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에서 노획물로 찍힌 인공기와 '아파트' 뮤비의 태극기
재기 발랄한 대한민국 MZ와 용병으로 죽어갈 북한 MZ 상징
대한민국의 국기인 '태극기'와 북한 즉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인공기'(인민공화국기, 북한에서는 '람홍색공화국기')가 같은 시기 세계 미디어에 오르내리며 이슈의 중심에 섰다. 안타깝게도 세계에는 아직 남북한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외국에 나가서 국적을 말하게 될 때 "코리아에서 왔다"라고 하면 김정은을 아느냐는 질문을 받게 된다. K로 시작하는 한국 문화의 붐이 세계를 뒤덮었다지만 south와 north를 앞에 붙여도 남북한을 구분하지 않고 북한을 연상하는 핵, 미사일, 김정은 등 만을 언급하는 경우가 있다. 지난번 프랑스 올림픽 개막식에서 한국선수단이 등장할 때 중계한 아나운서가 DPRK 즉 북한의 공식 호칭으로 소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기도 마찬가지다. 지난 2023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28) 집행부가 공식 홈페이지에서 한국을 소개하면서 태극기 대신 북한의 인공기를 걸었다. COP28은 홈페이지에 저탄소 수소 공정 결의에 참여한 국가들 명단을 올려놓으면서 대한민국(South Korea) 옆에 태극기 대신 북한의 인공기 사진을 첨부한채 7일간이나 수정 안한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2009년엔 영국판 싸이월드인 ‘퍼프스팟(perfspot)’이라는 사이트에서 국내에서 접속해 회원가입 화면으로 넘어가면 한국의 서울에서 가입한 총 회원수에 대한 설명과 함께 국기를 북한의 ‘인공기’로 붙여 물의를 일으켰다.
남북한의 국기가 처음부터 태극기와 인공기로 나뉘고 갈라지진 않았다. 북한도 1947년 이전까지는 태극기를 국기로 인정했다. 인공기로 바꾼 것은 소련의 지시였다. 1947년, 니콜라이 레베데프 소련 육군 소장이 태극기의 바탕이 된 철학의 개념이 미신이라며 새로운 기로 교체하라고 명령했다. 김일성은 그 명을 받들어 새 국기를 만들라고 지시, 공산주의 국가의 상징인 별이 들어간 지금의 인공기가 탄생한다. 소련의 명령으로 국기가 바뀌게 된 것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문화선전성 제1부상을 지낸 정상진도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비겁한 것은 처음엔 태극기를 국기로 계속 쓰겠다고 고집하던 김두봉 북조선인민회의 의장이 소련의 명령과 김일성의 지시로 새 국기를 만들게 되자 소련의 개입을 숨기고자 <신국기의 제정과 태극기의 폐지에 대하여>라는 담화를 통해 "미군정이 사용을 권하고 있는 태극기는 새로운 민주주의 국가에는 맞지 않는다. 태극기의 근거가 된 주역은 비과학적이고 미신에 해당한다. 또한 태극기는 처음부터 일정한 표준 없이 제정되었고 각양각색이다"라고 하며 미국을 핑계 삼았다는 점이다.
최근 인공기가 세계의 이목을 집중하게 된 것은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전장에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 북한 병사 파병 보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리투아니아 비영리기구(NGO) '블루-옐로'의 요나스 오만 대표가 이미 북한군과 첫 전투가 벌어졌으며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면서 북한군으로부터 빼앗았다는 인공기를 공개한 것이다. 오만은 현지 공영방송 LRT에서 "우리가 지원하는 우크라이나군 부대와 북한군의 첫 육안 접촉은 25일 쿠르스크에서 이뤄졌다"며 "한국인(북한군)은 1명 빼고 전부 사망했다"고 말했다.
태극기와 인공기를 구분 못하는 일부 세계인들의 눈에 이 사진이 공개된 이후 인공기는 러시아라는 침략자를 대신해서 개죽음을 당한 북한군을 상징하는 것으로 기억될 것이다. NGO는 이어 도네츠크 지역에서 인공기를 탈취한 우크라이나 군인들로부터 받은 영상과 사진, 북한군과 싸우기 위해 블랙호크 헬리콥터를 파견하는 모습 등을 방송에 공개했다. 북한군이 교전에 나섰든 아니면 아직 훈련중이든 간에 이제 곧 세계는 북한군의 민낯을 보게 될 것이다. 수십년 동안 스스로를 울타리에 가두고 국제 무대에 나오는 것을 거부해왔던 북의 김정은 정권은 수많은 병사들의 죽음이 전제된 전쟁이라는 형식을 통해 자신들을 드러내고 있다. 이 전쟁이 어떻게 전개되든 그 종말의 운명은 러시아와 함께해야 한다. 아니 결정적 순간이 오면 러시아는 자신들의 퇴로를 위해 김정은 정권을 배신하게 될 것이다. 푸틴은 러시아 군복을 입었는데 러시아 말은 할 줄 모르는 앳되고 왜소한 국적불명 병사들의 운명을 책임지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태극기가 부각된 것은 전 세계적인 열풍을 가져온 블랙핑크의 로제와 제2의 마이클 잭슨이라는 브루노 마스의 '아파트' 뮤직비디오다. 유튜브에 올린지 5일만에 1억 뷰를 돌파한 이 뮤비에는 세계적인 팝스타 브루노 마스가 한국말로 "건배"를 외치면서 양 손에 태극기를 들고 흔드는 장면이 나온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뮤비에서의 태극기 노출은 주재국에서 한국문화원이 태극기를 소재로 한 수십년간의 홍보활동보다 훨씬 더 효과가 큰 한국 홍보 마케팅으로 향후 경제적 파급효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류콘텐츠 이용이 한국에 대한 호감도 증진에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수많은 연구 분석을 전제로 태극기 노출은 컨텐츠 수용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고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흥행 이후의 한국 놀이문화 붐처럼 '아파트'로 인한 '한국식 술문화'에 대한 세계인들의 호기심은 한국 관광과 투어를 통해 자신들만의 컨텐츠를 제작, 확대 재생산함으로써 또 다른 경제적 효과로 이어질 것이다.
뮤직비디오에서의 태극기와 전쟁터에서 노획물로 찍힌 인공기는 대한민국의 발랄한 MZ들과 전쟁에 끌려나온 북한의 MZ들을 각각 상징한다. 이것이 김정은이 주장하는 2개의 국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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