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액 대부분 앱이 독차지 점주들은 남는게 없어 피해 누적
소비자들도 장기적으로는 음식 질 낮아지고 서비스 품질 저하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구성한 ‘프랜차이즈 배달앱 사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등 배달 플랫폼 3사를 대상으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정식 신고할 것이라고 한다. 배달의민족 등이 시장지배적 사업자인데, 가격을 올릴 때 사전에 협의가 없었다는 게 골자다. 대책위는 “배달앱 3사들끼리 시장점유율을 늘리려고 무료배달 등 출혈경쟁을 벌이다가 발생한 손실을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 등의 방법을 통해 부당하게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했다.
사실 이같은 상황은 배달 사업이 시작할 때부터 예견되어 있었다.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어떤 기업이 시장에서 약탈적 가격 경쟁을 벌여 독점을 달성하는 경우, 독점시장에서는 가격이 경쟁가격 이상에서 설정될 것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소비자 후생에 반하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배달앱 시장의 시장점유율을 보면 1위인 배달의민족이 58.7%로 독점에 해당하고, 2위인 쿠팡이츠의 22.7%와 3위인 요기요의 15.1%를 합치면 모두 96%에 달해 명백한 독과점 시장이다, 이들이 마음만 먹으면, 경쟁가격 이상으로 가격을 책정해 소비자 후생이 크게 감소할 우려가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번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이 배달 시장에서는 누가 과연 득을 보고 있는 것일까? 우선 배달앱 플랫폼 회사를 보자. 1위 업체인 배달의민족은 2023년 매출 3조4000억원, 영업이익 7000억원을 달성했고, 영업이익률은 20.5%에 달했다. 배달의민족의 영업이익은 2020년에는 손실을 기록했으나 2022년 배민1의 중개수수료를 6.8%의 정률제로 개편하고 배달비를 1000원 인상한 이후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로 돌아섰다고 한다. 지난달에 배민1플러스 중개수수료를 9.8%로 기존보다 3% 인상했으니 흑자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다.
다른 부문은 어떠한가? 식당점주들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배달앱이 매출의 대부분을 가져가 팔아도 남는 것이 없다고 호소한다. 실제로 2만원짜리 음식 주문을 받으면, 중개수수료와 결제수수료, 배달비 등으로 5500원 가량이 지출되어 총 27%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이러니 팔고도 남는 것이 없고 팔수록 손해라는 말이 나온다. 그렇다고 배달앱을 이용하지 않을 수도 없다. 배달앱을 이용한 주문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어서 매출이 크게 떨어질 우려가 있다.
배달 라이더들은 어떠한가? 라이더의 입장에서는 최저임금도 안 나오는 수준이라고 한다. 배달료가 시간제가 아니라 건당 고정금액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배달 동선과 날씨 상황 등 여러 가지 조건을 감안하면 시급 3000~4000원 수준이라고 한다. 배달시 사고위험에 대비해 보험에도 가입해야 한다. 그래서 용돈 버는 수준으로는 적당할 수 있지만, 직업으로 하기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떠한가? 선택지가 넓어지고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즐길 수 있게 되었으니 소비자 후생은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음식점의 비용 부담 증가로 배달 음식의 질이 떨어지거나, 배달료 절약을 위해 알뜰배달을 이용하다 보면,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음식이 식어서 애초 기대했던 수준의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원하는 서비스를 받으려면 한집배달 등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종합해 보자면, 배달앱 플랫폼은 이익을 보지만 나머지 이해관계자들은 그들의 후생 수준이 증가되었다고 보기는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일까?
대학에서 창업실습을 지도하고 있는 필자는 창업의 핵심이 기회의 발견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 생활 주변에서 어떤 수요가 있는지 이를 파악해서, 다른 사람보다 빨리, 그리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수요에 부합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것이 창업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배달앱은 소비자들이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편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데 성공을 했다. 과거 중국 음식이나 가까운 주변 음식점에 국한되었던 배달을 대부분의 음식점으로 확대했고, 초기에는 각종 프로모션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특히 코로나 시기에는 외출이 힘들고 사람들과의 접촉을 자제해야 했던 터라 배달앱 수요가 폭발했다. 따라서 매우 성공적인 비즈니스모델을 창출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배달앱이 다른 스타트업과는 다른 점이 있다. 배달앱은 기존에 없던 시장을 창출했다기 보다는 기존의 시장에 뛰어들어 그 안에서 이익을 나눠가지는 성격이 강하다. 즉 파이를 키우기보다는 정해진 파이를 나눠 갖는 성격이다. 애플의 스마트폰 개발이나 최근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참여하는 인공지능(AI) 산업 등은 기존에 없는 시장을 만들어 내는 것이기 때문에 그 어느 이해관계자의 이익도 침해하지 않는다. 다만,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려는 기업들의 더 큰 경쟁을 유발하기 때문에, 기업의 입장에서는 절박한 심정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경쟁을 선으로 보는 것은 경쟁은 기업을 힘들게 하지만 소비자에게는 이익을 안겨주기 때문에 그렇다.
반면 배달앱은 자신들의 이익에는 도움이 되지만 기존 이해관계자들에게는 큰 이익이 없다. 오히려 배달앱간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나머지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이 침해되는 형태다. 음식점주들은 초기에는 매출증가로 이익을 기대했지만, 수수료 증가와 무한 경쟁으로 한계상황으로 가고 있다. 배달 라이더들은 각종 사고위험에 노출되면서도 수입은 최저시급이 안된다. 소비자는 점점 더 많은 비용을 배달비로 지급해야 한다. 반면 배달앱은 무료배달 프로모션으로 치열한 경쟁을 했다고는 한다. 하지만 이후에는 약속한 듯이 모두 수수료를 비슷한 수준으로 올렸다. 그러한 행태는 약탈적 가격정책과 비슷하다. 배달앱의 구조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기존 시장의 참여자들로부터 수수료를 수취하는 것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참여자들간의 마찰이 불가피한 형태다.
배달앱의 수수료 결정이 합리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최소한 소비자들에게 어떠한 이익이 있으며, 음식점주와 배달라이더들의 생태계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생하기가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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