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화의 소통화통]비판을 가장한 비난은 내일의 적을 만든다

글ㆍ김연화 컨피던트스피치 원장 잘못된 점 지적하면 비판, 잘못을 책잡아 나쁘게 말하면 비난 건전한 비판도 받는 사람이 받아들일 자세가 돼있을 때나 효과

2022-06-23     매일산업뉴스
사진은

얼마 전 국민의 힘 이준석 대표와 정진석 부의장이 SNS로 난타전을 벌여 당 안팎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었다. 설전은 우크라이나 행에 몸을 실은 이준석 대표에게 정진석 의원이 먼저 자기정치를 한다며 비판의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이에 이준석 대표가 맞받아치면서 두 사람은 언론 인터뷰와 페이스 북에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거친 말로 신경전을 이어갔다. 정 의원은 “정치선배의 우려를 개소리로 치부하는 만용”이라 했고, 이 대표는 “1년 내내 흔들어 놓고 무슨 싸가지를 논하냐”고 응수했다. 공천문제로까지 갈등이 번지자, 정 부의장은 “치욕스럽고 실망이 크다”며 (이 대표가 자신에게) 모욕적인 말로 응수했다”고 말했다. 이에 곧바로 “정 의원이 먼저 때린 다음 흙탕물을 만들었다며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며 이 대표도 거칠게 받아쳤다. 새로운 정부가 출발한 지 얼마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당 대표와 부의장의 설전에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했는지 사뭇 궁금해진다. 

김연화

비판과 비난의 차이를 아는가? 비판은 사전적 의미로 ‘현상이나 사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밝히거나 잘못된 점을 지적함’을 뜻한다. 반면 비난은 ‘남의 잘못이나 결정을 책잡아서 나쁘게 말하는 것을 의미’한다. 당연히 비판보다 비난이 상대방에게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그래서 해서는 안 될 것이 바로 비난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인간관계에서 비판을 가장한 비난을 할 때가 많다.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주는 각종 매체에 당 대변인, 변호사, 정치인 등이 나와 상대 당 정치인들 또는 유명인들의 언행에 조롱하거나 억지스러운 근거를 대 은근히 깎아내리는 말을 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TV나 SNS를 보는 국민들이 무엇을 배울까 오히려 가르쳐야 하나 씁쓸함을 주기도 한다.

이번 이준석 대표와 정진석 부의장의 설전은 비판을 가장한 비난에 가까운 감정싸움에 지나지 않았다. 배울만큼 배우고 똑똑한 사람들, 게다가 대한민국을 이끈다는 정치인들에 대한 기대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클 수밖에 없다. 정치 선배라고 해서, 당 대표라고 해서 서로에게 거친 언어로 한쪽이 쓰러질 때까지 설전을 벌이는 것은 국민들이 보기에 매우 적절치 못했다. 또, 논쟁이 있을지라도 더 이상 소모전이 되지 않도록 어느 정도 자중해야 했다. 끝까지 따라가 뒤통수에 대고 비난하는 모습도 지혜가 부족했다는 안타까움이 있다. 누가 봐도 권력다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고 국민을 위한 마음은 안중에도 없었다. 

비판이든 비난이든 상대방을 위한답시고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된다. 내가 나이가 많다고, 내가 더 높은 위치에 있다고 상대방이 원하지도 않은 조언을 해서도 안 된다. 건강한 비판은 상대에게 도움이 된다. 그러나 받는 사람이 넓은 마음과 받아드릴 자세가 되었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인생을 살다 보면 좋은 인간관계를 위해서 비판보다는 조언이, 조언보다는 공감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람은 비판한다고 해서 바뀌지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인 성경말씀에 이런 말이 있다. ‘비판을 받지 아니 하려거든 비판하지 말라. 너희의 비판하는 그 비판으로 너희가 비판을 받을 것이요. 너희의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가 헤아림을 받을 것이니라.’ 2000년 전 예수님의 말씀이다. 그의 말은 종교를 떠나 우리에게 많은 울림을 준다. 비판을 위한 비판도 어리석은 일인데 비판을 가장한 비난은 결국 자신한테 더 큰 상처로 돌아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 오늘의 동지를 내일의 적으로 만든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