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9일 글로벌전략회의는 예정대로 진행
이재용 재판부의 고강도 준법경영 요구도 고민
삼성전자의 연말 분위기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이 장기화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어서 어수선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이로인해 통상 12월 초 단행됐던 연말 정기임원인사가 기약없이 늦어지고 있다. 4대 그룹 중 정기인사를 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삼성 안팎에서는 정기인사가 내년 봄으로 미뤄질 것으로 관측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하반기 글로벌 전략회의를 예정대로 진행한다.
13일 재계와 삼성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16일부터 사흘간 내년도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하반기 글로벌 전략회의를 예정대로 개최한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전략회의는 매년 6월과 12월 상·하반기에 개최되는 회사의 핵심 전략 회의로 IT모바일(IM)·소비자가전(CE)·디바이스솔루션(DS) 등 사업부문별로 국내외 경영진과 임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자리다.
통상 12월에 열리는 하반기 회의는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이 이뤄진 뒤 새로 선임된 임원진들이 참석해 내년도 사업 경영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다. 그러나 올해는 정기인사를 단행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예정대로 글로벌전략회의를 개최키로 결정했다. 내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 수립을 더 뒤로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인사가 다소 늦어지더라도 전략이 잘 수립돼 있으면 이를 시행하는 것에 큰 무리가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삼성의 정기인사가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재판 때문이다.
이달 13일과 17일에는 각각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설립 방해 의혹 사건 1심 공판이 열린다. 이 사건의 경우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과 전직 삼성전자 인사팀장인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현직 인사팀장인 박용기 삼성전자 부사장 등 삼성전자 전·현직 임직원 32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여기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는 지난 9일 증거인멸 및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삼성전자 임직원 8명에게 모두 실형을 선고했다. 이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에 대한 검찰 수사를 앞두고 내부 자료를 없앤 혐의로 기소됐다.
내년 1월 17일에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4차 공판이 진행된다. 이재용 부회장 측이 손경식 CJ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하고 4차 공판이 내년 중순으로 잡히면서 재판이 장기화할 확률이 높아졌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 측이 신청한 나머지 증인 2명이 추가로 채택되고 결심·선고 공판이 이어지게 되는 점을 고려하면 재판이 내년 2~3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 재판부는 삼성전자의 준법 경영을 강하게 주문하면서 삼성전자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재판부는 지난 6일 열린 3차 공판에서 "기업이 정치 권력의 뇌물 요구를 응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삼성그룹 차원에서 해결책을 제시해달라"고 했다.
재계에서는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강도높은 영미식 준법경영 방안을 마련하고 인사나 조직개편에 반영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 등 다른 그룹과 달리 재판이 장기화하면서 본연의 경영활동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재판이 빨리 끝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이 최선의 시나리오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