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인 위조했다는 이화영을 옹호해야 하는 딜레마
개가 왕이 되려 하면 미칠 광(狂)자가 될 수 밖에
들개는 주인 없이 민가 주변에서 살아가는 떠돌이개(pariah dog)나 처음부터 완전한 야생 환경에서 살아가는 개(canis lupus dingo)를 뜻한다. 고양이로 치면 길고양이, 들고양이와 비슷하다. 지구상에 약 2억 마리 정도 되며 도둑개, 길개, 방견(放犬)이라고도 부른다. 일제 말기까지는 야견(野犬)이라고도 불렸다.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는 개의 주인이 개에게 표찰을 달게 하고 표찰이 없는 개는 야견으로 간주하여 죽이는 ‘축견취체규칙’(1911)을 공포하였다.
일제는 1937년 중일전쟁 개전 이후 늘어나는 방한 군복 수요를 충당할 수 없게 되자 그 이전부터 생산해온 조선개 모피 증산을 위해 거리에 지나는 개까지 모조리 잡아 죽였다. 이른바 야견박살령(野犬撲殺令)으로 25만두의 개가 도살됐으며 처음에는 형평사의 백정들이 도살에 동원됐으나 잔인하다고 작업을 거부하자 위생인부들을 시켰다고 한다.
일제의 야견박살령은 군사적인 목적도 있었지만 조선 말기부터 광견병이 기승을 부렸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책의 일환이기도 했다. 조선일보 1923년 3월 16일자 ‘광견병 유행’ 제하의 기사를 보면 “평안남도 용강군 내 광견(狂犬)이 발생함을 발견한 당지 경찰서에서는 고시를 게재하여 사양견(飼養犬)은 번유(繁留)하라 신칙(申勅)하고 지난 13일부터 위 령(令)에 위반된 개는 야견(野犬)으로 간주하여 박살(撲殺)하리라 하였더라.(용강)”라고 보도해 당시 광견병의 유행을 짐작할 수 있다.
영화에서의 들개는 사회에 대한 부적응자나 여성을 집단 성폭행하는 인간들로 묘사된다. 2014년 개봉한 김정훈 감독의 영화 ‘들개’는 취업을 하고 싶으나 번번이 낙방하는 20대 주인공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사제 폭탄을 만들어 그것을 터뜨려 줄 사람을 찾는다는 내용이다. 같은 해 공개된 하원준 감독의 영화 ‘들개들’은 2012년 전북의 한 마을주민들이 4년간 지적장애 여학생을 성폭행한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영화 속의 공간은 수년간 범죄 없는 마을로 선정돼 온갖 미담으로 포장된 곳이다. 사제 폭탄 제조든 집단 성폭행이든 무리를 지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분풀이나 우격다짐으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쟁취하려는 것, 그리고 그런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합리화하려는 것은 다를 바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개를 언급했다. 자신이 임명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대북송금 의혹 사건 1심 재판에서 9년 6월형 선고가 나오고 곧이어 검찰이 자신을 기소하자 그동안 기자들의 질문에 일체 대꾸를 하지 않았던 이재명은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 출석하기 전 기자들에게 "진실 보도는커녕 마치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를 받아서 열심히 왜곡 조작하고 있다"고 언론을 개취급했다. 그는 또 자신을 에워싼 시위대의 고함에 “조용히 하라”고 맞대응했다.
그가 꺼내놓은 반박 증거들은 하나같이 특정 부분만을 가져와 그게 전체인양 호도하는 일반화의 오류, 불리한 정황들은 회피하고 왜곡된 가짜뉴스만 선택하는 편향성의 오류를 범하고 있으며 특히나 김성태 쌍방울 회장을 향해 조폭 운운하는 인신공격은 그의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재명이 그토록 심혈을 기울인 2018년 11월 경기도 주최 '아시아 태평양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 리종혁을 단장으로 한 북한 고위급 인사 7명의 방남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축사로 화제가 된 바로 그 행사의 후원사가 쌍방울이었다. 그리고 그에게 정치자금을 공식 후원한 기업인들 중 쪼개기 편법을 통해 가장 많이 후원한 사람은 김성태였다. 그의 표현대로 ‘조폭 출신으로 불법 대부업을 운영하다가 처벌 받고 주가 조작하다 처벌 받은 부도덕한 사업가’한테 후원받은 뻔뻔한 경기도 지사는 이재명 아닌 다른 사람인가.
반면 그는 이화영이 진술을 번복한 이후 단 한번도 이화영을 언급하지 않는다. 이화영이야말로 자신이 직접 임명한 공직자로 조폭 출신이 운영하는 특정 기업에서 수억원의 뇌물과 정치자금을 받아 호의호식한 부패정치인이다. 이재명은 과거 검찰에서 이화영을 비판한 적이 있다. 이재명은 2023년 9월 9일 수원지검에서 조사를 받을 당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나 몰래 독단적으로 대북 사업을 추진했다”면서 자신이 받는 혐의 대부분을 이화영에게 미뤘다. 이 대표는 “이화영이 쌍방울에서 돈 받아먹은 것을 알고도 내가 그런 사람을 썼겠느냐”고도 말했다. 당시 검찰이 이재명에게 경기도가 북한에 쌀 10만톤을 추가 지원하는 내용이 담긴 2019년 6월 13일자 경기도 공문 등을 제시하자 “참 황당하다. 이화영이 나도 모르게 도지사 직인이 찍힌 서류를 만든 것이고 서류를 가져오니 결재한 것일 뿐”이라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당연히 이재명은 쌍방울 대북송금 1심 재판 선고 후 이화영을 배임 혐의로 고발하고 이런 범죄인을 임명한 것에 대해 경기도민과 국민 앞에 사죄를 해야 마땅한데 판결을 내린 판사나 (자신의 주장대로라면) 직인을 위조한 이화영은 언급하지 않고 검찰과 김성태만 욕하고 있다. 혹시라도 이화영이 또다시 진실을 말할까 봐 이화영의 심기를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개소리’에 동의할 언론은 없을 것이다. 애완견, 경비견, 감시견 등 언론에 대해 따라붙는 온갖 비유들은 늘 들어온 것이지만 판사가 300쪽에 달하는 판결문을 통해 조목조목 범죄 혐의를 적시한 것을 보도했다고 개를 갖다 붙여 욕하는 걸 받아들일 기자가 있을까. 진짜 애완견은 따로 있다. 이재명의 ‘개소리’를 도와준답시고 기자들을 애완견이라 하는 건 자신이 기르는 애완견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아냥거린 양문석이나 받아쓰기만 하는 기자라고 욕하는 전직 기자출신 노종면, 그리고 ‘이재명 수사·재판 금지법’을 양산하는 민주당 의원들이다.
근본이 있는 개는 짖을 때도 사람을 위협하지 않는다. 들개는 어금니를 드러내며 자신의 생존을 위해 사람 물어뜯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무리를 지으면 성정이 더 포악해진다. 늑대는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사람을 피하지만 들개는 사람을 가리지 않고 수틀리면 서슴없이 앞뒤 안가리고 덤벼든다. 들개가 사람보다 많아지면 사람 세상이 아니라 짐승들의 세상이 된다. 들개 눈에는 세상이 모두 ‘집개’들로 보인다. 그러고 보니 광견의 미칠 광(狂) 자도 개(犭)가 왕(王)이 되려 왕 행세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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