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입 및 피부 장기간 노출시 중추신경계 및 시신경 손상 초래 급성독성 물질
화학물질은 환경에 도움도 주고 생명 위협도 하는 양날의 칼 명심해야
울산항이 최근 친환경 에너지 허브로 바뀌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현대미포조선에서 건조한 세계 최초의 그린 메탄올 컨테이너 추진선이 지난 17일 벙커링 작업을 마치고 첫 항해를 시작했다고 한다.
벙커링(Bunkering) 서비스는 선박에 연료, 윤활유, 식량, 물, 부품 등 다양한 물자를 공급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특히 메탄올은 기존의 연료인 중유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적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적어 친환경 대체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메탄올 벙커링을 함으로써 국제 해운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해양환경을 보호하며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다는 환경친화적 항만 이미지를 높이게 되는 것이다. 이번에 울산항을 출발한 메탄올선도 그린 메탄올을 공급받아 기존 연료에 비해 80% 이상 탄소 배출량을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메탄올은 액화천연가스(LNG)와 비교해 수송과 저장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올해 국제해사기구(IMO)가 탄소배출규제를 강화하는 등 선박에 대한 환경 부담이 강화되자 전세계 해운·조선업계가 친환경 시장을 둘러싼 본격적 생존경쟁에 나섰다. 글로벌 해운선사인 머스크는 2030년까지 해상 운송 화물의 25%를 친환경 연료선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으로 현재까지 메탄올선 총 25척을 발주했다. 세계 3위 해운사인 프랑스 CMA CGM은 메탄올선 18척을, 한국에선 HMM이 9척을 발주한 상태다.
친환경 선박 건조기술은 단연 한국이 앞서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이 전세계 메탄올선 발주량의 절반 이상인 19척을 수주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이달 초 대만의 에버그린으로부터 4조원에 달하는 16척을 수주하면서 수주경쟁에 뛰어들었다. 한화오션은 아직 수주물량은 없지만 기술력은 당장 선박 건조에 착수할 수 있을 정도로 메탄올선 기술이 완성된 상태다
메탄올선의 핵심은 엔진 기술력이다. 국내 조선업계도 메탄올과 디젤을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메탄올 이중연료(DF)엔진’설비에 투자를 하고 있다. 요즘 수소전기자동차의 운행이 늘어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차체에 장착된 수소연료전지에서 생산된 전기로 구동하는 전기자동차를 말한다. 이 연료전지에 쓰는 수소는 주로 석유화학공정 등 산업체에서 부생으로 나오는 것이거나 물을 전기분해 할 때 생산된다. 메탄올연료전지도 있는데 메탄올과 물의 전기화학반응에서 생성되는 수소가 산소와 결합하면서 전기를 만드는 연료전지 기술이다.
메탄올은 이미 산업계에서 널리 사용될 뿐만 아니라 학교 실험실이나 무념무상으로 불꽃을 바라보는, 이른바 ‘불멍’할 때 사용하는 알코올 램프에도 넣는다. 메탄올은 산업계에서 화학제품의 생산과 연료, 폐수 처리제, 바이오디젤 생산, 농약제조, 실험분석용 및 세척제 용도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주로 천연가스나 석탄으로부터 만들어지는데 장기적으로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를 재활용하여 메탄올을 생산하는 방안이 경제성있게 개발된다면 환경문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메탄올은 메틸알코올이라 부르기도 한다. 우리가 음용할 수 있다고 알고있는 에탄올(에틸알코올)과 유사한 화학물질이지만 두 알코올의 물리화학적 성질은 전혀 다르다. 용도는 물론 그 유해성과 위험성 역시 큰 차이가 있다. 술의 주성분인 에탄올도 그 농도(도수)가 높으면 인체에 치명적인 상해를 입히거나 사망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 메탄올은 색깔이 없고, 알코올 특유의 냄새가 나고 다른 물질(산화제)과 반응해서 화재가 발생하거나 폭발하는 위험성이 있다. 