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틀뒤 구속영장 청구로 응수
"자신의 기소 여부를 외부서 판단해 달라"며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검찰이 이틀 뒤 '구속영장 청구'란 강수로 응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4일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2일 이재용 부회장이 자신의 기소 여부를 검찰이 아닌 외부 전문가들에게 판단받겠다며 검찰에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한 사실이 알려진 바로 다음날, 검찰이 신병처리에 돌입한 것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이재용 부호장과 최지성(69)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64)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를 법원에 접수했다.
검찰은 이재용 부회장 등 3명에 대하여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김종중 전 사장은 위증 혐의가 추가됐다.
당초 법조계 안팎에서는 전날 이재용 부회장이 검찰에 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요청을 한 만큼, 이재용 부회장측이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으로 것으로 내다봤다. 수사심의위 논의가 끝날때까지 검찰은 자체적으로 영장을 청구하거나 기소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심의위 구성이 되기 전, 이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중앙지검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 같은 사실을 밝히면서 “일부 피의자들이 공소제기 여부 등 심의를 위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함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은 부의심의원회 구성 등 필요한 절차를 관련 규정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검찰은 지난 2018년 7월과 11월 금융감독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혐의 고발장을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9월부터는 그룹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으로 수사를 확대했다.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이후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변경에 이르는 과정이 모두 이재용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진행됐다고 보고 있다.
이를위해 이재용 부회장은 지분이 높은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리고, 삼성물산의 주가는 떨어트리는 방식으로 합병비율을 정당화하려 했다고 보고, 자본시장법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5월 이사회를 거쳐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주식 약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합병을 결의했다.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던 이재용 부회장은 합병 이후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가 맞다고 보고,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도 영장에 적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당초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미국 바이오젠의 콜옵션(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회계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가 살수 있는 권리)를 회계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가 2015년 합병 이후 1조8000억원의 부채로 잡으며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해 4조5000억원의 장부상 이익을 얻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콜옵션을 반영하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는 데다 합병비율의 적설성 문제가 다시 제기될까 우려해 회계처리 기준을 부당하게 변경했다고 판단했다.
김종중 전 사장에게는 위증 혐의도 적용했다. 김종중 전 사장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제일모직의 제안으로 추진됐고, 이재용 부회장은 승계와 무관하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주 2차례 검찰에 출석해 각각 17시간이 넘는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이재용 부회장은 조사에서 “(합병관련 의사결정을)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