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범죄로 생긴 인기로 돈 버는 걸 막는 ‘샘의 아들법’
SNL 나오는 조국, 이러다 온가족이 넷플릭스 드라마 출연?
“오늘 여러분은 살인, 탐욕, 부패, 폭력, 사기, 간통 그리고 배신이 가득 담긴 이야기를 감상하시게 될 겁니다. 우리 모두가 매우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이지요.”
1975년 뉴욕에서 초연된 이래 1996년부터 지금까지 재공연을 이어 가고 있는 뮤지컬 ‘시카고’의 첫 대사다.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오랫동안 공연되고 있는 이 작품은 살인 등의 중범죄를 저지른 여성들이 대중의 관심을 자극해서 그 인지도를 이용해 무대 위의 스타가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카고’는 20세기초 금주법이 시행되던 물질만능시대의 시카고를 배경으로 주인공들이 모두 지리멸렬하고 찌질한 범죄자일 뿐이지만, 황색 언론과 광적인 대중이 그들에게 환호하는 세태를 풍자한다. 뮤지컬일 뿐이라고? 범죄자들에게 열광하는 행태는 무대보다 현실이 더 심각하다.
1981년 6월 11일, 당시 32세의 일본 유학생 사가와 잇세이는 25세의 네덜란드 여학생 르네 하르트벨트를 파리 16구 에를랑제 가의 자기 스튜디오로 유인해서 독일어로 시를 읽어달라고 부탁하고는 시를 읽는 그녀의 등 뒤에서 총을 쏘아 즉사시켰다. 그런 후 그는 전기칼로 그녀의 시신을 잘게 잘라서 그중 일부를 먹기까지 했다. 정신병을 이유로 일본으로 추방된 그는 출판사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 ‘안개 속에서’라는 제목의 범죄 회고록을 펴냈고 30만 부가 넘게 팔렸다. 그는 CF, 방송, 영화 출연 등으로 수익을 올리다가 자신의 범죄를 소재로 한 만화를 그려 출판하기도 했다.
1994년 당시 전 부인 니콜 심슨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배심원단으로부터 무죄 평결을 받은 왕년의 풋볼 스타 O.J.심슨은 ‘내가 했다면(If I Did It)’이란 책으로 큰 돈을 벌었다. 이 책은 심슨 자신이 니콜 심슨과 남자 친구인 로널드 골드맨을 살해한 진범이 따로 있다고 설정하고 만약 이 범행을 심슨 자신이 했다면 어떻게 했을 것인지를 서술한 내용으로 결국은 자신이 진범이 아니라는 강변으로 일관한다. 당시 폭스TV는 “‘심슨이 만약 아내를 죽였다면 어떻게 죽였을까’라는 제목의 심슨 인터뷰를 방영함으로써 심슨의 책 홍보에 일조하려다 유족의 반발로 취소하기도 했다.
범죄자가 자신의 범죄 행위를 미화하거나 변명하면서 그를 통해 큰 돈을 벌기 위해 자서전이나 회고록을 쓰는 것이 정당한 것인가를 두고 표현의 자유를 넘치도록 구가하는 프랑스에서도 논쟁이 벌어졌다. 각각 어린이를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인 파트릭 앙리와 뤼시앙 레제르라는 범죄자가 교도소에서 자신의 죄를 변명하는 내용의 회고록을 집필하고 있다는게 알려지고 이에 많은 출판사들이 그들의 책에 군침을 흘리면서 경쟁하는 일이 벌어지자 사회적 광기에 대해 프랑스 지식인들이 들고 일어났다.
1977년 뉴욕 주에서 만든 ‘샘의 아들법’(Son of Sam law)은 이렇게 범죄자가 자신의 범죄로 생긴 대중적 인지도를 이용하여 수익을 챙기지 못하게 하고자 만든 법이다. 즉 범죄자들이 비난받아 마땅한 행동을 해놓고도 오히려 그걸 이용해서 물질적인 이득을 얻는 걸 막자는 것이다. 1976년 1년간 권총을 이용한 묻지마 총격으로 6명을 살해하고 7명을 중태에 빠뜨린 데이비드 버코위츠는 범행 현장에 자신을 ‘샘의 아들’이라고 칭하며 샘이라는 괴물이 자신을 조종해 살인을 저지르게 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놓아두거나 추가 범죄를 예고하는 등 대담하고 기괴한 행동으로 1년 동안이나 경찰을 갖고 놀았다.
이로 인해 공포심과 더불어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졌고 이를 소재로 돈을 벌려는 출판사가 버코위츠와 12만 달러에 범행 일대기 출간을 계약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이를 계기로 뉴욕주 의회는 범죄자로부터 이야기를 구매하는 측은 범죄자 본인 대신 ‘범죄피해자위원회’에 돈을 지불토록 하는 ‘샘의 아들법’을 미국에서 처음으로 제정했다.
잡범이긴 하지만 죄질은 그에 못지 않은 조국 일가도 책을 출간해 떼돈을 벌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2021년 펴낸 ‘조국의 시간’이 3주만에 30만부 판매를 기록, 수억원을 챙기면서 그에 힘입어 ‘디케의 눈물’ 등을 잇따라 출간했고 그의 아내 정경심 전 교수는 옥중 수기 ‘나 혼자 슬퍼하겠습니다’로 영치금에 버금가는 수익을 냈으며 딸 조민도 에세이 ‘오늘도 나아가는 중입니다’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다.
여기에 조국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6 녹화를 마쳤고 추석 연휴 이후 방영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뮤지컬 ‘시카고’는 남편과 불륜 상대를 각각 죽인 여주인공 둘이 감옥에서 앙숙으로 지내다 마침내 함께 무대에 올라 관객들을 향해 실탄없는 기관단총을 난사하는 포퍼먼스를 선보이고 관객들이 이에 열광하면서 막을 내린다. 조국 일가도 쉴 새 없이 책을 펴내고 국회의원이 되고 당대표가 되고 크리에이터가 돼서 관객을 향해 기관단총을 쏘아대고 있다. 이러다 이제 곧 조국 일가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아 ‘우리는 이렇게 털렸다’ 등의 제목으로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를 기획해서 온 가족이 직접 출연하겠다고 나선다는 기사를 접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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