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는 남편이나 남자친구가 아닌 친족이어야 한다는 북한
때아닌 ‘그 오빠가 그 오빠냐’ 논란 휩싸여 정쟁 빠진 남한
남북한이 모두 ‘오빠’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북한은 괴뢰말투라고 해서 '남친', '쪽팔린다'를 비롯 남편을 '오빠', 남자친구를 '자기'로 부르는 행위 등 남한식 말투 및 억양을 사용하면 공개처형하는 법을 만들어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남한은 때아닌 오빠가 친오빠냐 남편이냐하는 논란이 불거져 나라가 온통 시끄럽다.
북한 정권은 ‘오빠’, ‘자기야’ 등 한국식 말투 및 억양의 확산이 북한이 지향하는 혁명성, 투쟁 정신 등에 맞지 않다고 단속하기 시작했다. 언어로 사람을 세뇌 시키고 질서화하는 북한 체제에서 한국식 용어와 말투는 혁명성에 맞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BBC가 입수한 평양문화어보호법(이하 보호법) 제19조는 '괴뢰식 부름말'을 본뜨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혈육 관계가 아닌 청춘남녀들 사이에 '오빠'라고 부르거나 직무 뒤에 '님'을 붙여 부르면 안 된다는 것이다. 북한 사회에서 '님'자가 붙는 호칭은 장군님과 수령님 그리고 학교 선생님 뿐이며 동료들끼리 '님'자를 붙여가며 존중한다는 것은 북한 사회가 가장 싫어하는 '사적 영역의 강화'라는 것이다. 그래서 보호법에서는 소년단 시절까지는 '오빠'라고 부를 수 있지만 청년동맹원이 된 다음부터는 '동지', '동무'라고 불러야 한다고 명시했다.
같은 법 22조는 '비굴하고 간드러지며 역스럽게 말꼬리를 길게 끌어서 올리는 괴뢰식 억양'을 본뜨는 행위를 금지한다면서, 남한식 억양까지 금지하고 있으며 43조의 경우 일상생활에서 일부 기관명칭과 부름말을 제멋대로 줄여서 사용하는 행위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남친, 절친, 남사친, 여친 등의 줄임말 역시 남한식 말투로서 단속하겠다는 의미다.
북한 정권은 한국식 말투 및 억양 사용을 막기 위해 휴대전화와 컴퓨터 등에 국가에서 지정한 ‘괴뢰말투 제거용 프로그램’ 설치를 의무화했고 설치하지 않고 ‘손전화기’, ‘콤퓨터’ 등을 이용했을 경우에는 벌금을 내도록 했다. 또 괴뢰말투로 말하거나 글을 쓰거나 괴뢰말투로 된 통보문, 전자우편을 부고 받거나 괴뢰말 또는 괴뢰서체로 표기된 인쇄물, 녹화물, 편집물, 그림, 사진, 족자 등을 만든 자는 6년 이상의 노동교화형에 처하며 괴뢰말투를 다른 사람에게 가르쳐주거나 유포한 경우에도 최대 사형에 선고한다고 밝혔다.
남한에서는 명태균이 공개한 김건희 여사의 문자에 ‘오빠’라는 표현을 두고 남편인 윤석열 대통령을 호칭한 것인가, 아니면 친오빠인가를 두고 아직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김 여사가 명태균과 문자를 주고 받던 당시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그만 두고 정치에 나선 직후이기에 본격적인 대선 국면이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정치판에 뛰어들려 하면 몸을 담으려는 판의 크기에 따라 온갖 정치꾼들이 달라붙기 마련이다. 윤 대통령처럼 평생 검사만 했던 사람이라면 더구나 검사를 그만두기 전까지 대통령의 대자도 생각 안해본 사람이라면 조언자 조력자를 구하는 게 당연한 과정일 것이다.
그렇기에 명태균 만이 아니라 수 많은 사람들이 ‘아크로비스타’를 찾아와 감 놔라 대추 놔라하며 자신들을 와룡봉추라고 포장해서 후보자를 쥐고 흔들려 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박절’하게 내치면 그 원한으로 화가 미칠 수도 있기에 김건희 여사가 ‘오빠’를 흉보는 것으로 명태균을 다독이려 했을 것이다. 김 여사가 모질지 못한 심성을 갖고 있다는 것은 이미 부친과 동향이라는 이유만으로 종북목사가 건넨 명품백을 거절하지 못한데서 드러났으니까.
그러나 이해하는 것은 여기까지다. 벌써 서울의 소리 이명수, 종북목사 최재영, 정치브로커 명태균에 의해 전 국민에게 김 여사의 평소 언행, 생각, 행동들이 다 노출됐다. 이명수에게는 누나라고 부르라며 좌파 중의 좌파, 서울의소리 소속인 이명수에게 선거 조직 일원으로 함께 하자고 수억원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최재영에게는 보수에 의해서 당선됐지만 스스로는 진보라고 생각한다든가,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의리를 지키는 가장 충신이었다든가 보수 우파 진영에서 들었을 때 불편할 수 밖에 없는 내용이 담긴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명태균에게는 “(친족이든 남편이든) 철없이 떠드는 오빠가 무식해서 그렇다”며 깎아내리는 표현을 사용하여 자신의 위신도 깎아내렸다.
북한에서처럼 오빠가 친족이어야한다는 법이 한국에는 없다. ‘그 오빠가 그 오빠인지 아닌지는’ 이번 문자 사태의 본질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윤 대통령 내외의 사람 보는 눈, 절제된 언행, 세상이 자신들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판단이다. 지금까지 부족한 점이 있었다면 지금부터라도 ‘춘풍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을 보여줘야 한다. 임기는 2년 반이나 남았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휴대폰에 여사의 문자 메시지가 ‘오물풍선’처럼 남아있을지 가슴 졸여 가며 언제까지 버틸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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