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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좌충우돌]이기흥과 이종찬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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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좌충우돌]이기흥과 이종찬의 공통점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4.08.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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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종근 시사평론가

선수단의 개선식과 선열을 기리는 광복절은 국가의 의식
사사로운 이익 추구를 위해 국가 통합의 날에 재를 뿌려
왼쪽부터 이종찬 광복회장,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연합뉴스
이종찬 광복회장(왼쪽부터),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연합뉴스

“그는 올림피아에서 전 그리스를 감격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그는 개선식을 통해 호사로움과 부유함, 힘과 정신을 뽐냈으며 우승자를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다른 도시들을 내려다보았다.”

소크라테스가 올림픽 제전을 관람하며 우승한 선수들을 보고 한 말이다. 그후 그는 기원전 399년 5월 그리스 아테네 종교법정에서 “올림피아 제전에서 승리한 영웅처럼 나를 찬양하라. 내가 행한 모든 선(善)을 인정해 국가 비용으로 내게 공짜 저녁을 영원히 제공하라“고 소리쳤다. 재판이 끝난 다음 그에게 주어진 것은 공짜 저녁이 아니라 독배였지만 어찌됐든 그의 말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당시 그리스 도시국가들이 올림픽 경기 우승자에 대해 개선식을 열어 환대했다는 것이다.

카이사르와 나폴레옹이 각각 전쟁에서 승리한 후 로마와 파리로 돌아오면서 치렀던 ‘개선식’은 원래 이렇게 고대 그리스 올림픽에서 우승한 선수를 축하하며 각 도시국가에서 치르던 행사였다. 올림픽 경기 우승자가 고향에 돌아가면 성대한 개선식이 열리고 지금처럼 각종 혜택이 주어졌다. 평생 세금을 면제받거나, 사제직이나 장군 또는 지휘관에 임명됐다. 평생 무료 식사가 제공되고, 공공장소의 기념 석주에 이름이 새겨지기도 했다.

올림픽 우승자의 ‘금의환향’ 의식으로 시작된 개선식은 국가가 발전하며 전쟁이 잦아지자 곧 전쟁을 승리로 이끈 장군이나 군대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한 의식으로 바뀌었다. 개선식이야말로 국민통합의 기폭제로 활용하기에 적합했기 때문이다. 로마가 신들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여러 부족들을 뭉치게 하는 효과를 노려 개선식의 최종 도착지로 유피테르 신전을 택했다.

이종근 시사평론가
이종근 시사평론가

한 나라의 탄생을 기리는 기념일 역시 국민 통합의 날이다. 가족들도 1년 내내 싸우고 다투고 질투하고 시기하고 증오하더라도 조상의 제삿날에는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다 모두 모여 신위 앞에 절을 하고 제사 음식을 함께 나누는 것처럼 한 국가 안에서 정파로 나뉘어 경쟁하고 세대간 지역간 성별간 계층간 남녀간 갈등을 이어가더라도 광복절이나 삼일절이 되면 5부 요인과 각 정당과 시민단체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은 우리가 지금 이순간 하나의 울타리 안에서 살고 있는 공동체가 그날로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사회학자 로텐불러(E W Rothenbuhler)는 국가적 의식의 의미에 대해 “의례를 통해 집합적 관념, 신념과 감정을 재창출시키는 과정에서 집합체의 결속을 강화하고 집합체의 구성원들에게 활기와 자신감을 심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미국 브라운대 커처 교수(David Kertzer)는 “의례는 사회 통제의 형식을 구성하고 사회 안정에 영향을 주며, 권력의 정당성을 확인시키는 기제로 작용해 사회의 성스러운 가치들을 보존하고 실현한다는 것을 천명하게 하며 사회 구성원들로 하여금 그 가치들을 집합적으로 체험하게 함으로써 사회적 결속과 통합을 강화시키는 제도적 장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한마디로 국가의식은 국가적 정체성과 국민적 일체성을 드러내게 하고 결집시키며 그를 통해 국가의 정통성과 권위성을 부여받고 과시하는 과정이다. 국가적 의식을 치를 때 국민의례를 하는 것은 모든 참석자를 하나로 묶는 의례적 장치이기 때문이다. 순국 선열에 대한 묵념은 국민에게 국가기억 집단기억에 대환 환기를 통해 연대감을 일으키게 만드는 것이며, 그 순간의 엄숙성은 공동체에 대한 생각과 자신의 위치를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된다. 그러므로 의례는 국가의 단일 이데올로기를 완성하는 가장 강력한 의식이며 학습된 의례의 기억은 그 순간의 감정적 공유를 일치하게 만들어 공동체의 부름에 헌신하게 된다.

