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5-03-31 11:10 (월)
[이종근의 좌충우돌]‘착한 아이’ 문재인 · ‘메시아’ 트럼프 · ‘화가 낙방’ 히틀러의 공통점은?
상태바
[이종근의 좌충우돌]‘착한 아이’ 문재인 · ‘메시아’ 트럼프 · ‘화가 낙방’ 히틀러의 공통점은?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5.03.24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ㆍ이종근 시사평론가

가야문화 복원이나 퇴폐미술전이나 고전미 행정명령이나
특정 양식을 강제하기 위해 공권력을 동원하는 게 ‘독재’
왼쪽부터 문재인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돌프 히틀러. ⓒ연합뉴스, 네이버캡처
왼쪽부터 문재인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돌프 히틀러. ⓒ연합뉴스, 네이버캡처

문재인 전 대통령과 히틀러 총통의 공통점은 자신이 역사를 좋아한다고, 자신이 미술가라고 권력을 잡은 후 역사와 문화에 간섭해서 역사를 왜곡하고 문화를 도륙한 위정자라는 점이다. 진시황이나 스탈린이나 히틀러나 모택동이나 모두 권력을 잡은 후 제 생각대로, 제 취향대로, 제 이념대로 역사와 문화를 재단해서 백성을, 인민을, 국민을 ‘계몽’시키려 들고 ‘개조’시키려 들었다.

문재인은 자신의 역사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2011년)에 이렇게 서술했다. “나는 원래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하고 싶었다. 학교 다니는 내내 역사과목이 가장 재미 있었고, 성적도 제일 좋았다. 지금도 나는 역사책 읽는 걸 좋아한다. 처음 변호사할 때 ‘나중에 돈 버는 일에서 해방되면 아마추어 역사학자가 되리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자신의 욕망을 자서전에 고백하는 것에서 그쳤다면 인문학적 호기심이나 소양이 있다는 개인적 자랑질에 머물렀을 것이다.

문재인은 대통령이 되자마자 그의 표현대로 ‘뜬금없이’ 가야사 연구와 복원을 국정과제에 포함시키라고 지시한다. 그로 말미암아 가야 문화관광벨트를 조성하고 그를 위한 예산의 일부를 떼내서 연구비로 충당한다는 전형적인 개발 이벤트 정책이 쏟아졌고 당장 ‘눈먼 돈’이 나오자 수많은 졸속 복원이  이루어졌으며 급기야 ‘자칭 역사 애호가’의 가야 문화 복원의 일환으로 김해시장이 가면 될 허황후 관련 행사에 참석한다는 핑계를 대고 아내 김정숙을 전용기에 태워 인도 타즈마할 유람까지 보내줬다. 학자도 아닌 위정자가 그것도 자신의 정치적 연고 지역 역사를 더 많이 연구하라 마라 하는 건 그야말로 난센스다.

이종근 시사평론가
이종근 시사평론가

당시 신라사의 권위자이자 한국고대사학회장을 맡고 있던 하일식 연대 교수는 문재인의 역사 간섭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대통령이 학계에 '특정 시기 연구에 집중하라'고 하는 것은 외국에도 예가 없다”면서 “정부가 역사에 개입하는 행위를 한다면 국정교과서 추진이나 다를 바 없다...막강한 권력을 가진 대통령이 이런 것에 일일이 나선다는 게 적절하지 않다. 나는 '악한 정권은 하면 안 되고, 선한 정권은 해도 된다'는 생각에 반대한다. 세상에 선한 정권이 어디 있겠나"고 분개했다.(조선일보 2017년 6월 6일자 「[단독] "대통령이 특정 歷史연구 지시하는 나라가 어딨나"」, 한겨레신문 2019년 10월 19일자 「가야사 복원 지시, 본말의 전도 ‘울림과 스밈’」 참조)