인체에는 흡입되거나 피부흡수에 의해 노출되는데 장기간 또는 반복 노출되면 중추신경계 및 시신경에 손상을 일으키는 급성독성 물질이다. 소주잔의 1/5쯤 되는 10ml정도 섭취하면 실명 위험이 있고, 30ml 이상이면 사망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메탄올 사용과 섭취에 의한 사고가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심지어 법으로 음주를 금지하는 이란에서조차 ‘가짜 술’을 제조해 마시다가 사망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2일 테헤란에서 유명 예술가가 자신이 직접 만든 술을 마신 지 몇 시간 만에 시력을 잃고 응급실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고 한다. 사인은 메탄올과 증류수, 건포도 등을 섞어 만든 가짜 술에 들어 있는 메탄올 중독이었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술을 마시는 행위는 물론 제조와 유통, 판매를 모두 금지하고 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80대의 태형과 벌금형에 처한다. 멕시코에서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인해 맥주공장이 문을 닫자 주민 100여명이 밀주를 만들어 마시고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일부 지역에서 맥주 값이 두 배가량 뛰자, 일부 주민들이 불법으로 메탄올 등이 들어간 '불량 밀주'를 직접 만들어 마셨기 때문이라고 한다. 2021년 러시아에선 가짜 보드카로 29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베트남에 투자한 국내 한 전자업체는 올 초 메탄올 중독과 관련한 사망사고로 곤혹을 치렀다. 메탄올이 함유된 불량 에탄올이 현지업체를 통해 2차 협력업체에 공급되어 일어난 사고였다. 사실 이 회사는 세계 각국에 투자한 현지 공장이 다수이고, 사람이 근무하는 유인공정에는 메탄올 사용을 금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메탄올 섭취로 인한 사고는 거의 없으나, 올해 6월에는 화성시 향남 의약단지에 있는 한 약품제조공장 지하 기계실 탱크에서 메탄올이 누출되는 사고가 있었다. 다행히도 인명피해는 없었다. 코로나19가 심각했던 2020년 3월엔 경기도 남양주의 40대 여성이 자신의 집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소독을 위해 메탄올을 물에 타 분무기로 가구와 이불 등에 10여 차례 뿌렸다가 중독증상을 보여 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실내에 찬 메탄올 증기를 마신 이 여성은 복통, 구토, 어지럼증 등 급성 중독 증상을 보였고 함께 있던 자녀 2명도 비슷한 증상으로 응급처치를 받았다.
자동차 앞 유리 세정용 워셔액은 대부분 에탄올이 포함된 제품이다. 과거에는 시중에서 판매된 워셔액들이 대부분 메탄올을 주성분으로 한 제품이었다. 하지만 메탄올의 유해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에탄올 워셔액으로 대체됐다. 유리에 흘러내린 워셔액이 차량 내부로 들어와 인체에 흡수될 경우 소위 ‘맹독성'물질이라 불리는 1급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하이드를 생성한다. 특히 메탄올이 위험한 이유는 체내 배출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인체에 더욱 오래 남아 독성을 분비한다는 것이다. 그 동안 자동차 워셔액에 대한 안전기준이 없던 터에 정부는 메탄올 함량을 0.6% 이하로 하는 법적 기준을 정해 2018년 1월부터 적용하고 있다. ‘화학제품안전법(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안전·표시기준이 마련됐다.
에탄올 워셔액은 유해성에서는 크게 문제 되지 않지만, 최대한 차단하는 편이 좋다. 워셔액을 사용해야 하는 시점이 되면 되도록 실내 공조 장치를 내기 순환으로 돌려놓고, 외부 공기 유입을 차단시켜 워셔액의 유입을 막으려 하는 것과 자동세차장에 진입하면서 같은 방법으로 외기를 차단하는 것도 세척제에 의한 노출위험을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화학물질은 양날의 검과 같다. 때로는 우리의 실생활과 환경에 많은 도움을 주는 반면 생명을 위협하는 날카로운 독성도 함께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한시도 간과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