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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좌충우돌]사성장군 김병주와 이재명의 김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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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좌충우돌]사성장군 김병주와 이재명의 김병주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4.07.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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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종근 시사평론가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시절 한미동맹 강조하던 김병주가
민주당 의원 되자 “국익 중심 실용 외교” “정신 나간...”
2017년 8월 11일 미군 용산 개리슨에서 열린 이취임식에서 김병주 신임 연합사 부사령관(왼쪽에서 두 번째)이 빈센트 브룩스 연합사 및 주한미군 사령관,  임호영 전임 부사령관과 함께 부대를 사열하고 있다. ⓒ한미연합사 제공
2017년 8월 11일 미군 용산 개리슨에서 열린 이취임식에서 김병주 신임 연합사 부사령관(왼쪽에서 두 번째)이 빈센트 브룩스 연합사 및 주한미군 사령관, 임호영 전임 부사령관과 함께 부대를 사열하고 있다. ⓒ한미연합사 제공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난 것은 그가 사성장군으로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에 재임하고 있을 때였다. 군과 관련된 자문위원 신분으로 포럼에 초대돼 포럼 시작 전 티타임에서 본 그의 인상은 사교적이었고 인문학적 지식의 깊이가 느껴졌으며 어떤 테이블에서든 화제를 주도하는 스타일이었다.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은 주한미군사령관이 맡는 한미연합사령관과 함께 둘이서 매일 연합회의를 주관하기 때문에 야전부대 경력에다 국방부, 합참, 연합사 근무 경력이 있어야 하고 특히 연합작전에 뛰어난 전문성을 가진 장성이 맡는 자리다. 한 마디로 엘리트 중의 엘리트라는 의미다.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은 한미동맹을 매일같이 몸소 실천해야 하는 자리다. 김병주는 부사령관 재직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늘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주한미군 장병들이 미국으로 돌아가서도 한미동맹을 지지하고 한국을 옹호하는 홍보대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한국에서 근무하는 미군 장병들의 한국 문화 체험과 한국군과의 유대강화 기회를 적극 지원하였으며, 이때 연합사 주도로 한국 체험 프로그램이 만들어져 꽤 많은 미군 장병들이 한국 명소들을 방문했다.

이종근 시사평론가
이종근 시사평론가

우리나라의 애국가를 따라 부를 정도로 한국에 애정을 보인 빈센트 브룩스 당시 연합사령관과는 브룩스가 김병주를 사적인 자리에서 한국어로 동생이라 부를 정도로 직책상의 관계를 뛰어넘어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알려졌다. 브룩스 장군은 워싱턴 DC에서 열린 자신의 전역식에 김병주 부사령관을 친히 초대했고, 김병주 부사령관은 대한민국과 한국군을 대표하여 전역식에 참석했다. 브룩스만이 아니라 브룩스의 후임 로버트 에이브럼스 사령관 역시 부사령관 김병주에 애정을 보이며 그로 인해 한국문화 이해가 깊어졌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방장관인 이종섭과는 육군사관학교 40기 동기다. 김병주와 이종섭은 하나회 이후 최대 군내 사조직인 알자회를 퇴출하는데 앞장섰다. 알자회는 ‘알고 지내자’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지만 후에 이들끼리 밀어주고 끌어주며 알짜 보직을 독식한다 해서 알짜회로도 불렸다고 한다. 1992년 당시 3군단장 김병주와 7군단장 이종섭은 34기부터 기수마다 10명씩 44기까지 이어진 알자회를 몰아내기 위해 김운용 2군단장과 구홍모 수방사령관과 함께 동기회에서 알자회 회원을 제명시키고 상부에 공개적으로 인사 조치를 건의했다. 1993년 육군은 김병주 이종섭 등이 주도한 알자회 퇴출 건의를 받아들여 회원들을 진급 대상에서 영구 제외시키는 등 알자회를 군 내부에서 사라지게 했다. 

한미동맹의 전도사였던, 부하들을 아끼고, 군인 정신을 강조했던, 이종섭과는 사관학교 동기로 군정상화를 함께 주도한 김병주는 군복을 벗고 더불어민주당이 달아준 금배지를 가슴에 단 순간부터 전혀 다른 김병주가 됐다. 한미동맹을 굳건히 해야한다는 그의 장성 시절 행적과는 반대로 ‘국익 중심 외교’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는 국방위에서 한미일 정상회의에 대해 “우리 국익 차원에서 득보다 실이 많은 회의였다. 미국 입장에서 20년간 공들였던 외교의 틀을 만든 반면에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국익 중심의 외교 틀을 한꺼번에 무너뜨림으로써 한반도와 동북아의 불안정성이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사성장군 출신 김병주의 입에서 ‘국익 중심 외교’라는 표현이 나온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김병주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김병주 의원. 사진은 김병주 의원 페이스북 캡처

‘국익 중심 실용외교’는 이재명의 민주당이 주장하는 ‘탈 한미동맹’ ‘친중 친러’ 외교를 애매모호하게 위장한 표현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허울 좋은 가치외교는 닭 쫓던 개 신세가 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흑자국 1위는 중국이었지만, 이제는 최대 무역적자를 내는 적자국으로 바뀌어 버렸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국익 포기 대통령’으로 남지 말길 바란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로 전환해 국민 소통에 나서라”(대변인 논평)고 윤석열 정부의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를 비난한다. 한마디로 한미동맹은 적당히 하고 한일관계는 대립으로 가야하며 중국과 러시아와 더욱 더 가까이 밀착하기 위해 관계 정상화에 주력해야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그토록 사랑하는 러시아의 푸틴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고갈돼가는 포탄을 보충하기 위해 평양으로 달려가 김정은을 향해 북한 핵프로그램 지지를 선언했다. 북한을 공개적으로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선을 넘은 것이다. 한반도는 이재명의 민주당이 갖고 있는 환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6자회담을 통한 핵 억제나 한반도 비핵화는 이미 역사 교과서에만 등장하는 과거의 유물이다, 이런 와중에 김병주는 국민의힘 대변인이 한미일 연합 훈련 ‘프리덤 에지’에 대한 논평을 하는 와중에 한미일 안보협력을 한미일 동맹이라고 표현했다고 “웃고 있는 정신 나간 국민의힘 의원들”이라고 조롱했다. 그의 국민의힘을 향한 ‘정신 나간’이라는 표현은 개딸들로부터 칭송을 받고 있으며 그가 노리고 있는 최고위원 선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발언과 함께 채해병 특검법 상정으로 인한 국회 파행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급격한 정세 변화에 대한 정부 입장을 들어야 하는 외교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은 증발돼 버렸다.

김병주는 군인의 길을 택했던 것에 대해 중학교 시절 김유신을 존경하게 돼 그를 본받고 싶어서였다고 말했다. 김유신은 자신의 영달을 위해 장수로서의 기개와 명예에 대한 존중과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바꾸지 않았다. “적국이 무도하여 이리와 범이 되어 우리나라를 침요(侵擾)하니 편안할 날이 없다”(삼국사기 열전)고 밤잠을 못 이루던 17세 소년 김유신의 절규가 지금 한반도를 뒤덮을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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