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톺아보는 세상만사] 53.4% ...한국 사회 '여성에게 불평등하다'

여가부 조사...20대 남성 4명 중 1명 ‘남성에게 불평등’ 채용, 직무, 승진 및 가사·돌봄 노동 여성 차별 여전해

2022-04-20     김혜림 기자

[매일산업뉴스] 53.4% 2명 중 1명꼴로 한국 사회가 전반적으로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성가족부는 19일 ‘2021년 양성평등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2016년 처음 시작된 이 조사는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5년마다 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조사인 이번 조사는 지난해 9월부터 10월까지 전국 15세 이상 남녀 8358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습니다. '남녀 평등하다'는 비율은 2016년 21.0%에서 34.7%로 늘어났지만 성별 연령별 격차가 컸습니다. 남성은 41.4%. 여성은 65.4%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답했습니다. 또 여성의 6.7%, 남성의 17.0%는 '남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봤습니다. 

특히  '이대녀'와 '이대남'의 인식격차는 좁히기 어려울 만큼 간극이 컸습니다.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느낀 20대 여성은 73.4%인데 반해 20대 남성은 29.2%에 불과했습니다. 이 연령대의 인식 격차는 44.2%포인트나 되었습니다. 격차가 전 연령대 중 가장 컸습니다.

하지만 20대 남성도 3명 중 1명꼴로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만합니다. 20대 남성의 24.0%는 외려 ‘남성에게 불평등하다’고 생각하는 점도 지나칠 수는 없습니다. 

김혜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마경희 연구위원은 "20대 초반의 남성들이 ‘남성에게 불평등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군대가 이유인 것 같다“면서 "남성들은 20대 초반에 군대를 가야 하고, 여성들은 대학 졸업 후 취업을 하려 하는 그 시점에 딱 걸려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가정과 회사에서 여성들이 처한 상황을 들여다본다면 여성에게 불평등한 것이 현실임을 알 수 있습니다.

가정에서 여성들은 여전히 가사노동에 치이고 있습니다. '자녀에 대한 돌봄의 일차적 책임이 여성에게 있다'는 문항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2016년 53.8%에서 17.4%로 크게 줄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여성에게 여전히 평등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부부간 가사·돌봄 분담과 관련해 전체 응답자의 68.9%가 '전적으로 또는 주로 아내가 한다'고 답했습니다. 맞벌이부부(60% 이상)는 물론 여성홀벌이부부(50% 이상)조차 '전적으로 또는 주로 아내'가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사일을 하는 시간이 여성은 2.7시간인데 비해 남성은 1.1시간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돌봄시간도 여성은 1.3시간인데, 남성은 0.5시간에 그쳤습니다. 남녀 모두 일을 하는 맞벌이 가정에서도 ‘돌봄시간’이 남성은 0.7시간, 여성은 1.4시간으로 2배에 이릅니다. 특히 12세 이하 아동이 있는 경우 남성의 평일 돌봄 시간이 1.2시간인데 비해 여성은 3.7시간으로 3배의 시간을 돌봄 노동에 할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채용이나 업무 배치, 승진 등 직장에서의 성차별 관행도 여전합니다. 특히 이런 현실을 여성보다 남성들이 더욱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직원을 채용할 때 남성을 더 선호한다', '남성이 하는 업무와 여성이 하는 업무가 따로 있다'에 남성의 45.6%, 46.1%가 각각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같은 질문에 여성들은 각각 18.5%, 29.7%만이 ‘그렇다’고 했습니다. 또 남성의 25.1%는 '여성이 특정 직급이나 직위 이상으로 승진하는 데 암묵적 제한이 있다(유리천장)'고 봤습니다. 여성은 23.7%만이 유리천장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직업군인, 경찰 등 “남성들이 주로 일하는 직업은 여성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인식도 아직 유효합니다. 남성 4명 중 1명이 ‘여성이 남성이 다수인 직업을 갖는 것이 부적합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사회문제로 떠오른 여성폭력의 심각성에 대해서도 남성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여성은 60세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90% 이상이 ‘심각하다’고 응답했습니다. 반면  만 15~18세 남성은 69.3%, 20대 남성은 67.1%만이 ‘심각하다’고 답했습니다.

마경희 연구위원은 “여성 폭력이라는 이슈가 ‘성평등 이슈’로 인식되면서 성평등 정책 등에 대한 반감이 일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여가부가 역사적 기능을 이미 다해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더 이상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 차별은 개인적 문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 여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면서 한 말입니다. 이번조사 결과를 보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그 순간, 사회생활을 해나가는 동안 여성들이 겪는 차별을 남성들이 더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가정에서 주부로서의 짐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검찰’이란 철옹성 안에 있던 분이라 잘 모르는 걸까요.

윤 당선인께 부탁드립니다. 이번 조사결과를 통합의 정치를 지향하는 널린 눈으로 한번 봐주실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