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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좌충우돌]이재명의 기본소득, 샘 올트먼도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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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좌충우돌]이재명의 기본소득, 샘 올트먼도 실패했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4.08.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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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종근 시사평론가

민주당 강령에 기본소득 집대성한 기본사회 삽입 논의
오픈리서치 3년 연구결과 건강은 악화 부채도 더 증가
ⓒ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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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민주당’이 또 다시 ‘기본’을 들고 나왔다.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는 지난달 31일 비공개 회의를 열고 당 강령 전문에 이재명 당대표 후보의 트레이드마크인 ‘기본소득’을 집대성한 '기본사회'를 넣는 방안을 논의했다. 헌법 10조에 명시된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감안해 기본사회를 누릴 권리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어떤 공론화 과정도 없이 당 강령에 불쑥 기본사회를 넣겠다는 것은 완전하게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바꾸겠다는 것으로 당 로고 색깔만 이재명의 퍼스널 컬러로 바꾼게 아니라 정신까지 이재명으로 개조하겠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또 이재명의 기본사회 이념을 실천하기 위해 순창, 함평 등 호남 일부 지역에서 ‘이재명표’ 기본소득 지급 실험에 나선다. 기본소득 반대자들을 진압하기 위해 실험을 통한 실적 자료 만들기에 돌입한 것이다. 당대표가 된 것도 아니고 대통령 후보가 된 것도 아닌데 대통령 후보‘였고’ 당대표‘였던’ 개인의 공약인 기본소득 실험을 당 차원에서 그것도 기초자치단체를 통해 착수한 것이다. 인구 약 2만7000명의 전북 순창군은 지역 농민 4500여 명을 대상으로 올해 12월경 지역화폐로 ‘농민기본소득’ 연 100만 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함평군 등 전남 지역 일부 기초자치단체에서도 농민기본소득 도입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근 시사평론가
이종근 시사평론가

이런 가운데 기본소득과 관련, 흥미로운 실험 결과가 눈길을 끌고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지원하고 비영리 기관인 오픈리서치(OpenResearch)가 주도해서 미국 텍사스와 일리노이에 거주하는 21~40세의 미국인 3000명에게 3년간 기본소득을 지급한 후 그로 인한 삶의 변화를 분석하는 연구다. 오픈리서치는 2019년 기준 가계소득이 연방 빈곤선의 300%(1인 가구 3만7370달러, 4인 가구 7만7250달러) 이내인 중·저소득층 중에서 대상자를 선정해서 실험군으로서 이 중 1000명에게 매달 1000달러(약 138만원)를 조건 없이 현금으로 지급했고 대조군으로서 나머지 2000명엔 매달 50달러(약 7만원)를 나눠줬다. 그렇게 2020년 11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3년 동안 실험이 진행됐고, 그 결과가 공개된 것이다.

아직 모든 자료가 다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현재까지 나온 자료를 통해 얻은 결론은 기본소득이 이재명이 얘기하듯 유토피아를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기본소득으로 인해 수혜자들이 보다 더 건강해질 것이라는 가설은 실패했다. 월 138만원의 소득이 갑자기 더 생기면 당연히 스트레스가 크게 줄어들어야 할 것만 같지만 연구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기본소득을 받기 시작한 첫해엔 실험 참가자의 스트레스가 상당히 줄었지만 그 효과는 2년 차부터 사라졌고 3년 차가 되자 오히려 실험군의 스트레스가 대조군보다 더 높게 나타나는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기본소득으로 인해 남는 시간을 교육에 투자해 기술을 향상시켜 질 높은 일자리를 갖게 될 것이라는 가설 역시 뚜렷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기본소득 찬성론자들 쪽에선 이 추가 시간에 교육에 투자하고, 기술을 향상시키고, 더 나은 직장을 구하거나 자신만의 사업을 시작하게 될 것이라 주장했지만 이번 실험에서 연구진은 기본소득으로 인해 일자리 질이나 인적 자본이 개선됐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실제 교육에 시간을 낸 20대와는 달리, 30대 실험 참가자에게선 교육이나 기술훈련을 추구하는 모습이 나타나지 않았고 ‘창업하고 싶다’는 응답이 약간 높아지긴 했지만, 실제 창업으로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IT 매체 '와이어드'가 미리 입수해 보도한 세 번째 논문에 따르면 실험 참가자들은 빚도 더 내서, 결과적으로 자본(자산-부채)이 줄었다고 한다. 

최근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지원하고 오픈리서치가 주도한 기본소득 실험 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itv 유튜브 화면 캡처.
최근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지원하고 오픈리서치가 주도한 기본소득 실험 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itv 유튜브 화면 캡처.

더 큰 문제는 이 실험 이후 이들에게 기본소득으로 주어지던 돈이 끊긴 이후의 삶의 변화다. 3년 동안 당연히 지급받던 소득을 중단했을 때 이들은 정신적으로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생활 패턴을 달리 하게 될까. 이미 이 실험을 위해 3년간 오픈AI가 투입한 돈은 연구용역비 포함 829억원이다. 기본소득의 전제는 지속가능한 재원 마련이다. 앞서 민주당이 하려는 실험 역시 비록 지급되는 액수가 오픈리서치에 비해 현저히 적지만 위험한 발상이다.

때마침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이 민주당 단독으로 통과됐다. 지난 5월 갤럽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51%가 지급해서는 안된다고 25만원 지원법을 반대했다. 소득 기준 중·상 층에서 상대적으로 반대가 많았다. 지원법에 따르면 현금이 아닌 지역사랑 상품권으로 지급된다고 한다. 행안부는 최근 지역사랑 상품권의 불법 매매인 속칭 ‘깡’이 최근 들어 4배 이상 폭증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재명의 기본소득에 대해 “어느 나라도 채택하지 않은 제도”라며 공개적인 정책 검증토론을 하자고 맞장을 떴던 민주당 친문 인사들 홍영표, 김종민, 신동근 등은 학살되거나 일찌감치 이 당에서 떨어져 나갔다. 반대파를 미리 숙청하고 옹립파만 남긴 이 당에서 강령에 무엇을 넣든 누가 뭐라 하겠나마는 이재명의 복지는 표를 위한 현금 살포 뿐이라는 것에 대해 소위 진보학자들이 비판하지 않고 입 다물고 있으니 문제다. 더 큰 문제는 이재명의 민주당은 기본소득 지급을 위한 재원을 대기업으로부터 뜯어내는 것으로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재원을 짊어질 AI 대기업의 탄생을 바란다면 불법 파업 조장해서 대기업 해외로 탈출하게 만들 ‘노랑봉투법’부터 철회하든지.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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