 월급이 높아졌다는 이유로 소득세율만 올라간 것이다.
고소득에 대한 기준도 많이 달라졌다. 14년 전에는 연봉 8800만원 이상이면 최상위 고소득자로 보고 35%의 세율을 부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8800만원을 고소득이라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적당히 돈버는 중산층에 가깝다. 실제 얼마전 대국민 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이 생각하는 중산층의 기준이 되는 월급은 700만원이라고 답했다.
이제 과표구간을 다시 정비해야 한다. 과표구간이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해야 합리적인 조세정책 아니겠는가. 단지 물가 상승에 따라 명목 월급이 올랐다고 서민들에게 높은 세율을 부과하는 것은 사실상 자동 증세로써 국민들의 부담만 키울 뿐이다.
때문에 다른 많은 선진국에서도 소득세 과표구간을 물가에 연동하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등 OECD 회원국 중 19개국에서 물가연동 소득세를 시행하고 있다.
올해 우크라이나-러시아 사태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들의 시름도 깊어질 것이다. 이럴 때 정부가 국민들 고통에 눈을 감으면 안된다. 국민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정부, 국민들의 고통과 함께 하는 정부가 명품 정부다. 그 출발은 물가연동 소득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