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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21세기에 20세기 노동문화 고집하니 경제가 이 모양 이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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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21세기에 20세기 노동문화 고집하니 경제가 이 모양 이 꼴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5.03.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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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조남현 시사평론가

단순히 근무 연수로 고액 임금 책정하니 R&D 성과 보상은 뒷전
노동 시간 획일화에 초고도 집중 개발 첨단 산업 발전도 뒷전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지난 12일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1박2일 철야 투쟁을 마친 뒤 마무리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지난 12일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1박2일 철야 투쟁을 마친 뒤 마무리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경제가 활력을 잃어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다. 미국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관세전쟁이 한국경제의 위기를 키우고 있지만, 사실 그 이전부터 한국경제의 구조적 위기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올 초 신년사에서 “지난해 수출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수출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주력상품 위주의 수출 구조 고착화를 지적한 바 있다. 또 지난 10여 년간 신산업이 전혀 개발되지 못한 사실도 비판했다.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 내지 못하니 경제가 활력을 잃을 건 당연한 일이다.

신산업은 어떻게 창출되는가. 말할 것도 없이 새로운 부문에 대한 투자가 일어나야 한다. 그리고 그 ‘새로운 부문’은 결국 연구‧개발(R&D)에 의해 발굴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국은 연구‧개발을 촉진하기보다는 거꾸로 못하도록 제도화된 사회다. 반도체 특별법에서 주 52시간 근로 예외를 인정해 달라는 호소와 근로 시간 제한으로 연구‧개발을 할 수 없다는 하소연에도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이 외면하니 뾰족한 수가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조남현 시사평론가
조남현 시사평론가

한국의 노동시장은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 20세기 형태의 임금체계부터 그렇다. 근무연수가 많을수록 임금이 높아지게 되어 있는 체계는 산업화 초기 제조업 중심 경제 시대에는 적합했다. 근무연수가 높아갈수록 숙련도가 높아지니 근무연수가 늘어날수록 더 높은 임금으로 보상하는 게 나름 합리적이기도 했다. 하지만 21세기 첨단산업 시대에는 이런 임금체계가 합리적이지도 않을 뿐 아니라 기술과 경제의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오늘날은 한 사람 또는 한 팀의 연구개발 성과로 수백만 나아가 수천만 명이 먹고 살 수 있는 시대다. 그런데 충분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연구개발 성과에 충분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연구개발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한국에서는 성과를 낸 한 사람 또는 한 팀에 대해 백배, 천배 또는 그 이상의 임금 지불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따위의 이유에서다.

경영자에 대한 보상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는 탁월한 성과를 낸 경영자에게 일반 직원들은 꿈도 꿀 수 없는 수백만 불의 대가가 주어지는 게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질시의 대상이 되고 사회적 비판도 거세다. 경영자의 판단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좌우된다. 경영자가 어느 길로 갈지를 바로 판단하여 기업을 이끌면 기업도 성공하고 그 기업에 딸린 직원 수백, 수천 또는 수만, 수십만 명이 그 과실을 따먹을 수 있다. 하지만 경영자가 그릇된 판단을 하여 기업이 좌초하게 되면 직원들은 과실은커녕 일자리 자체를 잃게 된다. 그만큼 경영자의 역할은 크다. 그럼에도 일반 직원과는 차원이 다른 보상이 용납되지 않는 것은 경영자의 일, 곧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 가치를 알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사회적 분위기, 곧 문화가 그걸 인정하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특정 부문의 노동 가치가 인정되는 풍토를 만들기 위해서는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기계적 평등을 우선하는 문화에서는 탁월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노동시장의 다음 과제는 노동시간을 획일적으로 제한하는 제도를 시급히 손질하는 것이다. 일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건 난센스다. 하물며 고도의 집중이 필요한 연구개발 부문조차 주 52시간 근로를 강제하는 건 시대착오적이다. 그간에는 과도한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에 초점이 맞추어져 왔기 때문에 노동시간을 줄여왔다. 하지만 이제 그런 낡은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부문에 따라서는 적정한 노동시간이 합리적일 수 있다. 하지만 집중이 필요한 부문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러므로 노동시간을 획일적으로 강제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부문에 따라서 또는 일하는 사람 자신의 필요에 따라서 하도록 스스로에게 맡기는 게 합리적이지 않은가.

노동시장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해고를 자유롭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노동 개혁의 알파요 오메가다. 한국은 해고가 어려운 게 아니라 불가능하다. 한번 정규직으로 채용하면 기업이 망하기 전에는 해고하지 못한다. 해고를 불가능하게 한 건 노동자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다. 해고가 자유롭지 못하니 기업은 채용을 꺼리게 된다. 채용하더라도 비정규직으로 한다. 그래야 계약 기간 만료로 직원을 내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미 노동시장에 진입한 사람에게는 특혜가 되고 아직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재앙이다. 청년 세대를 좌절케 하는 건 이 때문이다.

노동시장의 변화, 노동 개혁은 법의 재정비로서만 가능하다.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노동 관계법과 온갖 제도를 손질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입법부, 구체적으로 말해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이 결단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이 인식의 대전환을 통해 세상을 바로 볼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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