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家 첫 상속분쟁 ... 구광모 회장 상대 재산분할 청구

구본무 선대회장 유족 세모녀, 상속회복청구 소송 제기 LG측 "4년 전 합의에 따라 적법하게 완료 ... 이제와서 경영권 흔드는건 용인못해"

2023-03-10     김석중 기자
구광모

[매일산업뉴스]LG그룹에서 창립 76년 만에 첫 상속분쟁이 터졌다.

LG그룹 고 구본무 선대회장 유족인 세 모녀들이 LG그룹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재산권 분할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구본무 선대회장 배우자인 김영식 여사, 김 여사의 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 씨는 2018년 구본무 선대회장 별세 이후 이뤄진 재산분활을 다시 하자며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지난달 말서울서부지방법원에 상속회복청구권 소송을 제기했다. LG가(家)가 1947년 창업 이후 처음으로 분쟁에 휘말린 셈이다.

상속회복청구권은 상속권이 참칭상속권자로 인해 침해된 경우 상속권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이 침해의 회복을 위해 제기하는 청구권이다.

이들 모녀는 통상적인 법정 상속 비율에 따라 배우자 1.5 대 자녀 1인당 1의 비율로 상속이 이뤄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구본무 선대회장 별세 이후 이뤄진 상속에 대해 반기를 든 셈이다.

이에대해 LG측은 이날 공식 입장문을 통해 “합의에 따라 4년전 적법하게 완료된 상속"이라며 "이제와서 재산분할 요구하며 LG전통과 경영권을 흔드는 건 용인될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LG는 “제척기간(3년)이 지났고 이제 와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구 회장은 그동안 가족과 가문의 화합을 위해 최대한 대화를 통해 원만히 해결하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구광모 회장은 원래 선대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큰아들이지만, 2004년 선대회장의 양자로 호적에 올랐다. 선대회장이 외아들을 불의의 사고로 잃게 되자 그룹 승계를 위해 조카를 양자로 들여 LG가의 후계자가 됐다. LG그룹의 ‘장자승계’전통에 따른 것이다.

LG그룹은 현재 지주회사인 ㈜LG를 오너 일가가 지배하고 계열사들은 ㈜LG를 통해 경영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선대회장이 남긴 재산은 ㈜LG 지분 11.28%를 비롯해 2조원대다. 당시 ㈜LG 주식 등 경영권 관련 재산은 구광모 회장이 상속받고, 세 모녀는 ㈜LG 주식 일부와 선대회장의 개인 재산인 금융투자상품, 부동산, 미술품 등을 포함해 5000억원 규모의 유산을 받는 것으로 합의했다.

집안을 대표하고 경영을 책임지는 사람이 경영권 관련 재산을 받는다는 LG가의 원칙과 전통에 따라 경영권 관련 재산인 ㈜LG 지분은 모두 구 회장에게 상속돼야 했으나 구 회장이 나머지 3명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두 여동생이 각각 ㈜LG 지분 2.01%(약 3300억원), 0.51%(약 830억원)의 지분을 상속받는데 합의했다고 LG측은 설명했다.

이에따라 구광모 회장은 선대회장의 보유 지분 11.28% 중 8.76%를 물려받았다. 이로인해 당시 6.24%였던 구광모 회장의 지분율은 15.00%로 높아져 최대주주가 됐다. 장녀 구연경 대표는 2.01%를, 차녀 연수씨는 0.51%를 각각 분할 상속받았다. 김영식 여사에게는 ㈜LG 지분이 따로 상속되지 않았다.

구광모 회장은 상속받은 ㈜LG 지분(8.76%)에 대한 상속세(약 7200억원)를 5년 동안 6회에 걸쳐 나눠 내는 연부연납제도를 활용, 현재까지 5회 납부했고 올해 말 마지막 상속세를 납부할 예정이다. 구광모 회장을 포함한 모든 상속인이 내야 할 상속세는 총 9900억원이다.

한편 LG는 1947년 창업 이후 일관된 ‘장자승계’ 원칙에 가풍에 따라 수차례의 상속과 계열분리를 잡음없이 순조롭게 마무리했던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