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지우기 주장은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만드려는 술책
없는 문제를 만들어 독도가 분쟁지역임을 온 세상에 광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표가 1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가진 여야 대표회담에 앞서 모두발언에서 “최근에 독도 문제나 교과서 문제 또 일제 침략에 관한 문제들이 논란이 되고 있다”며 “국가의 구성에는 3대 요소 영토, 주권, 국민이 있는데, 영토를 부정하는, 독도영유권을 부정하는 행위, 즉 외국이 침략을 합리화하는, 미화하는 행위들이 있다”고 발언했는데, 이는 최근 서울 지하철 역사 및 전쟁기념관 내 독도 조형물 철거를 윤석열 정부의 ‘독도 지우기’라며 억지를 부려온 민주당 정치공세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노후화된 전시물을 교체하려는 것이라고 해명해도 민주당은 막무가내로 ‘윤석열 정부 독도 지우기 진상조사 특별위원회’까지 꾸렸다. 그런데 드는 의문은 민주당이 왜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만들지 못해 안달하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가 실효적 지배를 하는 독도를 분쟁 거리로 만들면 누가 좋아할지는 초등학생도 알 법한데 민주당이 왜 일본에 좋을 일을 서슴지 않고 벌이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독도를 둘러싼 한일 두 나라 간 갈등이 벌어진 것은 1947년부터였다. 울릉도 어민들이 독도 근해에서 어업을 하자 일본 시네마현 어민들이 독도가 자기네 섬이라고 막으며 마찰이 빚어진 것이다. 당시는 미 군정기라 어민들끼리의 충돌로 그쳤지만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들어선 이후 한국전쟁 중이던 1952년 1월 18일 이승만 대통령이 ‘해양주권선’을 선언함으로써 독도가 우리 영토에 편입되었다. 이 선언에 이해당사자인 일본은 당연히 반발하고 나섰고, 미국이나 영국 자유중국 등 우방국들도 부당하다고 비판하였다. 하지만 이승만 대통령은 완강했다. 이승만라인 또는 평화선으로 불리는 해양주권선을 넘어온 일본 어선과 어부들을 나포하는 등 강경한 조치로 그의 의지를 관철하여 나갔다. 그렇게 하여 독도의 실효 지배가 굳혀져 온 것이다.
이후 박정희 정부 들어 한일 국교 정상화가 시대적 과제로 떠올랐다. 경제개발의 속도를 높이고자 한 박정희 정부로서는 하루속히 일본과의 국교 정상화를 이루어야 했고, 미국도 한국 정부에 일본과의 수교를 강권하고 있었다. 공산 진영에 맞선 자유 진영의 안보체계를 위해 한일 두 나라가 영토갈등을 속히 수습하기를 바랐던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같은 자유 진영이라고 해도 한일 모두 영토 문제에서는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었다. 국가라면 그게 정상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미국을 방문 중이던 박정희 대통령이 “독도를 폭파해 버리고 싶다”고 말했을까.

박정희 정부는 묘수를 찾아냈다. 그것이 이른바 ‘독도 밀약’이다. 국교 정상화를 위한 한일 간 공식 대화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두 나라 사이에 암묵적 합의가 있었다는 얘기다. ‘월간중앙’이 관련자들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밝힌 사실을 2007년 3월호에서 보도함으로써 세상에 알려진 독도 밀약은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요약된다. 첫째, 독도는 앞으로 한일 양국 모두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것을 인정하고, 동시에 이에 반론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둘째, 장래에 어업구역을 설정하는 경우 양국이 독도를 자국 영토로 하는 선을 확정하고, 두 선이 중복되는 부분은 공동어로수역으로 한다. 셋째, 현재 한국이 점거한 현상을 유지한다. 그러나 경비원을 증강하거나 새로운 시설의 건축이나 증축은 하지 않는다. 넷째, 양국은 이 합의를 지켜 간다. 이 밀약은 쉽게 말해, 국가라면 그럴 수밖에 없으니 각자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하며 현상을 유지해 나가되 문제를 더 심화시키지 말고 봉합하자는 얘기였다. 그렇게 해서 한일 양국은 정상적인 국교를 맺을 수 있게 되었고, 한국은 일본의 도움과 협력을 통해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문제가 터진 건 김영삼 정부 들어 독도에 접안 시설을 설치하면서다. 주지하듯 김영삼 대통령은 “어느 동맹도 민족을 대신할 수 없다”며 민족주의 감성에 호소한 대중 영합 정치를 했던 지도자다. 중앙청 건물을 해체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의 일이다. 그는 그게 역사를 바로 세우는 것이라고 했지만, 민족주의를 내세워 일본과의 관계를 악화시킨 것은 심각한 국익 훼손을 초래했다. 특히 독도 접안 시설의 설치는 외환위기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게 정설이다. 한일 밀약이 지켜졌다면 쓸데없는 영토갈등은 빚어지지 않을 수 있었지만, 김영삼 정부는 오히려 갈등을 부채질함으로써 국내 정치의 실패를 만회하려 했다. 이후 노무현 정부는 독도 접안 시설을 증축하고 민간인 관광을 허용함으로써 일본을 자극했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게 마련이다. 한국 정부가 독도 문제를 민족주의 정서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다루어 나간 데 대해 일본 정부는 2005년 이후 매년 방위백서에 독도를 자국의 영토로 명시하기 시작해 20년째 이어오고 있고, 2008년 이후 중학교 학습지도 요령에 독도를 언급했으며, 2014년에는 독도는 역사적으로나 국제적으로 일본의 영토라고 역사 교과서에 기술했다. 이전에는 일본 국민이 독도에 대해 별 관심도 없었지만, 한일 간 영토갈등의 골이 깊어가면서 대부분 일본 국민은 중국과 분쟁 상태에 있는 센카쿠 열도 못지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일본의 반작용은 다시 한국의 반작용을 불렀다. 한국에서 언제부터인지 독도 방위 군사훈련이 실시된 게 그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독도 방위 훈련으로 육·해·공군은 물론 해병대까지 동원하였다. 한미일 공동전선을 형성하려는 미국의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한일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이렇듯 독도 문제를 두드러지게 해서 얻을 게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일본 모두 한 국가로서 영토 문제에서는 한 치의 양보도 할 수 없다. 독도 밀약은 그런 배경에서 이루어진 것인데, 그걸 깨면서 해결책 없는 영토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윤석열 정부 들어 한일관계가 원만하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인데, 엉뚱하게도 민주당이 없는 문제를 만들어 독도가 분쟁지역임을 온 세상에 광고하고 있다. 그러니 일본의 X맨 또는 밀정이 아니냐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본디 약자이거나 불리한 위치에 있는 자가 큰 소리로 떠드는 법이다. 강자이거나 유리한 위치에 있는 자는 애써 말을 아끼는 법이다. 독도 문제에 관한 한 강자 또는 유리한 위치에 있는 나라는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우리 한국이다. 일본이 애써 독도 문제를 꺼내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발하려 해도 우리는 논란을 잠재워야 한다. 그런데 거꾸로 우리가 논쟁에 불을 지핀다면 그처럼 어리석은 일이 없다. 민주당은 독도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정치적 득을 볼 요량이겠지만, 독도를 쟁점화하는 것 자체가 심각한 국익 훼손이다. 더는 일본의 밀정이라는 의혹을 사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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