화가가 되려다 실패한 아놀드 히틀러는 전국적 인지도는커녕 별 볼 일 없던 조그만 우익단체에서 출발한 독일노동자당(나치 전신)을 이끌던 시절 주정부의 전복을 주도했다 실패한 쿠데타 때문에 5년형을 받고 복역하던 중 옥중에서 「나의 투쟁」이라는 책을 저술했다. 나치의 바이블이 된 이 책에서 히틀러는 ‘예술의 볼셰비즘’이라는 소제목이 달린 챕터를 통해 현대 미술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냈다. 실력 부족과 집안 형편으로 미술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컴플렉스는 그로 하여금 일체의 모던 아트, 다다이즘 등 현대 전위 미술에 대한 극도의 혐오를 갖게한 것이다.

나치 독일의 총통 자리에 오른 히틀러는 그의 개인적 혐오감을 전 국민에게 확산시킨다. 히틀러는 순수한 혈통으로 이루어진 순수한 민족 공동체 유토피아를 실현하기 위해 ‘순수한 독일 정신에 어긋나는’ 모든 예술 작품들을 몰수하고 소각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그는 국공립 미술관은 물론 개인 미술관에 이르기까지 20세기 독일 아방가르드 예술가의 작품을 발본색원해서 철거하고 심지어는 소방서에서 소각하는 사상 초유의 예술 테러를 감행한다. 소각하기에 앞서 선전부 장관 괴벨스는 전국을 돌며 ‘퇴폐미술전’이라는 이름으로 나치가 지목한 블랙리스트 작가들의 작품들을 전시했다.

‘건강한’ 독일과 ‘병든’ 독일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데에 그림만큼 확실하고 편리한 매개체는 없었다. 나치 이데올로기를 주입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을 계몽하기 위한 방편으로 미술 작품을 선택했고 예술가들은 시대의 희생양이 되었다. 나치는 전쟁을 겪으며 공황 상태에 빠져 있던 예술가들의 숨통을 조이고 상처를 짓밟았으며 생명에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전시회가 끝난 이후 블랙리스트 예술가의 예술 활동은 더욱 더 철저히 감시되고 금지를 당했다. ‘퇴폐 미술작품’의 낙인이 찍힌 것은 슈비터스, 슐레머, 파이닝거, 칸딘스키, 키르히너, 클레, 코코슈카, 마르크, 놀데, 에른스트, 딕스 등등 다다, 바우하우스, 추상, 표현주의, 쉬르레알리슴, 신즉물주의, 결국 모더니즘의 거의 모두였다.(월간 유레카 2018년 11월 1일 「<퇴폐미술전>, 나치의 블랙리스트 예술가들」 참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취임 당일 서명한 행정명령을 통해 “공공 건축물을 디자인할 때 지역적·전통적·고전적 건축 유산을 존중해 공간을 아름답게 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현존하는 최고의 미국 건축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스티븐 홀은 “스탈린 히틀러 트럼프, 세 독재자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미래에 대한 낙관을 담은 모든 건축을 억압한다는 것이다”라며 트럼프의 행정명령을 힐난했다. 트럼프는 첫 임기 종료 직전에도 “연방 정부 건축물은 아름다워야 한다”며 고전미와 전통미를 권장 스타일로 규정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행정명령에는 특정 양식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미국건축가협회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제 곧 미국에 가서 공공건물을 들어가려고 하면 도리아식, 이오니아식, 코린트식 정문 위에 독수리 문장 대신 트럼프 얼굴이 새겨진 금빛 장식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황제여, 로마를 불태우든 말든 상관없는데 제발 그 엉터리 시(詩)만은 더 이상 짓지 마라” 라는, 폭군 네로의 스승이자 시인 세네카가 네로에게 남긴 유언은 ‘착한 아이 컴플렉스’ 문재인과 ‘화가 낙방 컴플렉스’ 히틀러, ‘메시아 컴플렉스’ 트럼프 등 특정 연구를, 특정 스타일을, 특정 양식을 강제하기 위해 공권력을 동원한 ‘독재자’ 모두에게 들려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