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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故 이건희 4주기에 들려온 삼성발 경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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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故 이건희 4주기에 들려온 삼성발 경고음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4.10.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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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김용춘 한국경제인협회 팀장/법학박사

삼성의 최대 강점은 저돌적인 야성이나 지금은 동물원 사자 느낌
삼성 저격수라며 자랑스러워하는 정치권 행태 바뀌어야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 화면에 삼성전자 주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 화면에 삼성전자 주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최근 삼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삼성이 어떤 기업인가. 자타공인 대한민국 대표 기업이자 우리나라 경제의 기둥이다. 삼성이 무너지면 한국 경제가 무너진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삼성의 일거수 일투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 특히 세계인들이 생각하는 삼성전자의 이미지는 요샛말로 ‘넘사벽’, ‘사기캐’다. 야구로 치면 지금 메이저리그를 호령하고 있는 오타이 쇼헤이 선수급이다. 그런데 지금 삼성이 “근원적 기술 경쟁력 문제로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는 사과문까지 발표했다. 연말에는 대규모 인원 감축 소식까지 들려오고 있다. 영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 10년간은 아무 문제없이 탄탄대로만 걸을 줄 알았건만, 최근 삼성의 모습은 어색하기 짝이 없다.

삼성전자가 오늘과 같은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한 데에는 고(故) 이건희 회장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그는 1993년 “자식과 마누라빼고 다 바꾸라”는 신경영선언, 휴대폰 화형식, 일본 도시바의 협력 제안을 뿌리치고 성공해 낸 낸드 플래시 메모리 기술 개발 등 숱한 에피소드를 만들며 선택의 기로에서 삼성을 성공의 길로 이끌었다.

김용춘 한경협 팀장/법학박사
김용춘 한경협 팀장/법학박사

그러나 최근에는 그다지 성공 에피소드가 보이지 않는다. 몇년 전 폴더블폰을 끝으로 괄목할만한 시장 선도 제품 소식도 없다. 그렇다고 바이오, 로봇,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분야를 눈에 띄게 개척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오히려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의 미래를 어둡게 보고 계속해서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오로지 개미들만이 ‘오보사(삼성전자 주가 앞에 5자가 보이면 사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떠받치고 있는 형국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지난 정권에서 무리하게 지배구조를 흔들어대며 삼성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한 점, 역시 지난 정권에서 정치적 이유로 시스템 반도체·파운드리 사업을 확장하게 한 점, 막연한 반(反)삼성 정서에 정부에서 연구개발(R&D) 투자 지원을 삭감하는 정책 등 손에 꼽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 물론 내부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삼성도 이례적으로 반성문까지 발표할 정도니 삼성 스타일상 내부에서 치열한 고민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최근의 삼성을 보고 있으면, 문화가 많이 위축됐다는 생각이 든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 의사 결정 하나 너무 조심한다. 물론 조심해서 나쁠 것 없지 않느냐라고 말할지 모르겠으나, 신중과 위축은 다르다고 본다. 

누가 뭐래도 삼성의 최대 강점은 저돌적인 야성이다. 별 보고 출근해서 별 보고 퇴근하는 일은 예사였고, 필요하다면 휴대폰 화형식이라도 해서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비록 결과가 좋진 않았지만, 자동차 등 새로운 산업에도 적극적으로 진입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최근 모습은 길들여진 사자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충분히 이해는 된다. 정치권, 시민단체, 언론에서 삼성을 얼마나 흔들었던가. 특히 지난 정권에서 삼성이 여기 저기 불려다니는 것을 보면서 마치 삼성의 ‘잃어버린 5년’이 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있었다. 어찌보면 그 때의 후유증이 지금 나타난 것일지도 모른다.

이제라도 삼성을 놔줬으면 좋겠다. 관심어린 애정은 필요하겠지만, 삼성을 흔드는 일, 특히 정치권이 멈춰야 한다. 오죽하면 국회 정무위원회에 삼성 저격수라 불리는 보좌관이 있고, 본인도 이를 자랑스러워 한다고 하는데,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본다. 도와주진 못할 망정 발목잡는 일은 멈추기 바란다. 

그리고 삼성 스스로도 뼈를 깍는 혁신의 길을 가야 할 것이다. 방법은 이미 선대 회장님께서 보여주시지 않았는가. 비록 이건희 회장께서 4년 전 10월 25일 영면하셨지만, 그 분의 유지는 우리 경제에 영원히 소중한 자산으로 남아있다.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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