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착취적 제도 반면 한국은 포용적 제도로 성공
현재는 민주주의 역기능 다수 만족 위해 정부 팽창
국가 간 경제 발전의 차이를 가져온 정치‧경제적 제도 요인을 연구하여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경제학자들이 한 목소리로 한국의 경제 발전을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은 데 한국 사회가 열광하고 있다.
공동 수상자 중 다론 아제모을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와 제임스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저서에서 남북한이 같은 민족으로 지리적 위치와 자연환경이 비슷하고 오랜 기간 동일한 문화와 언어를 공유하고 있지만 한국은 경제 기적을 이룬 데 반해 북한은 경제적 재앙을 벗어나지 못하는 점에 주목하며, 정치‧경제 제도의 차이가 남북한의 운명을 갈랐다고 본 데 한국인 대부분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로빈슨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은 세계 역사상 가장 놀라운 경제적 성공담을 이룬 나라 중 하나”라고 평가하며 지난 50년간 한국의 성장을 일궈온 성장 모델이 앞으로도 지속 가능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한국 사회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이들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나 한국 사회가 미처 보지 못한 게 있다. 공동 수상자들이 인정받은 연구 성과는 포용적 제도를 지닌 국가는 번영하고 착취적 제도를 지닌 국가는 그렇지 못하다는 걸 이론적 체계와 광범위한 역사적 사례를 제시한 것인데, 포용적 제도란 사유재산을 보장하는 시장경제, 법질서, 민주주의 등을 내용으로 한다. 한국은 이와 같은 기준에 비추어 성공의 역사를 써온 게 사실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한국이 그런 역사를 일구어 왔지만, 현재 한국은 민주주의의 역기능이라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점이다. 대중민주주의의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존 스튜어트 밀이 ‘자유론’에서 다수의 폭정을 경계했듯, 자유주의 사상가이자 경제학자인 하이에크는 ‘목소리가 큰 다수의 만족을 위해 정부가 팽창하는 것’을 경계했다. 정부의 팽창은 곧 시장에 대한 개입을 의미하며 이는 시장에 대한 억압으로 나타나 궁극적으로 경제 발전의 동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한국은 특히 민주주의가 제도적으로 정착된 이후 밀이 경계한 다수의 폭정이 두드러져 왔다. 다수의 폭정이란 다수 의견으로 소수의견이 억압되는 것을 뜻하는데, 경제에서는 정치가 사회적 반기업 정서에 편승하여 기업을 규제하는 제도를 양산하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노동계 편향적인 법안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마찬가지다.
국가의 시장개입 강화는 주로 민주당으로 인하여 빚어진다. 민주당의 정체성이나 민주당이 지향하는 바가 자유시장경제에 어긋나는 탓이다. 민주당이 대통령 재의 요구에 따라 두 번이나 재의결에 실패하고도 다시 발의하겠다는 ‘노란봉투법’이 그걸 상징한다. 노사관계를 근본에서부터 흔들어 놓을 이 법안은 제도적으로 사적 자치를 제약하는 것이기에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들이 말하는 포용적 제도로서의 시장경제를 파괴하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시장경제가 파괴되든 말든 개의치 않는다. 오로지 자유시장경제에 적대적이거나, 최소한 친화적이지 않은 급진 좌파 노동운동 세력의 요구에 충실하려고만 든다. 그건 단순히 그들을 의식해서가 아니라 민주당이 그들과 가치를 공유하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민주당이 그토록 집요하게 ‘노란봉투법’에 매달리는 것을 설명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 당시 임대차 3법도 사적 자치를 심각하고도 중대하게 침해하는 것이었음에도 민주당은 아랑곳하지 않고 밀어붙였다. 그 결과 시장에 큰 혼란이 빚어지고 그 파장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쳤다.
큰 틀에서 긴 안목으로 보면 민주당의 이와 같은 반시장적 입법이 잠시 지나가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다수의 폭정이 쌓이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포용적 제도 자체가 무너지는 결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들은 지금까지의 한국경제 발전사를 연구하여 왜 한국이 북한과 달리 성공의 길을 걸어왔는지를 밝혔지만, 어떻게 다수의 폭정이 한국의 포용적 제도를 망가뜨리고 있는지는 보지 못했다. 물론 그건 연구 대상이 아니었다. 그들이 한국경제의 발전이 지속 가능하리라고 말한 것은 어쩌면 한국인들을 위한 덕담에 지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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