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춘의 Re:Think]전세사기 예견된 참사, 문제는 역시 시장 왜곡

글ㆍ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팀장/법학박사 토지주택공사 매입? 보증기금? 정부 직접 개입? 모두 한계 부동산도 결국 시장의 기능을 적절히 활용해야 하는 상품

2023-05-08     매일산업뉴스
전국적으로

전세사기발 세입자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만기 빌라 10만채 중 6만채가 역전세 우려가 있다는 경고등까지 커졌다. 집값 하락 폭이 큰 인천의 경우에는 무려 만기 빌라의 75% 이상이 역전세 대상이라고 한다. 역전세는 기존 전세시세가 하락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일부 반환해줘야 하는 주택을 말한다. 만일 집주인에게 자금여력이 없다면 세입자는 꼼짝없이 전세금을 전부 받지 못할 수 있다. 경매를 진행하는 방법도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집값 하락으로 역시 전부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 요즘 세입자들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 갈 것 같다.

역전세 우려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전세계에서 거의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이한 전세제도 탓에 세입자가 전세금을 전부 못받는 일은 종종 있어왔다. 다만 그 비중이 많지 않았을 뿐이다. 지금은 집값 급락으로 인해 역전세 대란 우려가 커졌을 뿐이다.

사실 최근의 역전세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전세제 도가 가진 본질적인 취약점은 차치하고서라도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무리한 부동산 규제 정책이 이같은 참사를 만들었다고 본다. 당시에도 전세시장의 대혼란을 불러올 것이라는 경고는 여러 차례 있었으나, 지난 정부는 전혀 귀담이 듣지 않았다.

김용춘

특히 다주택 임대사업자를 절대악으로 묘사하면서 징벌적인 세금을 매겼다. 세금은 국가나 지방단체가 필요한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국민들로 부터 강제로 징수하는 것으로, 납세자의 능력에 맞게 합리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정부 후반기에 다주택자에게 징벌적인 종부세율을 최대 7.2%나 부과했다. 이에 더해 취득세, 양도세 감면 혜택 등도 전부 폐지해 버렸다. 즉 무조건 집을 팔라고 압박했다. 임대사업자는 4년 또는 8년간 전세를 저렴하게 공급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어 지난 정권 초에서 장려하던 제도였으나,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이다.

정부 정책을 믿고 임대사업을 하던 사람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특히 노후자금 쓰려고 조그만 법인하나 만들었던 사람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구멍가게 하나 운영하면서 알뜰살뜰 모아 원룸급 빌라 3채 소유한 60대 아주머니, 막노동 뛰면서 조그만 빌라 3채산 40대 아저씨 등 수많은 사람들이 종부세 폭탄을 맞았다. 하도 억울하여 위헌소송을 진행하고는 있으나 언제 끝날지 모를 일이다.

이러한 다주택자 규제정책에 더해 전세입자에게는 전세갱신청구권까지 부여하면서 전세값이 급등했다. 취지야 전세입자 보호였지만 시장의 신호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결국 전세금은 시장의 필요 이상으로 급등했고, 최근의 글로벌 경기위축으로 집값이 하락하자 이 같은 역전세 대란 우려와 같은 사단이 난 것이다.

솔직히 전세대란의 원인을 하나하나 짚어보면 몇 시간을 이야기해도 부족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제야 전세사기 문제에 대한 글을 쓰게 된 것은 지금 당장 해결할만한 대안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서 이야기 하는 것처럼 토지주택공사가 다 매입하라고 한다면 공사의 재정문제는 물론 다른 기존 전세 피해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생기고, 보증기금보고 해결하라고 한다면 법적 근거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기금 건전성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것도 마찬가지 한계가 있다. 앞으로 무조건 전세입자든 임대인이든 보증보험을 가입하라고 강제하는 것 또한 전세가율이 높은 빌라 같은 주거지에는 현실 적용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또 다른 전세사기를 부추길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결국 전세대란과 같은 참사는 전형적인 정책실패의 결과물이라고 본다. 부동산도 결국 시장이다. 비록 누구에게나 정말 필요하고 다른 대안이 거의 없는 고가의 필수재라는 차이가 있을 뿐 이 역시 시장의 기능을 적절히 활용해야 하는 상품이다. 따라서 정부는 필요한 때 필요한 곳에 적절히 주택이 공급될 수 있도록 정책을 펴야 한다. 그리고 시장의 참여자들인 전세입자, 월세입자, 1주택자, 다주택자들 또한 각자의 역할이 있기에 이들이 최대한 조화롭게 순기능을 낼 수 있게 해야 한다. 물론 투기꾼도 있다. 가능한 시장을 교란하는 투기꾼은 억제해야겠지만, 그렇다고 다른 선량한 사람들까지 싸잡아서 규제몽둥이만 행사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부디 이번 정부는 지금의 전세사기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정상적인 부동산 정책을 펼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