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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저출산, 국가 차원 아닌 개인 차원이어야 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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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저출산, 국가 차원 아닌 개인 차원이어야 길이 보인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4.09.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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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김용춘 한국경제인협회 팀장/법학박사

개인 입장에선 결혼과 출산이 손해나는 결정
다둥이 부모는 은퇴 후 아파트 제공한다면...
저출산 일러스트 ⓒ연합뉴스
저출산 일러스트 ⓒ연합뉴스

국가비상사태. 올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이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기 위해, 그리고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쓴 표현이다. 꽤 과격하긴 하지만 전혀 과장되거나 틀린 표현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의 대한민국 저출산은 저 정도 표현으로도 심각성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합계출산율, 장래인구추계 등 굳이 다 아는 통계는 들이밀지 않겠다. 오죽하면 해외에서도 우리나라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소멸 국가가 될 수 있다고 걱정할 지경이다. 우리 국민들도 문제점을 충분히 알고 있다. 다만 가슴이 아닌 머리로.

‘국가비상사태’라는 표현이 참 거창하긴 하다. 그러나 이 말을 듣고 ‘그래 이제 아이를 나아야겠어’라고 마음먹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아마 정부의 기대수준보다 훨씬 낮을 것이다. 주변에 물어봤더니 “저건 국가 입장이지 내 입장은 아니지 않나. 지금 나 하나 먹고살기도 힘든데 무슨 결혼이고 출산이냐”는 식의 반응이 돌아왔다. 맞다. 개인의 입장에선 저 반응이 정상이다.

김용춘 한경협 팀장/법학박사
김용춘 한경협 팀장/법학박사

저출산 문제를 국가적 차원의 문제뿐 아니라 개인의 관점에서도 봐야 한다. 개인 입장에선 결혼과 출산이 손해나는 결정일 수 있다. 과거 농업 중심의 베이비붐 시대만 하더라도 대가족의 노동력이 중요했으니 많이 낳는 것이 유리했다. 여기에 영유아 사망률도 높으니 많이 낳으려 했다. 아이 1명을 키우는데 들어가는 비용도 오늘날과 비교해보면 많지들지 않았다. 과장된 표현으로 숟가락 하나만 더 얹으면 되는 시절이었다. 그리고 자식들은 든든한 노후대책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취업도 안되고, 겨우 취업해도 쥐꼬리만한 월급에, 인사적체로 인해 웬만큼 해서는 승진도 쉽지 않다. 물가와 세금은 왜 이리 많이 오르는지 나 하나 쓸 돈도 부족하다. 안 그래도 생활 수준은 올라서 고정비 지출도 많은데 말이다. 저축은 언감생심이다.

아이 하나 낳아서 키우려 해도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정부에서 이래저래 지원책을 많이 쓴다곤 하지만 개인 입장에선 턱없는 수준이다. 자녀 1명 키우는데 평균 3억원이 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다 키우고 나서도 문제다. 양육하면서 이미 허리가 다 휘었는데, 결혼할 때 좀 보태주고, 나중엔 손주 돌보느라 휜 허리가 아예 부러질 지경이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는 시대도 아니니 노후대책이라는 장점도 없다. 지금은 오히려 노후에 방해만 안 되면 고맙다고 해야할 판이다.

그러니 요새 젊은 세대들이 출산을 기피하는 것이다. 물론 책상에 앉아서 일일이 계산기 두드려가며 출산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본능적으로 굳이 아이를 낳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 환경이 됐다. 물론 아이가 주는 행복은 그 어떤 것보다 높은 가치이긴 하다. 그러나 그것도 아이를 일단 낳아봐야 아는 것이지 말로 백날 떠들어봐야 의미없다.

이제 국가비상사태같은 거대담론 보다는 미시적 차원에서의 접근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찔끔찔금 지원보다는 ‘아이없는 사람 서러워서 못 살겠다’는 분위기로 확 바꿔야 한다.

예를 들어 소득세를 파격적으로 감면하면 어떨까. 현재처럼 아이 1인당 150만원씩 소득공제 해봐야 정부만 생색내는 정책일 뿐 개인에겐 그다지 와닿지 않는다. 취학아동 사교육비는 아예 교육비 공제도 안 된다. 아이가 셋인데도 연말마다 소득세를 토하는 경우도 많다. 지금은 나라가 우대한다는 느낌이 별로 없다.

지금 아이 낳는 다둥이 부모는 은퇴 후 아파트를 제공하는 것도 방법이다. 대신 지방으로. 어차피 지금도 지방에선 빈집들이 늘어가는데 30년 후면 큰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다. 정부가 이를 실버타운으로 만들어서 의료시설들을 확충하면 적어도 노후 주거 걱정은 덜 수 있지 않겠는가. 지방경제 활성화는 덤이다.

물론 순전히 개인적인 아이디어이긴 하지만, 워낙 미증유의 저출산 사태인지라, 극약처방 수준의 대책이 아니고선 지금의 추세를 바꾸긴 어렵다고 본다. 그래도 아이 셋을 낳은 필자의 의견이니 조금은 귀담아 들을 만하지 않을까.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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