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외압' 속 KT 차기대표 후보에 윤경림 사장 ... 주총 통과할까
이사 전원 합의로 확정 ... 이달 말 정기 주총에서 최종 승인 여권 압력 속 최대주주 국민연금이 변수될지 촉각 소액주주 57%ㆍ 외국인 지분 44% 변수 상존 통과시 3년 임기 시작 ... 부결시 다시 원점
[매일산업뉴스]KT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윤경림 KT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이 단독 후보로 선정됐다. 정치권 외압 속에서 단독 선정된 윤 사장이 이달 말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KT 이사회는 7일 이사 전원 합의로 윤 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확정하고, 정기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안건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KT 이사회는 "이날 오전부터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가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사장,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 사장,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 사장,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부문장 부사장 등 대표 후보 4인에 대한 후보자별 심층 면접을 진행했고, 이중 윤 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최종 확정했다"고 덧붙였다.
1963년생인 윤 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경영학 석사와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통신 3사와 CJ, 현대자동차그룹 등을 두루 거친 전략통으로 알려져 있다. LG데이콤(LG유플러스의 전신)과 하나로통신(SK텔레콤의 전신)을 거쳐 지난 2006년 KT에 신사업추진실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KT그룹 미래융합추진실장을 맡아 블록체인, 커넥티드카, 인공지능와 같은 분야에서 미래 먹거리 사업를 발굴하는 동시에, 글로벌부문장을 겸직하면서 해외 사업도 담당했다. 이후 CJ그룹 미디어사업 담당 부사장, 현대자동차 오픈이노베이션전략사업부장(부사장)을 지냈다. 2021년 9월 현대자동차 재직 시절 구현모 현 KT 대표의 부름을 받아 KT로 복귀한 윤 사장은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을 맡아 통신과 타(他) 산업 간 협력 및 시너지를 내는 업무를 담당해왔다.
KT 이사회는 정관상 대표이사 자격요건과 주요 이해관계자로부터 수렴한 최적의 KT 대표이사상(像)에 대한 의견 등을 고려해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에서 ▲DX 역량에 기반한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 마련 ▲변화와 혁신 추구 ▲기업가치 제고 ▲ESG 경영 강화 등에 중점을 두고 면접 심사를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강충구 KT 이사회 의장은 “윤경림 후보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문성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KT가 글로벌 디지털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미래 비전을 명확히 제시했다"고 전했다. 이어 "또한 임직원들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적 관계를 형성함은 물론, 기업가치 제고와 ESG경영 강화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았다"며 "이사회는 궁극적으로 주주가치를 확대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선정이유를 설명했다.
강 의장은 "특히, 윤경림 후보는 개방형 혁신을 통한 신(新)성장 사업 개발 및 제휴·협력 역량이 탁월하고, KT 그룹의 DX사업 가속화 및 AI기업으로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강 의장은 “최근 정부와 국회 등에서 우려하는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이슈와 관련, ESG 경영 트렌드 변화에 맞춘 지배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하도록 하겠다"며 "외부 컨설팅을 통해 CEO 선임 프로세스, 사내 후보자군 육성 등에 대한 현황을 점검하고, 국내·외 우수사례 분석 및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을 통해 객관성을 갖춘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T 이사회는 공개경쟁 방식으로 대표이사 선임프로세스를 재추진하겠다고 밝힌 이후 모든 대표이사 인선 과정에서 사내이사는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공개모집을 통해 총 33명의 사내·외 후보자군을 구성했다.
KT 지배구조위원회는 사내·외 후보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을 위해 경제·경영·리더십·미래산업·법률 분야의 외부 전문가 5인으로 인선자문단을 구성했다. 인선자문단은 후보자들의 지원 서류를 면밀히 검토한 후 정관상 대표이사 후보 요건을 기준으로 사내·외 후보 압축 작업을 진행했다.
지배구조위원회는 사외 후보자의 경우 인선자문단의 1차 및 2차 압축 결과를 그대로 반영해 면접대상자를 선정했다. 사내 후보자의 경우 인선자문단이 1차 압축한 후보 대상으로 외부 전문가 리더십 진단 의견과 그간의 경영성과 등을 고려해 면접 대상자를 선정했다. 인선자문단이 심도있는 논의 끝에 통보한 사외 후보 2인과 함께 사내 후보 2인으로 구성된 4인이 이날 면접 심사 대상자로 좁혀졌고, 이중 윤 사장이 이사 전원 합의로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확정됐다.
윤 사장은 이달 말 정기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KT 대표이사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KT 이사회가 윤 사장을 단독으로 대표 후보로 선정하긴 했지만, 주총에서 승인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작년 말 기준 지분 10.35%)이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통과 여부를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여권(與圈)은 심층 면접 대상에 오른 후보 4명이 모두 KT 전·현직 출신이란 점을 문제삼아 “그들만의 리그” “이권 카르텔”이라고 비판 성명을 낸 상태다. 당시 여당 의원 5명이 낸 성명에는 “윤경림 사장은 이사회 현직 멤버인 만큼 심판이 선수로 뛰고 있는 격으로 출마 자격이 없다”는 내용도 들어가 있다.
이에맞서 KT의 소액주주 지분이 57%를 넘고 외국인 지분도 약 44%에 달하는 등 변수들은 여전히 상존해 있기 때문에 주총까지 가봐야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란 견해도 팽팽하다.
만약 주총을 통과한다면 윤 사장은 KT의 새 CEO로 임기(3년)를 시작할 수 있지만, 부결된다면 이사회는 원점에서 CEO후보 선정을 다시 진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