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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임종석 자기 부정 통한 김정은 충성 맹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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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임종석 자기 부정 통한 김정은 충성 맹세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4.09.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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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조남현 시사평론가

통일하지 말자는 건 통일운동가의 삶의 궤적 붕괴시키기
감정은 시한부 정권의 단말마적 몸부림을 대변하는 무모함
임종석 2018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이 지난 19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종석 2018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이 지난 19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19일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기념사에서 “통일을 하지 말자. 통일을 꼭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자”라고 한 것은 주사파 학생운동권 시절부터 이른바 ‘통일 운동’에 바쳐온 자기 삶의 의미를 전면 부정하는 주장이라 할 수 있다. 그가 이렇듯 자기부정을 마다하지 않는 것은 물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3년 12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에 대해 “더 이상 동족 관계, 동질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라고 선언한 데 따른 것인데, 자기의 존재 의미를 버리면서까지 종북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 비장함마저 느끼게 한다. 

필자는 지금도 임 전 실장이 지난 1989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이하 전대협) 의장으로서 임수경을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에 파견하여 한국 사회에 파란을 일으켰던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당시 전대협 의장은 단순히 주사파 학생운동의 중심을 넘어 마치 공산당의 당 중앙과도 같은 대단한 위상을 지녔었다. 당시 주사파는 민족의 입장이라는 대의를 내세웠지만, 세월이 가면서 민족의 대의는 희미해지고 북한 정권의 이익에 복무해 왔다. 김씨 세습 왕조를 두고 민족을 입에 올리기조차 민망하니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특히 임 전 실장은 이후 지금까지 일관되게 ‘통일 운동’에 몸담아 오며 지극한 북한 정권 사랑을 실천해 왔다. 특히 그가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을 만들어 지상파는 물론 종편이나 통신사 등이 사용하는 북한 매체의 영상·노래·도서 등의 저작권료를 대리 징수해 북으로 송금하거나 법원에 공탁해 왔다는 사실은 그가 뼛속까지 종북임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조남현 시사평론가
조남현 시사평론가

그런데 자연인 임종석이 자기 존재 의미를 부정하든 아니든, 북한 정권 사랑이 깊든지 말든지 그런 따위는 관심을 가질 까닭이 없다. 문제는 김정은의 선언과 실행에 따른 임종석의 반통일과 적대적 두 국가론이 갖는 함의다. 임 전 실장의 발언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반헌법적이라고 비판했다는데, 당연한 듯 보이지만 임 전 실장의 논리대로라면 지금의 헌법에 어긋난다는 게 그리 문제가 될 것도 없다. 그의 말대로 헌법을 손질하면 그만이니 말이다. 물론 김정은 정권이 하자는 대로 따라 주며 우리 헌법을 고친다는 건 생각기 어려운 일이다. 다만 논리적으로는 그렇다는 얘기다.

임 전 실장의 발언이나 발상이 반헌법적이라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만, 무엇보다도 심각하게 생각할 것은 그의 주장이 반역사적이라는 점이다. 우선 그는 대한민국 헌법의 역사성을 부인하고 있다. 종북주의로 변질된 배타적 민족주의자들이 그래 왔듯 임 전 실장의 주장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는 의식의 자연스러운 발로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으니 대한민국 헌법의 역사적 당위성과 시대적 필연성을 인정할 리 없다. 그러니 쉽사리 헌법을 고치자는 주장도 함부로 하는 것이라 하겠다(그간 7차에 걸쳐 헌법 개정이 있었지만 임 전 실장의 주장은 그와 같은 헌법 개정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좌파 세력은 대한민국의 성립을 분단의 시작으로 본다. 하지만 분단의 원인을 제공한 건 소련과 그를 추종한 공산주의자들이다. 대한민국은 오히려 먼 역사의 눈으로 볼 때 통일된 자유의 나라로 가는 길이었으며, 대한민국 건국을 이끈 이승만 대통령의 인식 또한 그러했다(건국 시점 갖고 시비를 걸 사람이 많아 정부 수립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논란 자체가 무가치한 것이어서 애써 의식하지 않는다). 이승만 대통령은 우선 남한에서 자유와 공화의 나라를 세운 뒤 북한 지역으로 확대해 나가고자 했다. 그건 소련과 김일성도 마찬가지였다. 소련과 그 괴뢰 김일성은 북한을 전진기지 삼아 한반도 전체를 공산화하려 했다. 이른바 ‘민주기지론’이 그것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6·25 한국전쟁 당시 통일을 이루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하고 안타까워했으며, 그러기에 북한 동포들을 잊지 않겠다고 수없이 다짐했다. 그렇듯 허망하게 전쟁이 끝나고 7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제 역사의 물줄기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뚜렷해졌다. 실제 역사는 이승만 대통령이 의도한 대로 흘러가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한반도에는 통일된 자유대한민국이 자리할 것이다. 임 전 실장의 눈에는 김정은 정권이 온존할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리하여 김 정권의 의도에 맞추어 두 나라로 가는 게 평화를 지키는 길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는 역사의 필연을 통찰하지 못한 탓일 뿐이다.

김정은 정권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것은 종말을 예감하고 있는 시한부 정권의 단말마적 몸부림일 뿐이다. 김정은이 눈에 불을 켜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 매달리는 것은 과거 김일성이 공산 통일을 기도하며 끊임없이 도발했던 것과는 달리 ‘대한민국에 의해 통일을 당할 것’이라는 초조함을 노출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 임 전 실장은 모를까. 그럴 리가. 임 전 실장은 김정은의 2 국가론에 대해 “기존의 대남 노선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이며, 연방제 통일론 등을 폐기한 것으로 해석한다”면서 “이런 변화된 조건들이 반영되지 않은 통일 논의는 비현실적”이라고 했는데, 이는 그가 김정은의 초조함을 충분히 알고 공감하며 김정은의 불안함을 덜어주고 싶은 게 아닐까. 

맹목적·배타적 민족주의에 기반한 통일론자들은 그간 남북 간 대화를 통해 통일을 이룰 수 있는 것처럼 주장해 왔다. 임 전 실장이 ‘변화된 조건들이 반영되지 않은 통일 논의는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 속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공산주의라는 탈을 쓰고 신정체제를 구축해 온 김씨 왕조와 같은 이상한 지배 집단과 대화로 통일이 가능하지 않음은 이성을 가진 사람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일이다. 통일은 대화를 통해서가 아니라 북한 정권의 붕괴에 따른 것일 수밖에 없다. 그건 이제 비밀도 아니다. 보수진영도 대화를 통한 통일을 주장해 왔지만 그건 전략적인 차원에서였을 뿐이다. 따라서 통일 논의는 필요치 않다. 지금 필요한 건 통일 논의가 아니라 분단의 관리이며, 역사의 필연을 믿고 갑자기 통일의 순간이 다가왔을 때를 대비하는 것이다.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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