정부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의 이름을 드높이고 자랑스럽게 돌아온 선수들을 볼모 삼아 개선식의 의미를 내포하는 해단식을 임의로 무산시킨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나 자신이 미는 김진 광복회 부회장이 독립기념관장이 안됐다는 이유로 온갖 몽니를 부리며 광복절 행사에 먹칠을 한 이종찬 광복회장은 국가의 이름으로 단죄돼야 한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해단식이나 79주년 광복절 기념식은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나 윤석열 정부의 의식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국민들이 주최자가 돼 치르는 의식이다. 대한체육회나 광복회가 자신이 주인이라도 되는양 함부로 국가 의식을 건너뛰거나 따로 치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기흥과 이종찬은 개선식이나 광복절이 체육회와 광복회의 행사라고 착각하고 있다.

그 착각은 이기흥과 이종찬의 사사로운 이익에서 비롯된다. 이기흥은 국가스포츠위원회를 만들어 문체부가 관할하고 있는 체육 정책과 예산의 권한을 빼앗아 독자적으로 제안하고 집행하겠다며 떼를 쓰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종목별 협회나 연맹이 정부의 통제를 요리조리 피해 자신들만의 이권을 추구한 결과 온갖 비리가 누적돼 있는데 아예 자신들이 국가 부처 행세를 하겠다는 것이다. 정몽규 축구협회장의 4선 야망도 이기흥이 연임제한 규정을 개정해서 실현시켜 주려고 하고 있다. 물론 자신도 규정 개정으로 종신 집권을 획책하고 있다. 이런 전횡을 참다못한 유인촌 장관이 문재인 정권이 방기한 이기흥의 대한체육회 비위에 대한 감사를 추진하고 예산도 직접 교부하겠다고 나서자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이기흥이 선수단 해산식을 무산시킨 이유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아직도 윤 대통령을 아들의 친구로 생각하는지 자신 뜻대로 독립기념관장이 임명되지 않자 말을 바꿔가며 김원웅 전 회장처럼 민주당의 프레임 전선 편에 서서 정파적 정치적 행동을 벌이고 있다. 그는 처음엔 건국절 논쟁을 벌이다 윤 정부가 건국절 제정에 뜻이 없음을 공개하자 “윤 정부가 김형석 관장 임명을 통해 김구를 죽이려 한다”고 발빠르게 프레임을 전환했다. 이 역시 김 관장이 그간 주장해온 ‘이승만-김구 동시 국부 추대론’이 공개돼 자신의 프레임이 허구임이 드러났는데도 백범기념관에서 민주당과 함께 따로 기념식을 벌이는 추태를 이어갔다. 이종찬은 종북 방송으로 송출이 중단된 통일TV의 상임고문임이 드러나자 본인은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을 했다. 그러나 이종찬이 통일TV 고문이라는 것은 2018년 9월 19일 연합뉴스, 시사저널, 한겨레, 미디어오늘 등 언론들이 통일TV의 태동을 알리는 기사마다 적시돼 있다.

파리올림픽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국격을 높여준 그러면서도 매 순간을 충분히 즐긴 국가대표 선수들과 이 땅의 독립을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혼신을 다한 조상님들께 고개를 들 수가 없다. 공공성을 망각하고 사익을 추구하며 이념에 영혼을 팔아먹는 자들이 척결돼야 대한민국은 비로소 하나의 국가로 다시 시작된다.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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