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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좌충우돌]잡히면 손해배상 청구하는 간첩들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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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좌충우돌]잡히면 손해배상 청구하는 간첩들의 세상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4.11.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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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종근 시사평론가

5년동안 군사기밀 빼내다 5년형 선고받고 출소후
북송 요구하다 전향 강요했다고 1억원 손배 청구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국가정보원에서 직원들이 국정감사 감사위원들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국가정보원에서 직원들이 국정감사 감사위원들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역사상 가장 최고위급 탈북자 황장엽 씨에 따르면 대한민국에서 간첩으로 암약하는 고정간첩의 숫자는 3만~5만명이라고 한다. 북한 정권에서 최고인민회의 상설회의 의장 자리에 있을 때 김정일의 책상 위 보고서에 남파 간첩 명단이 있었고 대략 그 정도 숫자였다고 황 씨는 회고했다. 간첩 숫자야 시대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겠지만 남한 내 고첩이 있다는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간첩이 존재하는 이유는 내란, 선동에 필요한 지하당을 만들기 위해서다. ‘결정적 시기’에 북한 정규군과 함께 봉기하는 비정규 게릴라 조직이 지하당이다. 종북집단을 의미한다. 통진당 RO에서 조직원들은 수령님의 지시로 인민군이 치고 내려올 때를 대비해 혜화전화국 등을 무력으로 점거해 통신망을 교란시키겠다는 모의를 하다 발각됐다.

현재 대한민국은 체포된 간첩에 대해 전향을 ‘강요’하지 않는다. 김일성은 비밀교시를 통해 ‘중등 학력 이상의 월북자 중에서 성분이 우수한 계층을 선발, 단기 밀봉교육을 시키고 전부 남파시키라’고 지시했다. 남한에 가족이나 친인척이 있는 월북자 출신, 그리고 북한에도 가족을 담보할 수 있는 자가 우선대상이다. 따라서 자신이 전향하면 북에 남아있는 가족이 ‘멸문지화’를 당한다. 그런 것을 감수하고 전향한 간첩에게 우리는 대한민국 사회에 정착할 기회를 준다.

경향신문 2010년 7월 8일 '‘전향’ 北여간첩 공소보류…새삶 기회 부여' 제하의 기사를 보면 인터넷 채팅을 통해 공기업 간부, 여행사 직원 등으로부터 기밀 정보를 빼낸 혐의로 구속된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소속 공작원 김모 씨에 대해 검찰은 김 씨가 진술서 형태로 전향 의사를 확실하게 밝혔고 간 이식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건강이 나쁘다는 점 등을 고려해 공소보류했다. 공소보류란 국가보안법 제20조에 규정된 처분으로, 검사가 이 법을 위반한 피의자의 개인적 환경과 범행 동기 및 결과, 범행 후 정황 등을 두루 참작해 범죄 혐의가 충분하더라도 공소제기를 보류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종근 시사평론가
이종근 시사평론가

전향한 간첩이 다시 간첩 활동을 하다 적발된 경우도 있다. 파이낸셜뉴스 2020년 8월 18일자 '전향 후 정착에 성공한 전 남파간첩, 또 간첩혐의로 구속기소' 제하 기사에 따르면 전향 후 30억 상당의 재산을 모으는 등 남한 정착에 성공한 남파간첩 한모 씨가 1996~2007년 북한 공작원과 연계 모두 4회에 걸쳐 북한으로 넘어가 반북 활동 탈북자, 탈북자단체 관련 정보 등을 공작원에게 넘긴 혐의로 구속됐다. 수사결과 한 씨는 북에 있는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북한 공작원과 접촉했고 북한 공작원들이 북에 있는 가족들을 해할 것을 우려, 다시 간첩 활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씨 같은 경우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남파 간첩이든 고정 간첩이든 전향했을 경우 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온갖 기회를 제공한다. 생명의 위협을 받을 경우 안가를 제공하고 신분이 드러나지 않도록 배려한다. 이런 점을 악용한 간첩이 외려 정부에 적반하장격으로 손해배상을 하라고 큰소리를 친 경우도 있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5년형을 살고 출소한 북한 정찰총국 소속 남파 간첩 연모 씨는 최근 “국가가 주민등록과 취업·정부 지원 등을 빌미로 ‘사상 전향’을 강요했다”고 주장하며 국가배상 소송을 냈다. 남한 내에서 군사시설 정보를 알아내라는 지령과 함께 공작금 3만 달러를 받고 남파된 염 씨는 북한에서 직파되기 전에 작성한 ‘적구(敵區·적의 구역) 활동 계획서’에 따라 추진 경과를 수시로 이메일을 통해 정찰총국에 보고하면서 무려 5년 가까이 국내에 숨어 간첩 활동을 하다 체포돼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만기 출소했다. 염 씨는 나오자마자 국보법 폐지를 주장하며 북송해줄 것을 주장하다 출소 후 5개월 만에 주민등록증을 발급해줄 것을 요구했다.

국정원은 염 씨에게 “일반 탈북민처럼 주민등록 관련 지원을 받으려면 전향 의사를 표시하거나, 법원에서 주민등록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답변했다. 염 씨는 전향을 하지 않은 채 직접 가정법원에 주민등록 신청을 했고, 법원의 심판을 거쳐 작년 1월 정식으로 주민등록을 마쳤다. 행정기관을 통해 주민등록증도 받았다. 그런후 그는 올해 5월 “경찰이나 국정원, 법무부 소속 공무원들이 주민등록이나 주거, 직업 문제 등을 해결하려면 사상 전향을 해야 한다고 강요했다. 기본권과 인권이 침해됐다”며 1억원의 국가배상 소송을 냈다.

우리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간첩활동을 하다 재판을 받고 스스로 혐의를 인정해 징역형을 받은 간첩이 북한으로 보내라고 떼를 쓰다 전향을 강요했다고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문재인 정권이 얼마나 대한민국의 안보를, 국보법을, 국정원을 뒤흔들었으면 간첩이 큰소리치는 지경에 이르렀나. 오늘도 간첩들은 대한민국 내에서 활개치고 다니며 당당히 기밀을 캐내고 자생 주사파들과 접선하고 북의 지령에 따라 탄핵 집회를 선동하다가 잡히면 북한에 돌려 보내주지도 않으면서 사상 전향을 요구한다고 정신적 피해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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